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도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다.
올해도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참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2015년이 모바일게임의 해로 기억될 수도 있으며 어떤이에게는 온라인게임이 더 침체됐던 해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콘솔 게이머들에게는 올 해가 매우 뜻 깊은 한 해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올해도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하고 다양한 게임들을 만났다. 과연 올해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뜨겁게 만들었던 사건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게임포커스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ㄱ'부터 'ㅎ'까지 14개의 자음으로 2015년 올해의 이슈를 정리해보았다.
ㄱ : 한 발 앞으로 성큼 다가온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스마트폰으로 형성된 손바닥 안 모바일시대를 넘어서 게임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줄것이라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 오큘러스 리프트, HTC VIVE, 소니 VR, 삼성 기어 등 수 많은 VR기기들이 차세대 시장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밸브, 그리고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를 비롯해 모바일게임사들도 VR게이밍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지스타2015는 VR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SCEK, 엔비디아, NXC, 소규모 부스들에서 다양한 VR 체험존을 마련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해상도, 컨트롤(입력) 문제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2015년은 VR게이밍의 미래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해였다.
ㄴ : 국내 게임 시장의 양대 산맥 '넥슨과 넷마블'
국내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두 기업 넥슨과 넷마블. 2015년 한 해 동안 넥슨과 넷마블이 게임산업에서 보여준 성과들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장장 4개월여간 매출 1위를 유지하는 등 올해 최고의 모바일게임 자리에 오른 '레이븐 with NAVER'의 성공은 물론, '백발백중', '길드오브아너', '이데아' 등의 신작 게임의 흥행으로 올해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넷마블의 2015년은 그야말로 위대했다. 신작들 외에도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등 장수 모바일게임들도 여전히 건재해 모바일게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기도 하다.
2015년은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넥슨의 이름을 새롭게 각인시킨 한 해였다. 자체 개발작인 '용사X용사', '광개토태왕'으로 시작해 해외의 우수한 게임을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런칭했으며, 넥슨이 기대했던 '도미네이션즈'가 흥행에 성공했고 장르적인 도전이었던 '슈퍼판타지 워' 역시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넥슨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HIT(히트)'는 부동의 1위 넷마블 게임들을 밀어내고 2015년의 정점을 달성하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넥슨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ㄷ : 'Good Bye 다음', 다음 없이 새 출발한 카카오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탄생한 다음카카오. 모바일 1등기업과 2등 검색포털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지 약 1년이 지나지 않아 올해 9월 23일, 다음카카오는 사명에서 '다음'을 지우고 '카카오'가 되었다.
합병 당시 다음과 카카오 양사의 개별 영역에서 독자성을 유지하고 공통 부문에서 협업해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다음카카오'라는 사명 자체에서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모호함이 드러난다"며 새롭게 사명을 변경, '모바일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갈 것을 선언했다.
현재, 카카오는 PC 포털, 다음 앱 등에서 서비스 브랜드로 다음을 남겨두었지만 지난 20년 간 국내 대표 포털로 자리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또 최근 24일 카카오의 계열사인 다음게임과 엔진의 합병이 결정되며 다시 한번 '다음'의 이름이 지워지는 일이 발생했다.
ㄹ : 명실상부 올 한 해를 대표하는 모바일게임 '레이븐 with NAVER'
넷마블이 네이버와 손잡고 야심차게 선보인 '레이븐 with NAVER(이하 레이븐)'은 3월 정식 출시 후 5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고 이와 동시에 7개월 간 매출 순위 1위를 고수하던 클래시오브클랜을 끌어내렸다. 넷마블과 네이버는 게임 출시 초기부터 포털 메인 광고, TV광고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지속했고 그 효과는 '레이븐'의 폭발적인 인기와 우수한 성적으로 입증되었다.
지난 해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시작되었던 모바일게임 광고 경쟁은 레이븐으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고 이제 유명 모델을 기용한 TV광고는 대부분의 모바일게임들이 따라 하는 트렌드가 됐다. 또한 지난해 '블레이드 for Kakao'에 이어서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 총 5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올해의 게임으로 자리했다.
