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아츠(EA)의 대표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The Sims'가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이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의 자리를 지켜낸 'The Sims' 시리즈의 발자취를 돌아보았다.

사이버 인형 키우기로 시작한 'The Sims', 글로벌 게이머를 사로잡다

2000년 2월 4일 PC로 출시된 'The Sims'는 당시 게임 시장에서는 드물게 사람의 인생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동안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비롯한 많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경영자가 되어 국가 또는 특정 시설 등을 운영했던 것과 달리, '심'이라는 가상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모든 생활을 조종하는 'The Sims'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The Sims' 시리즈가 게이머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데에는 어린시절 즐겨하던 인형 놀이를 일종의 게임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린시절부터 장난감 또는 인형에 가상의 인격을 부여하고 역할을 부여해 또다른 생활을 즐긴다는 것. 주어진 목적이나 결말이 없지만 플레이어가 '심'을 성장시키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샌드박스' 형태의 게임을 도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2016년 2억 장의 판매를 기록한 'The Sims' 시리즈지만, 그 탄생에는 조금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The Sims' 시리즈를 만든 맥시스(Maxis)의 개발자 '윌 라이트(Will Wright)'는 1991년 오클랜드-버클리(Oakland-Berkeley)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집을 잃었다.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그가 집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 의외의 재미를 느끼고 이를 게임으로 만들고자 생각했던 것이 'The Sims'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동성애 코드, 소망 시스템 도입 등 끝없는 도전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서는 최초로 사람의 인생을 대상으로 한 만큼, 'The Sims' 시리즈는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우리의 시대상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The Sims'의 첫 작품에서 '심'간의 동성애가 가능하도록 한 것. 'The Sims'가 처음 발매되었을 당시인 2000년에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The Sims'의 도전은 게임업계에 큰 의미를 준다. 초기 시리즈에서는 단순한 동거 형태의 시스템 만을 제공했지만, 이후 시리즈에서는 결혼식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여기에 'The Sims2'부터는 플레이어가 직접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소망(Wants)' 시스템을 도입해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첫 작품인 'The Sims'에서는 후손을 낳고 가족을 만드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목표가 없었지만, 재산이나 인기, 지식, 로맨스 등의 야망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는 목표치를 도입해 몰입할 수 있는 부분들을 추가로 제공했다는 평가. 이처럼 단순한 인형놀이를 넘어 가상의 인생을 창조한 'The Sims2'는 2004년 발매 이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정도로 사랑받는 타이틀이 되었다.

판타지 요소와의 결합도 'The Sims' 시리즈에서 중요한 변화다. 기존의 'The Sims' 시리즈는 현실과 비슷한 세계에서의 생활을 다루고 있었지만, 첫 확장팩 'The Sims: 별난 세상'을 통해 바퀴벌레가 가득하거나 외계인이 등장하는 등 보다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였다. 특히 플레이어가 가상의 인격체로 만드는 '심'에게 뱀파이어 등의 새로운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점도 당시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다.

감금부터 완전한 사육까지, 'The Sims' 즐기는 방법도 천차만별

나를 본 딴 심을 만들고 키우는 것이 'The Sims' 시리즈의 주된 목적이지만, 게임의 플레이 방식이 워낙 자유롭기 때문에 다소 괴이한 플레이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의미없이 '심'을 가둬서 죽이는 플레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등의 독특한 플레이 방식도 게이머들이 'The Sims'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 초기 시리즈에서는 '심'을 죽이는 것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지만, 2014년 출시된 'The Sims4'의 트레일러에서는 제작진 측도 수영장에 벽을 세워 '심'들을 익사 시키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등 변칙적인 플레이도 'The Sims' 시리즈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다 예쁜 '심'을 만드는 것도 'The Sims' 시리즈를 즐겨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의 재미 중 하나다. 게임 상에서도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게이머들을 위해 유저 제작 모드들이 다양하기에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 모드를 설치해 '심'을 꾸며 나가는 것도 'The Sims'가 만들어낸 독특한 게임 이용 방법이다. 이 밖에도 가계도를 무시하고 혈통을 계승하거나 조금 독특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고 때로는 게임이기에 가능한 여러 콘텐츠에 도전해볼수도 있는 것이 'The Sims'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은 비결이다.

과도한 확장팩 비판도 존재, 'The Sims' 시리즈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게임업계 최초로 인생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The Sims'지만, 시리즈 특유의 과도한 확장팩 판매 전략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The Sims4'를 기준으로 아이템 팩 및 확장팩을 포함해 32개의 DLC가 존재하며, 'The Sims2'에서는 확장팩의 용량이 너무 커 전부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 여기에 DLC의 분량 역시 가격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나오면서 'The Sims' 시리즈의 과도한 판매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차기작에서는 'The Sims4'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지에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The Sims' 시리즈를 개발했던 맥시스 에머리빌 스튜디오가 폐쇄되면서 향후 시리즈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핵심 개발진은 하위 조직인 '더 심즈 스튜디오'에 남아있으며 최근 소니의 차세대 콘솔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5'를 통해 'The Sims'의 차기작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The Sims'의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20년간 개척해온 'The Sims'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줄 것인지, 'The Sims' 시리즈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