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침내 스토리에 목소리를 담다, '블루 아카이브' 메인 스토리 한국어 더빙 비하인드

등록일 2025년07월30일 1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가 개발, 넥슨코리아가 국내 서비스하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는 현 시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인기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출시된 일본 지역에서는 어느덧 5주년을, 국내 및 글로벌 서비스도 4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모바일게임 치고는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인기와 영향력이 공고합니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 인기의 척도이자 지속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2차 창작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2023년 겨울 열린 '코믹마켓 103'에서 단일 IP 기준 참여 서클 수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 외 해외 IP가 달성한 최초의 기록입니다. 당시 참여 서클 수는 1700개 이상으로, '코믹마켓'이 개최되는 도쿄 빅사이트의 서관 1층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2 가량이 '블루 아카이브' IP로 참여하는 서클에 배정될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렇게 인기가 높은 서브컬처 게임임에도 아킬레스건은 남아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메인 스토리 더빙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서버 기준으로 전투나 메모리얼 로비, 당번 설정 시의 대사 등 인게임은 모두 더빙되어 있지만 메인 스토리의 더빙은 튜토리얼이나 '에덴조약' 3장 마지막 등 일부 극적인 장면에만 적용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국어 더빙은 메인 스토리는 물론 인게임 더빙조차 지원되지 않았죠.

 

이러한 '블루 아카이브'의 더빙 미지원이라는 아킬레스건은 한국 및 글로벌 서비스가 시작되고도 꽤 오랜 시간 이어져 왔습니다. 많은 경쟁 서브컬처 게임들이 스토리에서의 더빙을 지원하며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에 몰입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것이라, 국내에서는 한국어 더빙에 대한 수요와 업데이트를 바라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졌습니다.

 





 

이에 개발진은 '선생님'들의 요구에 맞춰 인게임 한국어 더빙을 우선 적용하고, 메인 스토리 한국어 더빙도 '대책위원회' 편 1, 2장을 시작으로 순차 적용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성우들이 직접 가창한 노래, 업데이트 내용을 소개하는 '아로프라 교실!', '카페 메모리얼' 등의 오프라인 이벤트와 연계되는 짤막한 영상, '만마절 기념 특별 방송' 등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메인 스토리 한국어 더빙이 적용된 것을 기념해, 게임포커스에서 개발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 시나리오팀 오현석 팀장, 넥슨코리아 퍼블리싱사업팀 선태우 대리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어 더빙의 도입 배경부터 캐스팅 과정에서의 기준, 디렉팅의 방향성과 더빙 적용 후 개발진의 소감 등을 가감 없이 물어봤습니다.

 

*아래는 메인 스토리 '대책위원회' 편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 시나리오팀 오현석 팀장


넥슨코리아 퍼블리싱사업팀 선태우 대리

 

#시나리오 팀도 녹음 디렉팅에 참여… 감정 묘사에 심혈 기울여

 

우선 한국어 더빙은 언제부터 고려되었는지, 그리고 본격적으로 도입을 결정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현석 팀장(이하 오): 한국어 더빙의 본격적인 논의는 2024년 말 시작됐습니다. 이전부터 늘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보다 스토리의 몰입감을 더하고 더 많은 '선생님'들이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퍼블리셔인 넥슨코리아와 협업해 진행하게 됐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역시 '더빙으로 이야기의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었습니다. 특히 성우 분들이 감정의 변화, 중요 포인트를 조금 더 수월하게 연기하실 수 있도록 시나리오 팀도 녹음 디렉팅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더빙이 없는 텍스트 위주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갖고 있었는데, 메인 스토리에 한국어 음성을 도입하면서 '보이스 중심 경험'으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개발팀 입장에서는 이 전환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오: 그 말씀대로 기존에는 '선생님'들이 직접 텍스트를 읽으며 인물의 감정이나 목소리를 상상해야 했습니다. '선생님' 한 분 한 분 마다 해석과 다양한 감정적 리듬이 존재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더빙을 결정한 순간부터는 해당 텍스트가 하나의 감정선으로 확정된다는 부담감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을 상회하는 기대감과 확신이 있었고, 최대한 텍스트 원문의 맥락을 살릴 수 있도록 녹음 시 디렉션과 감정 묘사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미 일본어 더빙에 익숙해진 유저 층도 많고, 일본어 더빙의 감정선이나 연기에 대한 선호도도 일부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어 더빙의 방향을 정할 때 이러한 기존 유저들의 반응이나 호오는 어떻게 고려 하셨나요

선태우 대리(이하 선): 메인 스토리가 공개된 지 이미 몇 년이 지났고 한국어 음성은 후에 업데이트된 것이다 보니, 스토리를 처음 접하는 '선생님'과 후반부 전개를 알고 있으면서 일본어 음성에 익숙한 기존 '선생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연기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서사가 전개될수록 배경이 드러나며 캐릭터가 점차 입체적으로 변모하거나, 훗날 특정 상황이나 트리거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처음 접하는 '선생님'을 독자로 가정하고,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해 성우분들에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다만 스토리 상 복선이 되는 대사들은 기존 '선생님'들이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미묘한 감정 연기도 함께 부탁 드렸습니다.

 




 

#이미지와 감정, 두 가지를 모두 담아낸 캐스팅

 

성우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기준은 무엇인가요? 목소리 톤, 연기력, 캐릭터와의 이미지 매칭 등 다양한 요소가 있었을 텐데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였어요. 메인 스토리 더빙 이전에 전투 음성, 카페 음성 등에 한국어 더빙이 적용돼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메인 스토리에서는 인게임 보다 훨씬 섬세한 감정 연기가 요구됩니다. 기존에 구축된 캐릭터성과 음성 톤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디테일한 표현을 끌어내야 했다는 점이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지점이었죠.

