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지투온 리부트 : R', 명작 클래식은 추억 보정의 꿈을 꾸는가

등록일 2021년03월24일 13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인조인간, 목성, 오토바이, 콜라 캔…. 이 단어들의 공통점이나 의미를 안다면 적어도 30살에서 40살 정도의 나이를 먹은 게이머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단어들은 다름 아닌 'EZ2DJ' 수록곡들의 별명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PC방과 오락실을 쏘다니며 자랐는데, '펌프 잇 업(Pump it up!)'과 'EZ2DJ 3rd trax'를 즐겨 했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어느 샌가 PC 온라인게임을 더 자주 하게 되고, 또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아케이드 게임은 잊고 지내게 됐다. PC와 모바일게임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아케이드 게임장은 영화관에 갈 때 종종 훑어보고 나오는 정도였다. 아마도 'EZ2DJ', 리듬게임 장르를 최고로 좋아하는 팬이 아니었다면 대부분 나와 비슷했을 것 같다.

 

'EZ2DJ'는 '펌프 잇 업!(Pump it up!)'과 함께 1990년대 후반 아케이드 게임장을 주름잡은 리듬게임이다. 'EZ2DJ 3rd trax'까지 시대를 앞서간 명곡과 비주얼로 최고의 아케이드 리듬게임이란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아케이드 게임장의 하락세와 개발자들의 퇴사로 인한 게임 퀄리티의 하락이 겹쳐지면서 점차 잊혀져 갔다. IP를 활용한 파생작 '이지투온'이 두 차례 서비스 되었지만, 이 또한 적합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과 불안정한 서비스로 인해 금방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차례 아쉽게 서비스를 종료했던 'EZ2DJ'의 파생작 'EZ2ON'이 '스팀'을 통해 발매하기 위해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시리즈가 코나미와의 소송전 패소 이후 이름을 바꿔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던 만큼, 'EZ2AC' 팬들 그리고 나와 같이 어린 시절 아케이드 게임장에서의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팬들에게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지투온 리부트 : R(EZ2ON REBOOT : R, 이하 '이지투온')이 얼리액세스 형태로 17일 발매됐다. 나 또한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게임인 만큼 직접 즐겨본 소감을 이 리뷰를 통해 전한다.

 


 

 

 

미완성 타이틀과 출시 연기 중 고르라면 저는 차라리 후자를 고르겠어요

리뷰인 만큼 솔직히 느낀 감상을 전하고자 한다. 처음 약 3~4일 동안은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고 실망감도 컸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무한 로딩, 싱크 어긋남, 이유를 알 수 없는 게임 실행 불가 오류, 일부 기능 미구현 등 직접 겪은 오류와 버그만 해도 꽤나 다수다.

 

현재 이 리뷰를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일시정지와 다시 시작 등의 일부 빠진 기능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추가하고, 로딩 이슈를 임시 방편으로 해결하는 등 발매 이후 약 일주일 간의 '크런치' 개발을 통해 게임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예 게임이 실행이 되냐 안되냐, 로딩이 되냐 안되냐를 논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싱크도 적당히 맞도록 개선됐고, 극악의 로딩 속도나 무한 로딩 등의 오류도 없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랜덤, 페이더, 일시정지와 다시 시작 등 일부 기능들은 여전히 미구현 상태이며, 기존 아케이드 버전들의 곡들 외에 신규 유저를 유입시키기 좋은 새로운 음원도 절실하다. 이 외에도 유저들의 요구사항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소규모 개발팀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지나치게 닥달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스퀘어픽셀즈 그리고 '이지투온' IP 자체에 거는 유저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중요한 기능들은 대부분 구현되어 있다

 

역시 아쉬운 것은 첫인상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부족한 상태로 발매되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바에는,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완벽을 기해 선보이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비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10명 내외의 소규모 개발사가 별도의 수익 없이 장기간 게임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기자이기 이전에 이 게임을 기다려온 팬인 입장에서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급하게 출시했다.

