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오픈월드 액션 RPG '엘든 링'을 클리어했다. 결론부터 적자면 '이 세계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 엔딩을 보기 싫게 만드는' 멋진 게임이었다.
사실 기자와 리뷰어는 '소울라이크' 게임과 그리 친하지 않은 게이머들이다. '인왕' 시리즈는 함께 플레이했지만 리뷰어는 '다크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은 금방 포기했고, 기자는 '블러드본'은 클리어했지만 '다크소울' 시리즈는 맛만 본 정도이다.
'엘든 링'은 시연 버전을 플레이하고 멋진 세계에 매력을 느꼈지만 '이걸 내가 깰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크게 남았었다. 리뷰어 역시 맛만 보고 다음 게임을 하게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며 '엘든 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엘든 링'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리뷰어는 원래 하려던 게임들을 다 미루고 '엘든 링'만 플레이하고 있고 플레이 시간은 100시간을 향해 가고있다.
게임을 금방 포기하게 되면 리뷰를 발행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리뷰를 낼 수 있을만큼 플레이를 했다.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이고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이 게임에 점수를 매기긴 쉽지 않았다.
게임을 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리뷰 작성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게임을 시작하기 전 상황
리뷰어는 '소울' 시리즈 경험이 거의 없다. '블러드본'을 실행하고 첫 멍멍이에게 물어뜯긴 다음 '뭐야 이게?'하고 끈 것이 '엘든 링' 플레이 전 '소울' 시리즈 경험의 전부였다.
'엘든링도 똑같은데?'라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처음 만나게 되는 '림그레이브' 지역이 너무 밝고 아름다워서 살아갈 의욕(?)이 생겼다고 해 둬야겠다. 많은 게이머들이 '엘든 링'을 플레이하며 '다크소울에 있던 것'이라거나 '소울 시리즈는 원래 그렇다'고 하겠지만 '소울' 시리즈 입문자의 시각에서 작성되었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소울라이크'로 분류되는 '인왕' 시리즈는 플레이했다. '인왕'을 클리어하고 '인왕2'는 엔드 콘텐츠까지 모두 즐겼다.
여기까지 읽은 '인왕' 시리즈와 '소울' 시리즈를 모두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예상했겠지만, 물론 주력 무기는 '변형곤봉'이었다. '용호천지'는 '인왕2'의 빛이자 진리이니...
팀닌자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는 게임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왕2'의 무기 밸런스에서 특별히 쉬운 무기는 없다고 밝혔지만 변형곤봉을 써보면 개발자로서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정도로 그의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엘든 링' 플레이는 PS5 버전을 PS5로 진행했다. 해상도 중시로 설정하고 특별히 다른 옵션을 건드리지 않았다. 기자와 리뷰어 모두 프레임 중시 옵션보다는 해상도를 선택했는데, 아재의 느린 반응속도와 노안을 고려했을 때 프레임 차이보다는 안정적 그래픽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다시 모험으로'... 꿈에 그리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싱글 플레이 느낌을 받았어
대개 리뷰를 쓰면 게임 치장을 위해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면서 열심히 분량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엘든 링'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게임이었다. 드넓은 세계에 떨어져 모험과 탐험을 즐기고 강적과 대결하는 단순한 구조. 세상은 기괴하고 아름다우며, 적들은 정말 강하다.
처음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만 보고 '오 평화로운 게임인가'라고 생각하면 트리가드가 '엘든 링'의 세계에 잘 오셨습니다 하고 환영해줄 텐데, 적들의 레벨을 보여주며 넌 아직 얘하고 싸울 레벨이 아니야 라고 하는 게임들과 달리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니 감을 잡기 힘들다. 하지만 딱 봐서 강해보이면 피하고 강해진 후 상대하자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엘든 링'은 첫인상도 그랬지만 플레이 타임이 100시간을 향해가고 데미갓을 다 잡은 현재 시점에서도 과거 플레이했던 게임의 제목이 계속 떠오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인데...
첫 필드는 엘윈 숲이고, 그리폰을 찍고(그렇다. 그리폰이다) 여기저기 배회하다 알 수 없는 무서운 -동부역병지대 같은- 곳에 가서 벌벌 떤다거나... 광산에 들어가 열심히 몬스터를 잡고 루팅하고 보스를 잡고 아이템을 얻는다거나.
탱커(뼛가루)가 보스의 어그로를 획득하면 탱커 어그로를 넘지 않게 세심하게 공격하고 패턴에 따라 바닥을 피하고 페이즈 변환에 맞춰 미리미리 버프를 걸고, 양손검을 든 무분전사도 쌍수단도를 쓴 도적도 야수를 붙이고 라면먹는 사냥꾼도 화염구를 던지는 마법(사실 기도)사도 될 수 있는 세계.