 

물론 당시 캐스팅이 이뤄지지 않았던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검은 양복'과 같은 '게마트리아' 구성원이나 '마스터 시바' 같은 캐릭터들은 새로이 오디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의 경우 '선생님'들께서 이미 기대하고 계신 이미지와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첫 번째 선정 기준은 그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캐릭터 이미지와의 싱크로율’을 가장 중요하게 봤습니다.

 

두 번째로는 연기력, 특히 짧은 대사 속에서도 감정의 미세한 결을 느낄 수 있는 표현력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이 부분은 다소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내부의 여러 실무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신중하게 조율하여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쪼록 '선생님'들께서 만족하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본어 음성은 느낌 참고만, 매 대사와 상황마다 한국어로 새롭게 주문 및 녹음해

 

연기 디렉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이미 존재하는 일본어 음성을 어느 정도 참고하면서도 한국어만의 해석과 감정선을 부여해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선: 일본어 음성은 처음 연기 톤을 잡을 때 전체적인 느낌만 참고 했습니다. 특정 레퍼런스를 참고하기보다 매 대사, 매 상황마다 캐릭터의 감정을 분석하고 상황에 맞는 연기를 새로 주문했죠. 특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인위적으로 "끝음을 올림 처리해달라"와 같은 주문 보다는, "좋아하는 남성 앞에서 일부러 틱틱대는 소녀처럼 연기해달라"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움을 유도했습니다.

 

대사처리 방식이나 감정선 표현에 있어서는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한국어의 구어체 적인 특성은 살리면서도 각 캐릭터 별 특징적인 추임새는 '블루 아카이브' 일본어 음성을 많이 참고해서 괴리를 최소화했고요.

 

오: 성우 분들께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셨고 연기력 또한 탁월해서, 디렉팅 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메인 시나리오 감상회'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스토리의 흐름 상 중요한 장면이나 감정의 절정이 필요한 대사는 여러 차례의 테이크를 거쳤습니다.

 

저희 역시 작업자이자 한 명의 '선생님'으로서 반드시 최고의 수준으로 구현하고 싶은 장면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세부적으로 요청하기도 했고요. 또 대부분의 성우분들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리테이크를 요청하시면서 '연기에 대한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자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녹음과 달랐던 점이라면, 관계자 모두 정해진 시간 내에 할당된 대사량을 소화하고자 하는 것보다 한 줄 한 줄의 완성도와 감정선에 더욱 신경을 썼다는 점입니다. 더빙을 감상하시는 '선생님'들께도 그러한 진심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진지함 속 청량한 유쾌함, 코믹 릴리프로 완성된 '블루 아카이브' 한국어 더빙

 

최근 여러 경쟁작들이 한국어 더빙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입니다. '블루 아카이브'만의 더빙이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어떤 강점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선: 개인적으로 진지한 서사 속에서 툭 하고 끼어드는 ‘블루 아카이브’만의 청량한 '코믹 릴리프(Comic Relief)'가 정말 일품이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긴장을 해소시키고 스토리 전개를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장면에서는 각 학생들의 특성을 한껏 살려 최대한 애니메이션의 개그 장면처럼 과장된 연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진지한 연기와 더불어서 유머러스하게 처리한 장면들도 많은 '선생님'들이 좋아해 주시는데, 더빙에서도 ‘블루 아카이브’만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선택지를 통해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이야기에 참가하는 구조잖아요. 이는 기존에도 현장감이라는 측면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었는데, 특히 풀 더빙과 합쳐졌을 때 더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인 내가 학생들에게 말을 걸고, 학생들이 내게 목소리를 통해 직접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은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경험이죠. 이는 ‘블루 아카이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 중 이번 더빙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메인 스토리 더빙 결과물이 게임 내에 적용된 이후 개발진 내부에서 느끼신 감상이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제작자 입장에서 만족스럽게 느꼈던 지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오: 각 에피소드마다 존재하는 ‘결정적 대사’는 모두가 보고 싶어하고, 모두가 궁금하게 생각하던 부분이거든요. 특히 이번 ‘대책위원회’ 편에서는 ‘시로코’의 "은행을 털자"나 ‘아루’의 "어째서――――!?", 그리고 엔딩을 장식하는 ‘호시노’의 "다녀 왔어" 등 여러 가지 기대되는 대사가 많았고 실제로 성우 분들의 연기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더빙을 진행하다 보면 오히려 일상적인 부분이나 소소하게 지나가는 장면이 새롭게 ‘최애’ 장면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세리카’가 '선생님'에게 틱틱 대는 장면이나, ‘마스터 시바’가 '흥신소 68'에게 산더미 같은 라멘을 사람 좋게 대접하는 장면 등이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일상감이 묻어나는 장면들을 특히 만족스럽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메인 스토리 순차 더빙에 우선 집중... 인기 있는 이벤트 스토리도 향후 검토

 

‘Serenade Promenade’나 ‘-ive ALiVE!’와 같이 '선생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이벤트 스토리에도 더빙이 적용되길 바라는 팬들의 기대감이 큰데, 추후 이벤트 스토리도 더빙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오: 우선은 메인 스토리를 순차적으로 더빙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인기 있는 이벤트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검토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이번 한국어 더빙 업데이트를 기다려온 '블루 아카이브'의 '선생님'들에게 자유롭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선: '선생님'들에게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 목소리가 더해진 만큼 '선생님'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장면도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한국어 더빙은 저희 개발팀에게도 하나의 큰 도전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선생님'들의 마음에 남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업데이트 될 메인 스토리 더빙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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