'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번역가 황석희 "와우저와 일반 관람객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노력"

등록일 2016년06월09일 12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블리자드의 인기 프랜차이즈 '워크래프트' 시리즈 첫 이야기를 다루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하 워크래프트 무비)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워크래프트 무비 배급사인 UPI는 번역을 와우저로 잘 알려진 황석희 번역가에게 맡겨 화제를 모았다. 와우저가 맡은 만큼 와우저들에게 친숙한 용어, 게임에서 실제 사용된 용어를 사용할 거라는 기대와 함께 워크래프트,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아는 사람이 번역한 만큼 일반 관람객들의 이해도 고려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황석희 번역가를 만나 번역에서 어떤 점에 신경을 썼는지, 그리고 와우저들이 궁금해할 와우를 얼마나 했는지를 직접 들어봤다.

워크래프트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로 와우저가 번역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본인의 와우력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황석희 번역가: 오픈 베타 때부터 대학시절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함께 했다. 4년정도 플레이한 후 일에 매진하느라 잠시 쉬다가 결혼 전 또 다시 한참 하다가 현재 아내 몰래 조금 조금씩 플레이 하고 있다.

'불타는 성전'은 건너뛰었고 '대격변'까지 해보고 쉬다가 최근 영화 작업을 하면서 호드 진영을 플레이해 봤다. 이전에는 주로 얼라이언스를 했다. 얼라이언스 진영에서 길드를 창설해 길드장 활동도 했다. 얼라이언스로 맞춘 장비, 인맥에 대한 애착이 커 호드 쪽으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워크래프트 영화 번역을 하면서 특별히 신경 써서 진행 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황석희 번역가: 게임 내 고유명사 번역이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더라. 예를 들어 이전에는 '골드샤이어'라고 칭했던 지역이 지금은 '황금골'과 같이 변경이 되었다. 영화에서도 황금골로 번역을 하는 등 현재 게임 용어와 맞추려는 노력을 했다.

문제는 영화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내 존재하지 않는 고유명사들도 더러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블리자드코리아의 현지화 팀 분들과 상의하여 한국에 맞게 바꾸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그랜드 햄릿' 같은 고유명사를 '너른마을' 로 변경한 것이 그것이다. 이런 식으로 새롭게 창조한 고유명사들이 있고 나머지는 거의 게임과 같도록 했다.

아무래도 영화의 번역을 진행하면서 영화를 이미 충분히 관람했을 것 같다. 영화평 한번 부탁드린다
황석희 번역가: 일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기전에 걱정하는 것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세계관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반지의 제왕 역시 두꺼운 소설책을 다 접한 후 영화를 본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과 같이 워크래프트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 입장에서 봤을 때에도 굳이 게임을 즐겼던 경험이 없어도 영화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신선할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를 수없이 돌려보았고, 내부 시사도 참여하였는데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사운드가 굉장했다. 게임에서의 타격감이 고스란히 영화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영화 자체가 굉장히 박력이 있고, 큰 화면으로 보면 굉장히 실감날 것 같다. 아이맥스 관람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중문화와 게임문화 간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평이 있는데, 일반 관람객을 위해 번역에 신경 쓴 부분이 있나
황석희 번역가: 워크래프트 영화 번역을 하면서 게이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또 일반 관객이 봤을 때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번역하고자 했다.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되 어색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가령 '막고라'라는 단어를 결투라고만 쓰자니 호드 플레이어들이 슬퍼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처음 언급 시 '막고라 전투' 라고 써주고 다시 나올 때는 막고라라고 표기하는 등의 배려를 했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얼라이언스는 안두인 로서가, 호드는 듀로탄이 주인공인 것처럼 나왔다. 게이머들도 그와 같이 감정 이입을 해서 영화를 감상하면 좋을까
황석희 번역가: 개인적으로는 듀로탄에게 감정이입이 더 됐다. 영화 통틀어 가장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나는 뼛속까지 얼라이언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로탄이라는 캐릭터에 매료가 됐다. 듀로탄은 낭만적인 순정 마초 같은 캐릭터이다. 호드 뿐만 아니라 호드가 아닌 분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캐릭터다.

영화를 보는 이들이 게임에 많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황석희 번역가: 관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와 게임을 받아들이는 느낌 자체가 너무 달라서 확신하긴 어려운 것 같다. 게이머와 영화 관객의 차이는 분명히 있겠으나 영화를 보고 접속해보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작과 영화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건가
황석희 번역가: 그것은 아니다. 와우저들도 처음 굴단, 듀로탄 등 이 등장하는 이 오래된 세계관에 대해 많이 아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오래 한 분들도 쉽게 알기 힘든 세계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와우저와 일반인들 사이에 괴리감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와우는 소설로도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혹시 소설도 읽어봤나
황석희 번역가: 소설은 보지 못했다. 영화 프리퀄 소설이 나왔는데, 해당 소설을 번역한 분과도 친분이 있어 그분과 많이 상의를 했다.

