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의 오랜 라이벌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오랫동안 '개발의 엔씨, 운영의 넥슨'으로 규정되어 왔다. 한국 최고의 개발력을 보유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 수준의 온라인게임을 선보여 온 엔씨소프트와 잘 나가는 게임을 인수해 더 잘 되게 만드는 넥슨의 기업문화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인가 두 회사의 이미지는 반대가 되었다. 이제는 운영의 엔씨, 개발의 넥슨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넥슨이 꾸준히 많은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는 것에 비해 엔씨는 오래된 게임들을 운영해 돈을 벌어들일 뿐 몇 년째 신작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매년 복수의 온라인게임을 출시하고, 신작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하고 있으며 2016년에도 3종 이상의 온라인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반면 엔씨의 경우 내부적으로 신작 개발시도가 간혹 관측되곤 했지만 사내 허들을 넘어 출시까지 이어지는 게임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그런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뛰어든 시기는 비슷했지만 넥슨이 발빠르게 움직여 자체개발 게임과 퍼블리싱 게임을 연이어 선보이고 국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사례를 늘려가는 데 비해 엔씨소프트는 여지껏 모바일게임을 국내에 단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을 개발중이던 팀이 해체되고 개발이 취소되었다는 소식만 꾸준히 들려왔을 뿐이다.
몇년 동안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과연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개발사의 개발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중국에서 마침내 엔씨소프트의 첫 자체개발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게임(중국제목: 전투파검령, 战斗吧剑灵)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에도 텐센트와의 계약기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는 건 아닌지, 게임이 기대에 못 미쳐 '프로젝트 혼' 이후 한국 PC 온라인게임 소싱에서 손을 뗐다는 말이 도는 텐센트가 한국 모바일게임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런저런 걱정속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텐센트게임에서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게임을 다운로드해 플레이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엔씨소프트의 개발력을 의심했던 것을 사과해야할 것 같다. 엔씨는 엔씨였다.
중국어 해독이 안되어 전투와 그림, 연출로 나오는 흐름만 따라가며 플레이했지만 꽤 오랫동안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스토리에 대한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직관적인 UI, 전투연출, 캐릭터, 시스템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한, 아니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 플레이한 후에는 다른 유저들과의 PVP를 해야 하는데 과금을 할 수 없어 연전연패 상태가 이어졌다. 과금이 가능했다면 아마 상당한 과금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정도 퀄리티라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되니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엔씨는 우수한 개발인력을 꾸준히 보유하고 있었고 그들이 만든 모바일게임이 허술했을 것 같진 않다. 엔씨 스스로가 출시 일정을 밝힌 게임이 한둘이었던가. 그런데 왜 그런 게임들을 출시하지 않고 중단시키거나 미룬 걸까? 대체 엔씨소프트는 왜 모바일게임을 출시하지 않는(혹은 못하는) 것일까?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딘'에 의뢰해 오프닝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한 '패션스트리트' 같은 게임을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텐센트의 퍼블리싱 게임 허들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최근 국내 게임인 사이에서는 '해외게임 퍼블리싱을 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엔씨도 방향은 다르지만 텐센트처럼 지나치게 허들이 높아 게임들이 좌초했던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그저 '충분한 퀄리티를 확보한 게임을 내기 위해'라는 모범답안만 제시하고 있다.
아무튼... 3년째 듣고있는 말이긴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2016년은 정말로 엔씨의 모바일게임 도약 원년이 될 거라고 하고 있다. 3년째 같은 말이 반복되다보니 믿음이 생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게임을 해보니 이번엔 진짜 기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은 생긴다.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게임 국내 출시가 기다려진다. 올해 안에는 국내에 출시할 것이라고 하니 텐센트 버전은 접어두고 정식 출시를 기다려봐야겠다.
다른 개발사들은 조금 긴장을 해야할 것 같다. 엔씨소프트가 올해엔 진짜 예정대로 모바일게임들을 출시한다면, 큰 태풍이 몰아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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