 

그동안 게이머들은 수 차례의 연기 이후 억지로 발매된 게임들의 결과물과 완성도, 그리고 그 말로를 접해왔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사이버펑크 2077'은 수 차례의 연기 이후 발매되었고 그 결과물은 처참했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도 CDPR은 수정 및 개선 패치를 개발해 내놓고 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래픽카드를 사게 해줘서 고맙다는 차가운 반응 뿐이지 않은가.

 

소비자들은 더 이상 '얼리액세스'라고 봐주지 않는다
 

명작 클래식은 추억 보정의 꿈을 꾸는가

정말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재 시점에서 '이지투온'이 갖추고 있는 경쟁력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보다 어려운 판정 및 난이도를 통한 매니아 층의 지지, 그리고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 보정이 함유된) 수록곡과 리마스터된 BGA들 뿐이다.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시리즈의 부활을 상징하는 새로운 오프닝과 캐릭터, 퀄리티 높은 다수의 신곡과 수준 높은 비주얼로 무장하고 PS4 플랫폼으로 발매될 때를 생각해 보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베테랑 개발자들이 노하우를 모두 녹여낸 타이틀,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소수의 인원이 개발해낸 타이틀을 단적으로 놓고 비교하는 것은 사실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나를 포함해 이 게임에 거는 팬들의 기대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그렇기에 여기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처음 얼리액세스 출시 직후 어떠했느냐 보다는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추억 보정'이라는 명목 하에 일회성으로 게임을 팔고 말 것이 아니라면, 이왕이면 '추억 보정'을 걷어내더라도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수준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곡 확보, 버그 수정, 패턴의 퀄리티 확보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장 농담반 진담반으로 들려오는 '루비걸' 디자인 리뉴얼이라도 시급하게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게임의 완성도가 느리지만 차차 개선될 것이라 믿고 구매한 이들도 많고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또 다른 PC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와의 경쟁, 상생 구도를 바라는 이들의 기대감을 부디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이지투온'이 그려 나갈, 그려 나가야 할 미래

'이지투온'은 PC 온라인에서 무대를 '스팀' 플랫폼으로 옮겼다. '이지투온'은 두 차례 서비스를 종료한 아픈 과거가 있고, 이 번이 무려 세 번째다. 세 번이나 같은 IP를 활용해 재 론칭한 게임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사례다.

 

어렵사리 시리즈가 다시 부활했지만 '스팀'에는 무시 못할 경쟁작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이미 자리하고 있다. 노멀 판정 42ms라는 캐주얼한 게임성, 리듬게임 중에서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비주얼과 수 차례의 콜라보와 타이틀 별 DLC 발매를 통해 확보한 음원 등으로 무장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선점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천천히 쌓아온 수준 높은 비주얼 등 자신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또한 과거 곡들을 DLC 형태로 판매했지만, 'V EXTENSION' 팩과 콜라보 팩 등을 꾸준히 선보이고 PC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멀티 플레이 요소들을 대거 도입하는 등 온전히 '추억 팔이'에만 매진 하지도 않았다.

 

전체적인 방향성 측면에서, '이지투온'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의 영광과 '추억 팔이'에만 의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게임성을 캐주얼 하게 바꾸는 등 '이지투온'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지투온'은 아케이드 시리즈와는 또 다른, 그리고 타 경쟁작들과는 다른 '이지투온'만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한 고민과 결정은 오롯이 네오노비스와 스퀘어픽셀즈의 몫이다.

 


 

'이지투온'은 'EZ2DJ'와 'EZ2AC'의 정신적 계승작이자 현재 시점에서는 사실상 최후의 보루가 된 타이틀이다. 앞서 본문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소감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디제이맥스'와 'EZ2DJ' 시리즈를 모두 좋아하는 리듬 게이머인 입장에서,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와 같이 '이지투온' 또한 시리즈의 명맥을 힘차게 이어 나가는 타이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뷰의 마지막을 '찬가' 플레이 영상으로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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