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시청률 19.6%라는 대히트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끝난 tvN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tvN은 응팔의인기에 힘입어 조만간 응팔 4명의 주인공들이 출연하는 '꽃보다청춘'의 방영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응팔까지 총 세 개의 시즌을 방송한 응답하라 시리즈는 매번 그 시절의 생활 방식, 트렌드 등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한편 시리즈 특유의 컨셉인 남편찾기가 화제가 되면서 남녀노소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영화, 음반, 방송, 게임 등 지금은 보기 힘든 그 시대의 문화 콘텐츠를 방송을 통해 보여주며 다양한 화제를 낳기도 했다.
게임포커스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세 번째 응답 시리즈의 종방을 기념해 1988년, 1994년, 1997년 그 시절 그 때 게이머들은 어떤 게임들을 즐겼는지 살펴봤다.
그 마지막은 PC 온라인게임 시대를 예고하고 있던 1997년 그 시대를 산 청춘들이 즐긴 게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마고치
최근에는 학생들의 수업 효율성을 낮추는 주범으로 스마트폰이 손꼽히고 있었지만 97년도에는 '다마고치' 기계가 주범으로 지목돼 그 당시 선도부의 압수 1순위 물품으로 오르기도 했다.
일본 반다이가 개발한 다마고치는 기계 속 동물을 키우는 게임으로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출시 당시 일본은 물론 국내를 포함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는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 당시 기계가 울릴 때마다 게임 속 애완동물의 상태를 확인하는걸 들켜 선생님께 혼난 기억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마고치의 경우 반다이가 출시한 정품은 학생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이었기에 정품보다는 이를 변형한 불법 복제품이 많이 판매됐다. 특히 문방구 앞에서 '다마고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대부분의 제품은 반다이의 정품이 아닌 불법 복제품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류 제품 중 '젝스키스' 등 아이돌을 키우는 다마고치까지 출시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다마고치의 성장 시스템은 다양한 작품에 영향을 준 한편 게임보이 어드밴스, NDS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는 등 다양한 파생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디아블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적인 게임 라인업 중 하나인 '디아블로' 시리즈의 첫 작품 '디아블로1'도 1997년 많은 청춘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게임 중 하나였다.
1995 콘도르 게임즈라는 작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의 턴제 싱글 RPG에서 시작한 '디아블로'는 컨셉은 유지한 채 턴제 전투를 실시간 전투로 바꿔 디아블로 설정과 시스템을 정립하게 된다.
특히, 디아블로1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게임의 대표 플랫폼 '배틀넷'을 최초로 선보인 게임으로 배틀넷을 통해 유저들은 게임을 함께 즐길 친구를 쉽게 찾을 수 있거나 물건을 거래할 수 있어 이는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총 25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린 디아블로1은 국내에서도 물론 정식 발매 돼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디아블로 특유의 잔인한 배경이 문제가 돼 많은 수정을 거쳤지만 국내에서의 인기에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한편 디아블로는 총 3편의 정식 넘버링 작품이 출시됐다. 특히 가장 최신작 '디아블로3'는 최근 진행한 패치가 호평을 받으며 차트 역주행을 기록하는 등 출시 4년(확장팩은 2년)을 앞두고 있는 현재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매직 더 개더링
세계 최초의 TCG '매직 더 개더링'은 미국의 수학자 리처드 가필드가 기획한 게임이다. '던전 앤 드래곤'을 주축으로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TRPG 시스템은 높은 몰입도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받았지만 긴 플레이타임 등이 단점으로 손꼽히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게임이 루즈해지는 중간 중간 짧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원했고 이 불편이 바로 매직 더 개더링을 탄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카드 혹은 그 비슷한 물품을 이용한 게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했지만 유저 자체가 카드를 조합한 덱을 만들고 각자의 덱을 이용해 게임을 하는 것은 리처드 가필드가 기획한 매직 더 개더링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기에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을 TCG의 시초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90년대 후반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게임의 존재가 알려지게 됐으며 그 인기를 바탕으로 1996년에는 국내 배급사 인터하비를 통해 정식 발매됐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해인 1997년 IMF 경제 위기가 국내를 덮치면서 카드 판매량은 이전에 비해 급감하고 이후 PC방이 부흥하면서 온라인게임이 게임 시장의 대세로 떠올라 자연스럽게 카드게임의 인기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전히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에서 꾸준히 게임을 즐겼고 현재도 보드게임에 관심 있는 유저들이라면 한 번쯤은 플레이 해보는 게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매직 더 개더링의 카드 수는 1만 5천 종류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플랫폼도 단순히 오프라인 카드게임에서 PC, 콘솔,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출시 돼 TCG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바람의 나라
현재의 거대 공룡 기업 넥슨을 탄생시킨 게임이자 가장 오랫동안 상용화 서비스 중인 게임 '바람의 나라'는 그 당시 PC 통신을 즐겼던 유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머드게임에 그래픽을 입힌 머그게임이다.
인기 만화가 김진이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바람의 나라'는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는 솔로로 하고 일부 콘텐츠만 온라인으로 제공되던 대부분의 게임과는 달리 모든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제공된 최초의 국산 MMORPG였다.
