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 투표는 3월 9일(수)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선거권을 가진 18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정된 투표소 내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20대 대선을 통해 당선되어 대통령이 되면 2022년 5월 10일부터 2027년 5월 9일까지 5년 간 임기를 맡게 된다.
게입업계와 게이머들은 이번 대선을 눈여겨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유력 후보들이 저마다 게임업계와 2030 게이머들을 겨냥한 '친 게임'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게임업계, 그리고 게이머들은 정치권과의 거리감과 비교적 낮은 투표율 때문에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신분으로 '지스타' 현장에 방문하는 등 약간의 립서비스 정도만 있었을 뿐, 실질적으로 게임업계는 대선 투표와 같은 큰 이슈에서는 '논외'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립서비스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게임업계와 게임산업 그리고 게이머를 직접 거론하며 대대적으로 공약을 발표하거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게이머, 젊은 2030 세대를 이전보다 유의미한 유권자로 명확히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게이머들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게임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층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후보들이 적극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는 보편적인 취미이자 문화가 된 게임, 그리고 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불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2030 세대의 투표율도 이러한 선거 운동에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 또한 다양한 게임 관련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2030 게이머들의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모두 게임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게이머들이 겪은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P2E'나 메타버스 등 아직 업계에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신기술, 신개념에 대해서는 보다 접근에 신중한 모습이다.
게이머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이번 대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밝힌 공약과 게임산업의 이슈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다.
李 "확률형 아이템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컴플리트 가챠'는 금지"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한 정보 공개 ▲컴플리트 가챠 원천 금지 ▲2022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우승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 ▲임기 내 국군체육부대 상무팀에 e스포츠 선수단 창설 ▲대학교 e스포츠학과 확대 ▲경기도 생활 e스포츠 지원 및 교육 상담 센터 도입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기능 확대를 통한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 강화 ▲게임사의 확률 조작 또는 고의적인 잘못된 확률 제시에 대한 책임 강화 등 다수의 공약을 제시했다. 더불어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G식백과'에 출연해 게임산업이 미래 먹거리임을 강조하며 게임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것 중 눈에 띄는 것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컴플리트 가챠 원천 금지, 게임사의 확률 관련 책임 강화, 2022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우승 지원 등이다.
이재명 후보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다소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21년 초부터 본격화된 게이머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모양새다. 2021년 초 국내 게임업계에는 소통과 정확한 정보 공개를 원하는 게이머들의 '트럭 시위' 열풍이 불었고, 이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도 뜨거운 감자였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는 확률형 아이템의 일종인 '컴플리트 가챠'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 확대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의 이러한 공약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 및 강화다. 게이머들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게임사들이 이에 발맞춰 변화와 소통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투명성 재고와 미래 성장을 위한 공약으로 권익 보호 및 강화를 천명한 것.
이재명 후보가 밝힌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 확대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조직으로,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이용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2011년 첫 출범했다. 2018년 기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상담 사례 중 게임 민원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고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 외에도 e스포츠 관련 공약들도 눈에 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각광을 받는 만큼 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통해 게이머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2022년 9월 항저우에서 개최될 예정인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에 앞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돼 한국 대표팀이 출전해 선전한 바 있다.
또한 경기도 내 생활 e스포츠 지원 및 상담센터 도입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 e스포츠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학교 e스포츠 학과 확대, 국군체육부대 상무팀에 e스포츠 선수단 창설 등 20대를 주 타겟으로 한 공약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하고, 이를 통해 'P2E' 게임과 'NFT', '메타버스' 등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신개념 및 신기술에 대한 산업 육성 방향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출범식 당시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대독 축사를 통해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등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은 신기술이지만, 게임과 융합 되었을 때 그 파급력이 클 것"이라면서도 "이처럼 파급력이 클수록 그 이면에 드리울 그림자를 주시해야 한다"고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기술과 게임의 시너지와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사행성 논란 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尹 또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는 동일…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할 것"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또한 게임 관련 공약을 따로 발표할 정도로 게이머 표심 잡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게임산업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해당 기자회견 자리에는 윤석열 후보 외에도 하태경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원희룡 대선 정책본부장 등 대선과 관련된 핵심 인사들이 모두 참여해 게이머들을 크게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게임산업 관련 공약 발표 외에도 2차 정책 발표 또한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전에 있었던 게임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해당 내용을 검토하거나 논의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가 당시 발표한 공약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 ▲지역별 e스포츠 경기장 설립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 등이다.
이중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는 이재명 후보와 동일한 내용의 공약으로, 여기에 더해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는 게임물 이용자 권익 보호 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의 투명성을 강화하여 게이머들이 겪는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하여 온라인 소액 사기 전담 기구를 설립, 소액 사기 행위를 완전히 근절 시키겠다고도 공약했다.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가 활발한 만큼 사기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나 피해자들이 많은데, 이를 신고하기 위한 과정도 복잡할 뿐더러 피해액이 소액이어서 당사자들이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더불어 이재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 관련 공약도 내세웠다. 윤석열 후보는 e스포츠의 지역 연고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 연고제는 이미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로,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배정 받은 연고 지역을 근거지로 하여 프로야구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를 통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풀뿌리 아마추어 리그 활성화와 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현장에서 "e스포츠는 질병이 아니라 말 그대로 '스포츠'다. e스포츠에 지역 연고제를 도입하고 지역별 e스포츠 경기장을 설립하겠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게임 리터러시 프로그램도 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후보는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개선을 공약했다. 장애인 게임 접근성 위원회를 설치하고, 장애인을 포함한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보조 기구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적극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와 유사한 기조가 읽힌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게이머들의 전반적인 권익 보호를 내세움과 동시에, 사회에서 소외되는 장애인들의 게임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공정 해소 및 게이머 보호, 이를 통한 게임의 활성화 촉진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P2E' 등 국내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요소에 대한 정책은 2차 게임 정책 발표 때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安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당연한 것… 공개된 정보에 문제 있다면 처벌해야"
이 외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약을 직접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이재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G식백과'에 출연해 게임과 관련된 높은 이해도와 소신을 유감없이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토크 코너에 출연해 과거 즐겼던 게임 타이틀을 공개하면서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출연을 결정한 것은) 단순히 (2030 게이머들의) 표를 의식 해서가 아니다. 게임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고, 미래를 이끌 산업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임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와 마찬가지로 안철수 후보 또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공개한 확률이 정확하지 않다면 정부 개입과 조사가 필요하며, 문제가 있을 경우 처벌까지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 후보는 자율 규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하며, 10~20%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게임 산업의 진흥에 대해 적극적인 진흥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양성하는 등의 기반을 닦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규제도,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되고 과한 진흥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을 풀어 두기만 하면 시장이 왜곡돼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 만큼,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막고 고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이라고도 덧붙였다.
더불어 규제에 대한 강도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일정 규모 이하의 게임사일 경우 규제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에게는 규모에 적합한 규제를 적용하는 이분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스포츠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e스포츠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의 활약을 하면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위선양에 도움이 되는 만큼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것에는 긍정적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실력의 정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을 뽑아 상무팀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의 게임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된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와 유사한 면이 많다. 특히 게이머들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실제 공개된 것과 다를 시 처벌까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IT 업계에 오랜 시간 몸을 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게임 개발자들의 처우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의사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게임 중독의 KCD 등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히는 등 게이머이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유권자 입장에서 눈 여겨 볼만한 발언들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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