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몰입과 우리의 게임문화를 사회적 관점에서 돌아보기 위한 포럼이 2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강원대학교, 아주대학교, 서울대학교병원, 중앙대학교병원, 한국리서치가 공동 주최한 '게임과몰입과 게임문화 : 게임이용자 패널연구 심포지엄'은 약 2년 동안 2천여 명의 청소년과 부모를 심층 분석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우리 게임문화를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해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건국대 문화콘텐츠 학과 정의준 교수,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 학과 장예빛 교수,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유승호 교수, 중앙대학교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한덕현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게임 과몰입의 원인 ▲자녀의 게임과몰입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 ▲게임 이용시간의 장기적 추이와 영향 ▲게임 이용자의 생물학적 반응에 관한 논의 ▲ADHD와 게임 과몰입군 뇌발달 특성 등 5개 세션으로 구분돼 발표가 진행됐으며, 연구자료 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세션에서 공개된 모든 연구 자료는 결과와 결론이 난 연구가 아닌 여전히 진행중인 연구임을 알려드립니다.
"부모의 과잉간섭이 자녀를 게임과몰입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세션 '무엇이 우리 아이를 게임 과몰입으로 이끄는가'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개한 건국대 정의준 교수는 "지난 2011년 한국에서 게임중독 청소년 캠프가 진행되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됐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결과가 등장했으며 급기야 게임중독을 마약과 같은 유해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연구결과로 활용된 DSM-5의 경우도 많은 문제로 인해 객관적인 설득력을 얻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를 통해 게임과몰입에 대한 또 다른 원인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게임과몰입은 정신질환으로 보는 병리적 관점, 인지적(자기통제)문제로 간주하는 인지적 관점으로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리적 관점의 경우 게임 이용 시간을 통해 수면부족, 사회적 결핍 등으로 문제가 확산되는데 그 논점이 있고, 인지적 관점의 경우 고독, 우울, 사회적 문제, 유전적/후천적 스트레스로 인한 취약층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그 논점이 있다.
즉 게임이 직접적으로 문제의 요소가 되는지, 게임이 아닌 사회적 요인이 중심이 되는지에 따라 학자들 간의 견해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병리적 관점과 인지적 관점 모두 표준화된 지표가 없다는 부분과 실증적 데이터가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2,000명(초:667명, 중: 667명, 고:6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게임이용자와 학부모, 교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조사를 통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에 대한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게임이용시간은 초등학생이 58.5분, 중학생이 66.1분, 고등학생이 61.2분으로 게임은 초등학생이 '마인크래프트',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은 사회과학과 임상심리의 융합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2013년 예비조사의 성과를 토대로 실험군은 과몰입군과 그렇지 않은 정상군으로 구분했으며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 적합한 코호트 조사를 활용해 청소년기의 미묘한 변화 과정을 면밀히 관찰했다.
과몰입에서 일반으로 변한 실험군과 일반에서 과몰입 군으로 변한 실험군을 상대로 한 자기통제, 게임시간, 고독, 스트레스 지수 평가 지표에서는 과몰입에서 일반으로 변화한 실험군의 자기통제력이 증가했으며 게임 이용시간은 줄어들었고 고독지수와 스트레스 지수가 각각 떨어졌다. 반면 일반에서 과몰입으로 변화한 실험군의 경우 자기통제력이 줄어들고 게임 이용시간은 늘어났으며 고독지수와 스트레스 지수 역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을 통해 자기통제의 상승과 하락은 게임 시간의 많고 적음보다 더욱 게임과몰입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 이용시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게임의 사회규범(또래문화) 현상이 가장 큰 영향을 줬으며 스트레스를 주는 핵심 요인으로는 부모의 과잉간섭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자기통제에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교우간 스트레스보다는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으로는 부모의 과잉간섭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실험을 참가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 중 중학생은 부모의과잉간섭 외에도 부모와의 대화 부족도 학업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녀가 스스로 자기통제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장예빛 교수는 부모가 자녀에게 스스로 자기통제를 키워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사는 부모의 양육태도와 심리상태가 자녀의 자기통제 및 스트레스에 주는 영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일반적인 조사와는 달리 청소년과 부모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1,264명을 대상으로 조사(초등학생 428명, 중학생 453명, 고등학생 383명)를 진행했다. 게임이용자의 경우 학업 스트레스, 자기통제, 게임과몰입 및 학교생활 문제 등을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됐으며 1차 조사 이후 12개월 뒤 2차 조사를 실시해 변화점을 살펴봤다.