ㅁ : 2015년 온라인게임 최고 기대작 '메이플스토리2'의 아쉬운 성적
넥슨의 인기 온라인게임이자 장수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정식 후속작 '메이플스토리2'는 올해 온라인게임 업계 최대 기대작이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놀이터와 같은 전작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고 유저 창작 콘텐츠(UGC)를 대표 시스템으로 내세웠지만 메이플스토리2는 현재 메이플스토리 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 아쉬움을 낳고 있다. 메이플스토리2로 온라인게임 재부흥기를 꿈꿨지만 올해 역시 '국내 온라인게임은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을 다시 던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메이플은 메이플. 메이플스토리2의 반등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ㅂ : 올해 게임 광고계를 점령한 '배우들'
강소라, 김광규, 김대명, 김수미, 김소은, 김슬기, 고경표, 고창석, 곽도원, 김남길, 라미란, 마동석, 박보영, 백진희, 백윤식, 손호준, 선우용여, 성동일, 신구, 신세경, 신소율, 유인나, 유해진, 이나영, 이병헌, 이선균, 이순재, 이정재, 장동건, 정우성, 차승원, 하연수, 하지원, 하정우, 한고은, 황승언, 황정민 등 올해 각종 게임 홍보모델로 활동한 배우들만 나열해도 어마어마하다.
이전까지는 인게임 프로모션에 집중하거나 아이돌, 이슈가 될만한 스타를 홍보모델로 기용했다면 특히 올해는 모바일게임들이 대형 TV CF를 선보이며 그에 걸맞는 역대급 모델들을 선정했다. '레이븐'의 차승원을 시작으로 불이 붙은 모바일게임 광고 열풍으로 이제 내로라하는 국내 배우들은 게임 광고를 거쳐갔다. 급기야 최근 네시삼십삼분은 차별화를 위해 '로스트 킹덤'의 홍보모델로 세계적인 '배우' 올랜도 블룸을 선정하기도 했다.
ㅅ : 마니악한 장르 게임도 통한다 '신 하야리가미'
니폰이치소프트웨어의 플레이스테이션 VITA 전용 호러게임 '진정한 도시괴담 신 하야리가미(이하 신 하야리가미)', 마니악한 장르로 분류되는 텍스트 어드벤처임에도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타이틀이다. 관련 미디어믹스가 존재하는 작품도 아니며 유명 성우나 원화가가 참여한 작품조차 아니었지만 신 하야리가미는 출시 전부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모았고 그 관심은 실제 판매로도 이어졌다.
신 하야리가미 한글판을 출시한 인트라게임즈는 신 하야리가미의 정식 출시 전부터 티저 홈페이지를 오픈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 및 진행 방식의 소개부터 게임의 콘셉트에 맞게 게이머들로부터 괴담 및 호러 사진, 일러스트 등을 투고 받아 게재하고 호러 웹툰을 여러 차례 공개해 한 달 만에 페이지 뷰 1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신 하야리가미는 한정판은 물론 초판마저 모두 동이 났고 추가 주문까지 이루어지며 인트라게임즈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되었다. 이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VITA 유저들이 다양한 장르의 타이틀도 수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인트라게임즈를 비롯 다른 퍼블리셔들도 여러 장르의 게임을 가져오는 것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ㅇ :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전 사장 타계
일본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사장의 별세 소식이 들려온 지난 7월 13일, 게임업계의 큰 별이 져 전세계의 수많은 게이머들이 안타까워했다. 2002년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대기업 닌텐도의 대표로 취임한 이와타 사토루는 개발자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던 인물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닌텐도 DS와 닌텐도 Wii의 대성공을 꼽을 수 있는데, 휴대용 게임기와 가정용 거치형 게임기로 다시 한 번 게임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데 성공했다.
'명함에는 사장, 머리로는 개발자, 마음은 게이머'라는 명언을 남겼듯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영원한 게이머로 남을 이와타 사토루의 마지막 결정인 DeNA와의 모바일게임 개발이, 닌텐도에 또 어떤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지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ㅈ : '중국', 중국 모바일게임과 게임사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
2014년 말미부터 예고되었던 중국 게임, 중국 게임사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었던 2015년. 이전에는 대행사 혹은 전문 퍼블리셔를 거쳐 들어오던 중국 게임들이 넥슨과 넷마블과 같은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 소개되며 유래 없는 마케팅 규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로코조이, 룽투코리아 등은 국내 지사를 설립후 우회상장까지 성공시키며 한국에서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외 유명 IP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편,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진출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국내 많은 모바일게임들이 한국식 BM에서 벗어나 중국 게임의 BM을 도입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소위 '도탑전기 류'로 일컬어지는 게임 진행 및 성장 시스템과 중국식 과금 모델(BM)은 1년 사이 국내 모바일게임 유저들에게 무척 익숙한 시스템이 됐다.