영화, 소설, 게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황석희 번역가: 가급적 그 원작이 가진 매력을 살려가고자 한다. 너무 큰 변경은 기존 분들에게 이질감을 줄 것이기 때문에 말씀 하신 것처럼 각 프렌차이즈들을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캐릭터를 집중해서 보면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황석희 번역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듀로탄이 같다. 영화는 원래 호드 비중보다 얼라이언스 비중이 많았다고 알고 있으나 감독이 바뀌면서 감독이 호드 팬이라 반반으로 변경되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듀로탄을 집중해서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래 회자될 캐릭터 같다.

다음 와우 영화의 번역도 맡을 수 있을 것 같은가
황석희 번역가: 시켜줘야 하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번역을 맡고 싶다.

호드 입장에서 얼라이언스와 대립을 바라보면 얼라이언스가 굉장히 야비한 사람들 같다. 영화에서 혹시 얼라이언스가 미화되거나 혹은 나쁘게 그려지는 것에 대해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걸까
황석희 번역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력은 갈려 있지만 호드에서도 악한 인물이 있고 인간 쪽에도 악한 인물이 있다.

캐릭터 성향의 차이이지 특정 종족이 악하다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가장 악하게 나오는 캐릭터는 굴단이다. 인간은 영화에서 사실 어리둥절하게 당하는 입장이다.

와우 오리지널 스토리의 시작이 호드/얼라리언스 진영이 완벽히 분리된 후 진행된다. 그 전 핵심 사건이 바로 1차 전쟁이다. 은빛 여명회, 키린토 등 소설을 통해 이야기들이 많이 풀어졌다. 이 영화는 어느 정도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가
황석희 번역가: 기존 세계관의 전부를 담지는 않았다. 질문하신 것들을 담기에는 스토리의 깊이가 너무 깊다. 영화에서 이를 정리해서 했다고 하기 보다는 관객들을 전부 품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세계관을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다 다루기에는 너무 방대하여 10부작으로 해도 다 다루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지의 제왕도 4권 분량이고 영화 스토리가 1%정도라 골수 팬들은 불만이 많았다고 하던데, 와우저 입장에서 영화에서 특정 스토리가 누락이되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
황석희 번역가: 가로나의 역할에 있어서 원작과 조금 차이가 있다. 원작에서의 가로나의 역할이나 성격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진행 상 변경이 된 부분이 있어 아쉽다. 앞으로 나올 것들이 기대가 된다. 마치 반지의 제왕 첫 편을 보고 난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첫 편 치고 스케일이 굉장히 크다고 느낀다.

와우저로서 해석을 하면서 특정 단어를 게임 속 고유명사로 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말로 표현 한 경우들도 있나
황석희 번역가: 블리자드 현지화 팀에서 워낙 잘 번역 해놓아 그쪽의 글로서리를 따라가는 쪽으로 진행 했다. 일부 팬들이 블리자드 측에 번역을 의뢰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유능한 분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 Stormwatch를 '돌망루 요새'로 번역 한 것과 같이 일반 관객이 듣기에 편한 단어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혹시 '워크래프트1'을 플레이 해봤나
황석희 번역가: 플레이 해본 지는 굉장히 오래되었다. MMORPG 인 와우를 더 오래 접했다. 개인적으로는 호드 종족과 친하지가 않다. 이번에 호드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서 오그리마를 처음 구경하고 길드를 가입해 무리없이 잘 다니고 있다. 호드의 분위기가 어떤 지를 보고자 했다.

오그림은 서리늑대로 나오나
황석희 번역가: 일단 서리늑대로 나온다. 블랙핸드와 굴단의 부족을 특정 짓기는 어렵지만 오그림과 듀로탄 정도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이 약간 바뀌었는데 카드가와 메디브 사이에도 차이가 있나
황석희 번역가: 영화에서는 카드가가 늙지 않는 설정으로 나온다. 기본적인 설정만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와우의 세계관을 잘 아시는 분들은 어떤 점이 변경이 되었는지 찾아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어떤 배우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는지 말해달라
황석희 번역가: 듀로탄이다. 너무 멋지게 나왔다. 얼굴 연기 등은 CG가 많이 입혀졌고, 촬영 시 타이즈 등을 입고 맹렬히 연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크 CG작업이 정말 잘 됐다. 듀로탄의 경우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캐릭터인데 앞니까지 정말 세밀하게 잘 표현됐다. 격투신도 가장 멋있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
황석희 번역가: 드레노어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지만 대사 중 슬쩍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오그림과 듀로탄이 "오랜만에 쌓인 눈을 보고 숲을 보니 기분이 좋다"와 같은 대사라던가 듀로탄의 아내가 눈발을 헤치며 사냥하는 꿈을 꿨다고 하는 대사가 있다. "눈 내리는 설산에서 핏빛 황소 잡던 기억나?"와 같은 대사를 통해 영화 속에서는 직접 그 이미지가 나오지 않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대사였다. 찡하고 오크들의 세계를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대사였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황석희 번역가: 일단 영화를 감상해야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와우저들은 전부 영화를 볼 것 같다. 나머지 일반 관객들도 게임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거나 괴리감을 느끼지 않고 일단 봐주신다면 좋겠다. 가능하면 큰 화면, 좋은 사운드로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영화는 1편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대서사시의 첫 편을 목격 한다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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