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울고 웃다보니 어느새 지나간 2시간, 꼭 봐라, 두번 봐라

등록일 2021년02월15일 08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여년 전... 당시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일본문화 개방 후, 운동권 만화동아리만 있던 학교에 선후배들과 애니메이션 감상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일본문화가 정식 수입되기 전인 8~90년대에도 당연히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을 즐기던 선배 오타쿠들은 존재했고 나이를 먹고 나서야 일본문화가 정식 수입되어 붐을 일으키는 것에 묘한 느낌을 받는 분이 많았다.

 

'젊은 친구들은 이제 덕질을 시작하지만 나는 이미 나이를 먹었고 덕심이 다 불타 하얀 재만 남은 상태'라고 하는 선배 오타쿠들이 많았는데, 당시엔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나는 달라, 평생 현역 오타쿠로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니 의지와 관계없이 덕심이 완전연소해 재만 남는 현상을 피할 수가 없는 현실에 '이것이 늙음인가' 같은 멍한 생각과 함께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간만에 뜨거운 작품을 만나 다 불타 남은 재마저 바람에 날아가버린 줄 알았던 40대 중반 덕후 아재의 마음에 다시 불이 붙고, 열심히 찾아보고 만화와 블루레이를 사모으려고 아마존을 뒤지고, 다른 작품들도 돌아볼 열정이 생겨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본 덕분이다.

 



 

서두로 돌아가 20여년 전, 기자가 활동하던 애니메이션 동아리(노이타미나)에서는 '진 겟타로보 세계 최후의 날' 종일 상영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상영회 고지를 하고 대형 강의동을 빌려 아침부터 밤까지 중간 식사타임을 가져가며 하루만에 전편을 함께 감상하는 행사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뜨거운 이야기를 함께 지켜보고 힘들지만 뜨거운 무언가를 함께 느끼고 가슴에 간직한 채 귀가하는 보람찬 행사였는데...

 

상영회에 참석했던 선배 오타쿠의 감상문이 지금도 생각난다. '완전히 불타 하얀 재만 남은 가슴에 기름을 붇고 불을 붙여 강제로 다시 타오르게 하는 작품이었다', '보고 나니 다시 덕질 열정이 살아난다' 는 내용이었는데, 당시에는 그저 재미있는 감상 정도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보고 온 기자는 당시 선배 오타쿠가 느꼈던 그 느낌을 그대로 받고 있다. '아 정말 그런 거구나, 가능한 거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무심히 넘긴 작품들 중 보석이 없을까 되돌아보고, '귀멸의 칼날' 만화 뿐만 아니라 다른 만화들도 다시 돌아보는 덕질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느낌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보러 들어갈 때에는 '이게 일본 역대 흥행 1위라고? 에이 코로나 덕이겠지, 내가 직접 확인을 딱 해 주겠어' 같은 생각으로 들어갔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눈물콧물로 엉망이 된 상태로 '렌고쿠상 돌려내라 이놈들아 ㅠㅠ', '혈귀 놈들에게 꼭 복수해라 탄지로' 같은 생각과 함께 극장을 나서게 되었다.

 



 

40대 아재가 소년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엉엉 우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가 싶었지만, 다행히 전후좌우 모두 울고 있어서 '사람 울리는 작품을 봤으면 울어야지, 울어도 돼'라는 멍한 생각도 했다.

 

이미 만화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완벽한, 아니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들인 애니메이션에 훌륭한 연출, 성우들의 열연이 합쳐지니 내용을 알고 어쩌고를 떠나 손에 땀이 나고, 울고 웃게 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살아 있네' 같은 멍한 생각과 함께, 이런 훌륭한 작품이 벌써 끝이 났다는 것이 새삼 충격적이기도 하고. 지난주말부터 틈만 나면 단톡방에, 주변 친구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원작이나 TV시리즈를 봤고 극장판을 아직 안 봤다면 꼭 혼자, 혹은 친구, 가족과 함께 극장으로 달려가 감상하시기 바란다. 영화부터 보고 입문해 원작과 TV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경우도 많으니 원작을 안 봤다고 꺼릴 것도 없어 보인다.

 

내용은 단순하다. 혈귀가 귀살대를 노리고, 귀살대는 그에 맞서 싸우고 사람들을 구해낸다.

 

권선징악, 힘있는 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 단순하고 묵직한 교훈적 테마를 직설적으로 늘어놓는데도 액션, 스토리, 열연이 더해지니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요즘 세태에선 참신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보러 간다면 티슈를 꼭 준비해 기자처럼 눈물 콧물을 주체하지 못해 고생하는 일 없으시기 바란다. 기자는 더 큰 관에서 한번 더 볼 예정이다. 두번, 세번 봐줄 만한 퀄리티의 걸작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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