ㅊ : 3년만에 공개된 '창세기전4', 팬들의 아쉬움
2015년 1월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4'의 FGT(비공개테스트) 참가자를 모집하며 3년 만에 게임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MMOPRG로 등장하는 최초의 창세기전이었으며 평행우주 세계관 설정을 도입해 전작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어서 특히 팬들의 기대가 컸다. ‘창세기전4’에 대한 수많은 팬들의기대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지난 4월 약 3천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준비된 1차 CBT에는 10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그러나 1차 CBT 이후 유저들의 반응은 대부분 아쉬움이었다.
소프트맥스는 2차 CBT를 거치며 다양한 점을 개선했지만 최신 MMORPG들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전작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지니고 있는 유저들은 물론 이제 이 작품을 통해 창세기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신규 유저들에게는 더욱 장벽이 높아진 게임 창세기전4. 2016년 공개될 정식 서비스 버전의 모습에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뒤따른다.
ㅋ : SCEK '카와우치 대표'와의 이별
2010년부터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의 대표로서 국내 콘솔게임 시장을 다시 일으킨 카와우치 시로 대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SCEJA 본사로 돌아간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플레이스테이션 전파에 온 힘을 기울여 왔는데 그의 노력 덕에 한글판 출시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던 '드래곤퀘스트', '메탈기어솔리드', '용과같이' 시리즈 등 일본 대형 IP들의 한국어화가 이뤄졌다.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행사에서 보인 눈물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이 때 눈물을 흘린 탓에 카와우치 대표의 SCE 내부 별명은 '울보'가 되었다. 국내 콘솔 게이머들로부터 오랫동안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은 카와우치 대표와의 이별은 아쉬운 일이지만, 카와우치 대표의 한국 콘솔시장 성장을 향한 앞으로의 행보는 본사로 돌아가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ㅌ : 올해의 마지막 MMORPG '트리 오브 세이비어'
넥슨의 온라인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개발사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의 전작인 '라그나로크'의 추억에 젖은 유저들이 관심을 갖던 작품이다. 캐릭터의 외형과 배경, 정통 RPG를 표방하는 게임 시스템 등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네오클래식 RPG'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을 정도로 고전적인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
기대감을 그대로 반영하듯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출발 성적은 무척 양호하다. 당초 정통 RPG를 표방했기 때문에 이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유저들만이 게임을 즐길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현재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신규 유저들로 넘쳐나고 있다.
게임트릭스의 조사에 따르면 트리 오브 세이비어은 게임 오픈 첫 날 PC방 사용시간 순위에서 전체 18위, 장르 10위를 기록했으며 주말을 거치며 게임트릭스 PC방 사용시간 순위 10위, 장르 순위 6위를 유지 중이다. 상용화 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는 만큼 게임과 유저들에게 적합한 수익 모델이 도입되길 기대해본다.
ㅍ : 명작의 명성을 확인한 순간, '파이널판타지14'의 성공
스퀘어에닉스의 명작 시리즈 파이널판타지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MMORPG '파이널판타지14'. 이미 글로벌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아이덴티티모바일을 통해 지난 7월 국내에 소개됐다. 탄탄하고 풍족한 콘텐츠와 균형 잡힌 시스템을 갖춘 파이널판타지14는 온라인게임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리즈의 팬 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유저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특히 업데이트 이슈 등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레터라이브' 프로그램을 통한 아이덴티티모바일 운영진과 스퀘어에닉스의 요시다 나오키 PD의 적극적인 소통 방식은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과는 성격이 달라 유저들의 진입 장벽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안정적인 운영으로 꾸준히 유저가 증가하는 추세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은 한국만의 전용 콘텐츠와 글로벌 서버 버전을 따라잡기 위한 빠른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파이널판타지14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ㅎ : 연말을 장식한 강자 'HIT(히트)'
현재 국내 모바일RPG 중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넥슨의 'HIT(히트)'. '리니지2', '테라' 등으로 대형 MMORPG를 개발한 박용현 대표가 처음 선보인 모바일게임으로, 개발사 넷게임즈는 HIT에 언리얼 4엔진을 도입해 화려한 액션의 타격감과 비주얼을 한껏 살렸다.
히트(HIT)는 정식 출시가 이루어지기 전 사전 오픈 만으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하반기 모바일 기대작 중 가장 압도적인 흥행력을 자랑했다. 정식 서비스 후 구글플레이에서도 매출 1위에 등극, 넥슨 모바일게임 최초로 양대 마켓에 1위에 올랐다. 또한, 최근에는 출시 40여일만에 누적 다운로드 300만건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놀라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은 히트(HIT)의 결정적인 흥행에 힘입어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모바일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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