수십번의 보스 트라이로 지쳤지만 '마지막 트라이 가죠!' 하고 도전해 레이드 보스를 잡아버리는 그 희열... 리뷰어는 약 20년 전 그 시절 그 게임을 콘솔로 다시 하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길이 복잡해서 머리싸매는 것까지 똑같다. '여기는 누구 나는 어디?' 검은바위 나락, 첨탑 하층, 줄파락에서 헤매던 젊은 시절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퀘스트 창에서 레벨에 맞는 퀘스트를 찾아 차근차근 진행하던 그 시절, 차근차근 유도하며 세계를 떠먹여주던 와우에 비해 프롬이 제시하는 세계는 굉장히 가혹하지만, 오랜만에 오픈월드로 구현된 기묘한 세상을 '탐험'하는 느낌을 제대로 느꼈다. 처음 가보는 곳은 다 놀랍고 신기하고 무섭고, 지역을 하나하나 탐험해가며 어느새 익숙해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그것 말이다.
물론 비슷한 오픈월드 게임은 많이 있지만, '엘든 링'에서는 '몬스터의 레벨'이 보이지 않고 '퀘스트 마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축복 마크나 지역 표시만 있을 뿐으로 가서 부딪혀 봐야 알 수 있다.
'MMORPG'인 와우가 주는 모험이 친구들과 함께 같이 떠나는 것으로 유저 편의를 많이 고려해 줬다면, '엘든 링'의 그것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모험에 집중한 것이다. 와우라면 모르는 곳에 떨어져도 귀환석이 있고, 채팅으로 물어볼 수 있고, 파티원이 찾으러 올 수 있다. 엘든링은? 나만 믿고 랜턴에 불을 켜야 한다. 벌어놓은 룬을 쓰고 왔어야 한다고 자책하며...
리뷰어가 가장 오래 즐긴, 인생게임인 와우에서 느꼈던 정도의 모험하는 느낌과 충족감을 '엘든 링'에서 느꼈기에 와우와 비교해 길게 적었다.
와우를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 소울라이크 게임이 처음인 사람에게 '분명 어렵고 악의마저 느껴지는 난이도의 게임이지만 분명 해결방법이 있으니 같이 이 세계를 모험해 보자'고 하기 위해 게임을 평하자면, 누군가에게는 대검 하나 들고 거대한 적에게 달려가는 '베르세르크'의 세계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지팡이를 들고 신비한 화살을 뿌리며 거리를 두는 마법 판타지 세계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양손에 세스타스를 끼고 사자를 잡는 판크라티온의 세계가 될 수 있는 게임이 '엘든 링'이다.
약한 채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강해져야 하지만, 강해지는 방법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말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중인, 시작했지만 막막함을 느끼는 게이머들을 위한 조언
가장 먼저 하고싶은 조언은 '룬을 잃었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이다. 게임 특성 상 룬을 파밍할 수 있는 지역이 많다. 몇분의 투자만으로 몇만 정도는 쉽게 획득 가능하기 때문에 수천, 수만 룬 들고 다니다가 죽었다고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다.
죽은 장소까지 가서 시체를 회수하고 다음 축복까지 진행하다 또 죽으며 스트레스 받느니 쿨하게 포기하고 다른 곳부터 가도 아무 문제 없다는걸 명심하자.
모든 아이템을 다 먹고 모든 곳을 다 가 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언급해 두고 싶다. 물론 그런 스타일의 플레이가 취향이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게임 볼륨이 정말 방대하다. 모든 콘텐츠를 경험하려면 100시간 이상 투자해야 할 분량이다. 100시간도 보스 트라이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쉽게 진행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맵이 굉장히 크고 복잡해보일 텐데, 복잡한 맵은 과감히 달려서 스킵하고 보스를 클리어한 다음 가벼운 마음으로 축복 주변을 탐사하면 된다. 축복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전투와 관련해서는 뼛가루와 함께 하면 다른 게임이 된다. '엘든 링'에서 전투의 본체는 '슬라임' 님입니다. '님'을 꼭 붙여주세요. 와우를 할 때 사냥꾼을 해본 적이 없어 사냥꾼들이 왜 펫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알 수 있다. 해파리, 슬라임, 늑대는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다.
이 게임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는 시점은 '화신의 물방울의 뼛가루' 획득 시점이다. 지금까지 빛바랜 자의 모험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본체인 슬라임의 모험기가 시작됩니다라는 나레이션을 붙여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밤과 불꽃의 검'(이하 밤불검)...
- 밤불검 전: 도대체 저놈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거지???
- 밤불검 후: 적을 센터에 놓고 스위치. 적을 센터에 놓고 스위치. 적을 센터에 놓고 스위치...