초등학생 그룹은 부모의 과잉간섭, 비일관성, 불안, 게임에 대한 태도 등의 요소가 학업스트레스와 자기통제, 게임 과몰입 요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반면 부모님이 주는 애정과 게임에 대한 관심, 부모 스스로의 행복여부에 따라 학업스트레스와 자기통제, 게임 과몰입 요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학생의 경우 부모와의 유대가 학업스트레스와 자기통제, 게임 과몰입 요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자녀의 게임 이용을 감독할수록 자녀의 게임과몰입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부모의 개방적인 의사소통 및 게임에 관심과 소통 정도가 요소가 학업스트레스와 자기통제, 게임 과몰입 수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 부모의 합리적 태도와 행복지수, 자기통제가 높을 수록 학업스트레스와 자기통제, 게임 과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부모의 과잉간섭, 불안, 과잉기대 등의 요소가 높을 수록 학업스트레스와 자기통제, 게임 과몰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 교수는 끝으로 부모가 자녀가 왜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는지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녀에게 일관되고 합리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주의 깊은 관심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어린 양육, 부모스스로가 행복감을 가지고 부모 스스로도 보여줘야 되는 일정 수준의 자기 통제, 자녀와 터놓고 이야기하고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게임과몰입을 줄이고 자녀의 자기통제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 이용시간이 길수록 모두 게임과몰입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이용 시간의 장기적 추이와 영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강원대 유승호 교수(건국대 정의준 교수 대체 발언)는 게임 이용시간과 게임 과몰입이 정말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는 일반 군이 아닌 일평균 2시간 이상 즐기는 4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년도 실험에 참여한 남녀비율은 남자가 72%, 여성이 28%였으며, 초등학생(20%), 중학생(42%), 고등학생(38%)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중 과몰입 위험군 및 과몰입군을 포함한 과몰입군과 그렇지 않은 일반군으로 나누어 게임 이용시간 및 학업 성적의 변화 등을 면밀히 살폈다.
하루에 2시간 이상을 게임을 즐긴 일반 그룹의 경우 게임 이용시간이 주변 환경 및 개인적인 의지 등에 의하여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과몰입 그룹의 경우 일반군에 비해 크게 변한 것이 없이 유지됐지만 낮은 비율로 게임시간을 조절하여 게임을 즐기는 집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업 스트레스의 경우 과몰입 그룹이 일반 그룹에 비해 시간이 지나도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일반 그룹의 경우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학업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게임이용시간이 변하지 않은 집단 중 스트레스가 높은 집단의 경우 49점 미만의 낮은 과몰입 지수를 가지는 그룹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형태를 보였지만 80점 이상의 과몰입군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형태를 보였다.
정 교수는 "중독 병리 이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매일 두 시간 이상 게임에 노출된다면 모두 병리적 현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었다. 즉 게임 이용이용 시간에 대한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써 자기통제 손상 및 교유관계 문제, 성적 등에 장기적인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통제 및 스트레스 등이 평균보다 나쁘거나 게임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낮아진 자기통제가 회복되지 않는 취약층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게임 자체는 뇌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활성화물입니다"
'게임 이용자의 생물학적 반응에 대한 논의'에 대해 강연을 진행한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게임을 정말로 중립적으로 놓고 여기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알릴 수 있어 기쁘다. 게임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와 동향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그간 게임에 대한 연구는 중립적이었다기 보다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에 중점을 두고 연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긍정적인 연구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연구결과가 많았으며, 특히 연구 결과의 대부분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중립적 현상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게임 연구가 가진 생물학적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 교수는 생말학적 한계 요소에 대해 ▲게임 이용 층의 좁은 범위 ▲빛이나 소리로 이루어진 단순한 매개체가 아닌 종합 인지기능을 자극하는 게임의 특성으로 인한 뇌연구의 한계(시간 문제) ▲일반적으로 동물과 연계해서 하는 동물연구와의 연계성 문제 ▲게임의 짧은 서비스 기간 ▲장기 추적 연구의 부재 ▲공존질환과의 연계성 등을 꼽았다.
한 교수는 인터넷게임 과몰입은 전두엽이나 측두엽에 취약성이 있는 환자에 있어서 비 균형적 뇌 활성화에 의해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동시에 게임 자체는 뇌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활성화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측전두엽(DLPFC)부터 측두엽의 연결성을 증가시키는 게임의 작용은 '정상인'에서 주의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게임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한교수는 "게임 자체는 활성화물로 생각되지만 이것을 뇌의 어떤 부위 자극에 이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결과에 따라 앞으로 게임의 긍정적 사용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마지막 강의에 나선 서울대 김붕년 교수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IGD(게임 과몰입군)의 뇌발달 특성'이라는 주제로 ADHD와 MDD(우울증) 환자 등 게임 과몰입에 취약한 공존 질환군을 발표했으며 이날 발표에서는 ADHD와 IGD 를 함께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있어 뇌의 연결성 일부가 활성화 되는 연구 결과가 최초로 공개됐다.
김 교수는 "ADHD를 가진 사람이 IGD를 통해 일부 완화가 됐다고 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할 수가 없다. 사실 명확한 답변을 낼 수 없는 결과를 공유할까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연구 결과를 공개하자는 행사 취지에 맞춰 공개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무엇인과 결과를 내려고 마련한 자리는 아니다. 지금까지 한 것 보다는 앞으로 해야 될 부분이 더 많으며 게임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에 대한 꾸준한 관찰 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타당한 연구결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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