1996년 4월 정식 서비스 시작해 조만간 출시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올드 게임 유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1996년도의 바람의 나라를 복각한 클라이언트를 공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더욱이 유저들이 놀란 것은 넥슨이 복각한 클라이언트가 단순히 전시용이 아닌 실제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었으며 이 게임은 넥슨 컴퓨터 박물관에 전시돼있다.
철권2, 철권3
'버추어 파이터'와 함께 3D 대전 격투게임을 대표하는 '철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철권2'와 세 번째 작품 '철권3'는 97년 많은 청춘 남자들의 격투 본능을 일깨우는데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철권1에서 충격적인 스토리로 충격을 줬던 철권 시리즈는 '철권2'에서도 여전히 충격적인 결말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철권2의 압도적인 그래픽은 언제 어디서나 아케이드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았는데 특히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움직이는 니나의 금발이 등장하는 오프닝 영상은 오락실에서 사람들의 발을 잡는 최고의 비밀병기이기도 했다.
오락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철권2는 1996년 플레이스테이션1로 이식됐으며 게임 자체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국내에서는 직수입 정품이 12만원에 판매되는 등 커다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한편 철권 시리즈의 3번째 작품 철권3는 현재 철권 시리즈에서 '미시마 헤이하치', '미시마 카즈야'와 함께 메인 스토리를 끌고 가는 캐릭터이자 카즈야의 아들인 '카자마 진'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또한 3D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평면적이었던 전투 방식에 옆으로 피하기 등을 추가하면서 전투의 전략을 추가하기도 했다.
오락실에서의 철권3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던 만큼 그 당시 철권3 고수끼리 모인 팀의 소식은 PC통신에서도 화제를 모았고 그들끼리 일정을 잡고 맞붙는 날에는 난다긴다하는 철권 마니아들에게 축제의 장이 벌어졌다.
한편 철권은 정식 넘버링작품과 외전 등을 포함해 총 16개의 관련 작품이 발매됐다. 그 중 작년에 출시된 가장 최신 넘버링 작품이자 시리즈 20주년 기념 타이틀 '철권7'은 카즈야의 어머니인 '미시마 카즈미'가 등장하는 등 출시 전 숱한 화제를 낳았지만 발매 후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둬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1997년도 하드 게이머 박종민 기자의 추천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
PC 게이머, 혹은 콘솔 게이머에게 1990년대는 그야말로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그중 1997년도는 지금 30대 중반 이상의 게이머라면 마음속에 추억을 하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수많은 명작들이 게이머의 가슴에 새겨진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90년대 초반과 다른 점이 있다면 96~97년도의 게임은 2D 일변도에서 점차 3D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디아블로', '파이널판타지7',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용기전승 2', '그란디아', '프린세스 크라운', '퀘이크 2', '포가튼 사가' 등 국내 및 해외 개발사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빛을 발했으며 본격적으로 2D게임과 3D게임이 차기 시장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사실 이 시기의 게임은 특별히 고르지 않고 모두 한 번씩 즐겨보라고 권할 수 있을 정도로 명작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다면 바로 명가 GAME ARTS가 제작한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다.
1992년 첫 출시 이후 가장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출시되며 기자가 기억하는 한 단일 게임으로는 가장 많은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이다. 아직까지 모바일게임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발매 후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용산이나 국제전자상가 등 게임을 취급하는 전문 매장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명실상부 베스트셀러다.
게임의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다. 전설의 드래곤 마스터 다인의 고향 부르크 마을에 사는 아레스가 한 사건을 통해 소꿉친구이자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는 루나와 함께 드래곤 마스터가 되기 위한 여정에 오르게 되는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실 서문에서 언급했듯 동년, 동시대 유난히 걸출한 타이틀이 많이 출시됐음에도 이 타이틀을 선택한 것은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에 가깝고 또 지나치리만큼 담백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90년대 턴제 RPG를 즐겨보고 싶다고 한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줄 수 있을 정도다. 이야기 전개 방식 역시 뻔하고도 분명하지만 화려하고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높은 신분이나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아닌 당시의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담백하고 서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심지어 후반부 돌입 전까지 능력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은 게이머들의 시선을 한 눈에 끌어당겼다.
여기에 귀를 정화하는 매력적인 음악과 각 캐릭터들의 노출이 살짝 가미된 일러스트 연출(남성 캐릭터도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하자)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게임의 분위기를 잘 이어나가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임 내 삽입곡으로 등장한 바람의 야상곡은 오히려 원본인 일본어 더빙보다 북미판 더빙이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역전되는 (순수하게 음악만을 듣기 위한 구입이 이어졌다) 기이한 사태도 생겨났었다.
이 게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마 하루가 꼬박 걸려서 이야기해도 될 정도로 많이 해보고 또 많이 알고 있지만 역시 열 번의 말보다 한 번의 플레이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앞으로 게임계에는 훌륭하고 또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명작들이 나오겠지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난 여전히 이 게임을 다음 세대에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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