비슷하게 게임을 이지모드로 바꿔주는 많은 공략들, '대방패+전희', '명도 월은', '서리밟기 전희' 등등이 있지만 말을 얻은 시점에서 보스를 하나도 잡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졸업급 템이라는 점에서 밤불검은 '엘든 링의 변형곤봉-용호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게임에 좌절하고 절망해 접으려는 분이 계시다면 그러기 전 밤불검 한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말레니아 킬.(진짜)
아쉬운 점들
게임을 클리어하기 전에는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게임의 각종 불편한 점들, 애먹은 점들이 합쳐져서 프롬다움을 만들어내나 하는 어렴풋한 느낌은 생겼다. 그래도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니 플레이하며 아쉬웠던, 불편했던 점들을 정리해 본다.
가장 먼저 '길찾기'를 들어야할 것 같다. 주변 소울 팬들은 '전통'이라고 하던데 쉬 이해할 수 없는 센스다. 건물 벽 튀어나온 부분을 밟고 점프해서 올라가다가 어딘가에서 뛰어내려서 난간에 걸치라고요?
지하묘지는 괴랄한 기믹 센스로 짜증나게 하고 탑은 괴랄한 점프/낙하 센스로 짜증을 유발한다. 거기에 궁병이나 매복까지 덤으로 붙어나오니 머리카락을 쥐어뜯게 된다.
솔직하게 적자면 길찾기 공략을 일부 찾아보고 진행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올클리어는 진작 포기하고 엔딩을 보러갔을 것이다. 공략 없이 할 수 없는 게임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너무 고통스러운 길찾기였다.
그나마 초반부는 초심자들을 배려한 것인지 그럭저럭 무난하게 디자인해 놨지만 후반부 선택적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은 그야말로 '악의'에 가득 차 있다.
다음으로 머리방어구. 화난다. 왜 머리방어구 숨김 옵션이 없는 것일까 두고두고 고민해 봤는데 답이 없었다.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에임핵을 쓴 궁병놈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해두고 싶다. 시프라 강에서 마주친 타우렌 사냥꾼들은 모두 백발백중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다섯발자국 안에 화살로 고슴도치가 되어 사망했다.(반복) 봉헌된 설원 촛불. ... 말을 말자.
마지막으로 아름답지만 존재할 뿐인 오픈필드에 대해서도 언급해둬야겠는데, 레거시 던전이나 지하묘지를 제외하면 필드는 그저 '로케이션 사이를 길게 늘여놓은' 것 뿐으로 필드의 몬스터나 길 자체는 의미가 없었다.
세계관에 맞춰 각 지역을 특색있게 표현한 그래픽에는 감탄이 나오지만 결국 중반을 넘어가면 '말 타고 다음 축복으로 이동하는 시간' 이외의 가치는 없게 된다.
아쉬운 점으로 언급했지만 이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와우도 퀘스트 지역과 다음 퀘스트 지역 사이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가 보이면 거기로 '가는 중' 의 의미일 뿐.
뭔가 더 할 것이 있고 신비가 가득했다면 좋았겠다는 것은 끝내고 나서 생각을 해서 나온 것으로, 플레이중에는 경치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거기 할 것, 신비가 더 가득했다면 100시간이 아니라 수백시간을 해야할 텐데 과하다.
총평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기존 소울 시리즈에 오픈필드를 붙였을 뿐이라고 하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 광대한 세계가 매력적이지 않냐고 하면 그렇진 않고 매우 매력적이다.
'엘든 링'에 대해 '이런 저런 부분이 재미있거요', '이런 저런 부분이 조금 별로라서 점수를 깎고요'라고 할 수 있는지 한참 고민했다.
리뷰어의 인생게임인 '와우'에 대해 누군가 '몇점짜리 게임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답변이 곤궁해지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점수로 이 게임을 표현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이 되는 것이다.
프롬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 리뷰어가 발매 후 매일같이 잠도 줄여가며 계속 플레이하고 있고, 낮에는 저녁에 '엘든 링'에서 뭘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2월 말~3월에 많은 게임이 나왔고 그 중 리뷰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게임이 있음에도 '나중에 하지'라고 다 미뤄두게 만든 게임이 '엘든 링'이었다는 정도면 리뷰어가 이 게임을 어떻게 느꼈고 받아들였는지 조금은 전달이 될 것 같다.
결국 고민 끝에 '엘든 링'에 95점을 매기기로 했다. 왜 100점이 아니냐면, 머리 방어구를 투명화할 수 없어서...는 아니고(- 요소긴 했다 분명), 봉헌된 설원에서 게이트 봉인을 풀 때 궁병에게 12번 죽고 5점을 깎았다. 정말로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지면서 '엘든 링'을 플레이하며 처음으로 진심으로 분노했다.
'엘든 링'의 대부분 콘텐츠를 끝냈지만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세상에 머무르고 싶어서 엔딩을 보기 싫어지는' 부류의 게임이었다. 프롬에서 추가 콘텐츠 계획을 어서 발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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