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원작의 구현'이라는 숙제는 해결, 그 다음은? 크래프톤 '다크앤다커 모바일'

등록일 2024년07월25일 10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크래프톤이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글로벌 테스트를 예고하며 게임의 출시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번 8월 글로벌 테스트는 국내를 포함해 미국, 일본, 튀르키예 등의 국가에서 진행된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던전 크롤링과 익스트랙션이 조합된 원작 '다크앤다커'를 기반으로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모바일게임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지스타 2023' 현장을 통해 게임을 공개하는 한편, 연내 출시를 목표로 여러 차례 테스트를 진행하고 개발자를 대거 충원하는 등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넥스트 PUBG'로 낙점하고 론칭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크래프톤은 여러 달갑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이어갈 글로벌 흥행작의 발굴이 절실하고,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원작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의 법적 분쟁 리스크도 존재한다. 동 플랫폼은 아니지만 '던전본' 등 동 장르의 경쟁작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안고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개발 및 서비스할 정도로 '다크앤다커'가 매력적인 IP냐 하면, 물론 과거에는 '당연하다' 였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분명 장르나 '다크앤다커'에 대한 해외 시장에서의 주목도나 시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크래프톤이 목표로 하는 '넥스트 PUBG'를 꿈꿀 정도의 타이틀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크앤다커'의 플랫폼은 모바일이다. 아이러니 한 점이라면 게임의 주 타겟을 국내가 아닌 서구권을 포함한 글로벌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P2W을 극도로 꺼리며 모바일 플랫폼으로는 퍼즐 및 캐주얼, 카지노 슬롯 류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불안요소는 남아있다.

 


 

'원작의 구현'이라는 숙제는 해결, 그 이상을 위한 고민

지난해 '지스타 2023'이 개최되었을 때 경험했던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타협과 원작의 구현'이라는 숙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모습이었다. 당연하지만 반대로 원작 그대로의 경험,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이번 8월 글로벌 테스트에 앞서 미리 경험해본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는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기며 생겨난 변화와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플레이를 위한 여러 고민, 차별화를 위한 흔적들이 대거 엿보였다.

 

하지만 플랫폼을 옮겨오며 새롭게 생겨난 불안 요소, 콘텐츠 기획 측면에서 '장르적 특성을 무시하고 꼭 이걸 추가 했어야 했나' 싶은 것도 존재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플레이 해보면 가장 처음 드는 감상은 원작과 상당히 유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전반적인 플레이 방식은 원작의 그것이지만 도감 시스템이나 대장간 시스템 등은 자연스럽게 타 장르의 게임을 떠오르게 한다.

 

이는 마치 원작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이 원작과 매우 다른 노선을 타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관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각각의 매력 포인트가 다르다. 두 게임 모두 여전히 순항 중이고 크래프톤을 대표하는 타이틀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원작을 하는 유저가 모바일에 접근하고 적응하기는 진입장벽이 있다. 단순히 조작 체계의 불편함 문제가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출시 극 초창기의 '배틀그라운드'는 상당히 무겁고 진중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보다 두드러지는 느낌을 줬다. 특히 초기 얼리액세스 시절에는 나 또한 친구들과 밤을 샐 정도로 미친듯이 재미있게 즐겼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국내 게임사에서 만든 게임이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켰다. (비교적 최근에는 연예인 콜라보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반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적인 콘텐츠들이 빈자리를 채워 나갔다. '잔망 루피' 등의 콜라보는 물론이고 '아라비아 테마', '메카닉 테마', '아틀란티스 테마' 업데이트도 원작을 해본 이에게는 다소 '뜨악' 할 법하다. 이렇게 같은 IP여도 각 게임이 가지는 분위기와 기조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다크앤다커'와 '다크앤다커 모바일' 사이의 분위기 차이가 이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향후 업데이트 방향성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앞서서도 언급한 도감, 대장간 등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과의 차별화를 위한 시도인 것은 이해되나 장르의 문법마저 거스를 필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도감과 대장간이 가장 우려되는 이유는 전통적인 익스트랙션 장르의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전형적인 RPG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연 빌드 기준으로 구현된 도감 시스템은 던전에서 각종 아이템을(내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파밍해서 등록하고 추가적인 스탯 효과를 얻는 시스템이다. 주로 최근 MMORPG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도감은 기간제 도감과 영구 적용 도감으로 나뉘어져 있다. 기간제는 효과가 적용되는 날짜가 표시되며 스탯을 강화하는 승급도 불가능하다. 반대로 영구 적용 도감은 기간이 없고, 주로 낮은 등급 아이템의 세트를 하나씩 아래부터 하나하나 쌓아가는 형태로 누적된다.

 

기간제와 영구제가 명확히 구분되고, 기간제가 한 시즌 내에서만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파밍의 목적성을 제시하는 콘텐츠로 작동할 것 같다. 또 후발주자들의 진입에도 큰 문제는 없다. 영구제는 언제든 채우면 되고, 기간제는 플레이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이 이러한 시스템이 '도감'의 형태여야 했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도감이라는 형태 자체 만으로 오해를 사기에 좋고 또 향후 업데이트 방향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안 요소로 작동한다.

 

대장간 또한 유사하다. 대장간에서는 '장비 단련'으로 장비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데, 아이템을 얻고 거래하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말 그대로 일상인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자신의 장비를 재료를 소모해 확률적으로 강화한다는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웠다. 던전 크롤링 &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굳이 이러한 시스템을 채용해야 했을까 싶은 것이다.

 





 

'배그 모바일' 이상으로 세세한 조작 설정… 게임의 핵심 특징과 충돌하는 모바일

물론 '다크앤다커' 원작 특유의 음침한 던전을 탐험하는 담백한 맛은 잘 살아있는 편이다. 적 모험가를 마주쳐 상대할 때의 긴장감, 시시각각 다가오는 다크스웜의 압박감, 탈출과 파밍을 선택해야 하는 그 과정의 재미도 그대로다.

 

다만 이 게임, 이 장르가 모바일로 즐기기에 적합한가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이제는 장점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점 외에 '꼭 모바일로 즐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잘 와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더 힘을 싣는 것이 바로 설정이다. 설정 메뉴를 둘러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보다도 더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각종 조작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한계를 편의 기능으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 설정 창을 둘러보면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공격 방향의 설정과 헤드샷, 사운드 플레이 등의 요소가 이 게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렇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에임 보정, 자동 파밍 및 문 열기 등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다크앤다커 모바일'도 던전 탐험에서의 긴장감보다는 간소화된 조작에서 오는 불편함과 부족한 재미가 보다 두드러졌다. 대부분의 조작을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어 파밍과 전투에서 오는 재미가 퇴색되고, 손맛을 살리기 위해 수동으로 하자니 모바일이라 불편함이 크게 다가오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사례처럼 원작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게임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문제는 해소된다. 다만 파밍의 손맛, PVP에서의 짜릿한 승부를 원하는 원작 팬들이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이렇듯 원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민한 여러 흔적들은 보이지만 플랫폼, 몇몇 시스템 등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이 게임, 그리고 이 장르와 잘 어울리는지는 여전히 의문과 우려가 남는다. 한편으로는 경쟁작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가운데 아직 아무도 자리를 잡지 않은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는 인상마저 준다.

 

연내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올해는 반 년도 남지 않았기에 사실상 론칭 스펙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과연 크래프톤의 바람대로 '넥스트 PUBG'가 될 수 있을지 출시 후의 성적과 추이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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