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 최대의 게임기업인 텐센트의 2012년 신작발표회가 개최됐다.
중국 내에서의 텐센트의 위상을 확인시키듯 이날 행사에는 중국의 게임 전문기자 300여명이 참석해 텐센트의 신작 게임들을 지켜봤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뿐만 아니라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 등 한국 게임들도 중국 유저들에게 공개되어 관심을 모았다.
총 12개의 게임이 공개 된 이 행사에서 게임관계자 및 기자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게임은 바로 엔씨소프트의 최신작 블레이드앤소울. 이미 한국에서도 2012년 최대의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블레이드앤소울에 대한 중국 유저들의 기대감은 엄청났다.
특히, 이 행사에는 블레이드앤소울의 개발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배재현 전무가 참석, 게임을 직접 소개하고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 서비스 일정을 발표해 중국 유저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게임포커스는 중국 현지에서 블레이드소울의 개발 총책임을 맡고 있는 배재현 전무를 만났다.
사실,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에 거는 기대는 상상이상이다. 지난 2008년 아이온 이후 이렇다 할 신작이 없었기 때문에 세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성장동력을 잃고 한계에 부딪혔다는 위기론이 등장했고 엔씨소프트는 블소의 성공을 통해 이러한 불안을 떨쳐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해에는 프로야구단 창단과 관련해 야구단의 모기업으로서 엔씨소프트의 운영능력에도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때문에 더욱 블소의 성공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하필 전 세계적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디아블로3와 정면으로 만나게 됐다.
"의도한게 아닌데 어쩌다 보니 항상 그렇게 됐습니다. 그냥 팔자라고 생각해야죠 이제는..."
"엔씨소프트가 위기라는 이야기는 항상 있었습니다. 리니지, 리니지2를 출시할 때도 그랬습니다. 리니지를 출시할때는 디아블로2를 만났고 리니지2 때는 WOW를 만났죠. 그런데 이제 다시 디아블로3를 만나게 됐네요.(웃음) 디아블로3를 신경쓰기 보다는 우리게임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디아블로3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지만 배재현 전무는 생각보다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엔씨소프트의 가족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저 개인으로서도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꼭 한번 이루어내고 싶은 바람입니다.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등이 어느정도 중국에서 성과가 있었기는 했지만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블소가 그 오랜 바람을 꼭 실현시켜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내로라하는 게임기업이고 내놓는 게임마다 성공했다고 해도 좋을만한 엔씨소프트였지만 사실 중국시장의 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실패했다고 했어도 좋을 만큼 고배를 마셔왔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와 배재현 전무가 중국시장에 갖는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중국의 파트너인 텐센트는 확실히 다른 중국기업들과 다르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개발사인 저희보다 더 게임에 애착을 갖고 성공을 시키기 위해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저희쪽에서 귀찮을 만큼 중국시장의 성공을 위해 많은 요구를 하거든요. 중국에서 텐센트의 성장이 괜히 이루어진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텐센트는 이미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의 국내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하며 대성공을 시킨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씨소프트도 이전과 달리 블소의 중국성공을 어느정도는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블소는 오는 8월 중국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CBT 이전의 FGT(포커스그룹 테스트) 형식이지만 참여자가 수천명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CBT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한 대규모 테스트.
"중국 서비스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저희쪽에서도 이미 중국 전담팀을 별도로 만들어 놨습니다. 블소의 중국서비스를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 현지 개발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최대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리니지, 아이온 등 판타지 장르로 실패를 맛본 중국에서 하필, 무협게임으로 첫 성공을 위한 도전을 하게 됐다. 무협의 본고장에서 무협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과연 없을까?
"사실, 한국 무협의 원류는 60년대 대만 무협입니다. 한국과 중국 무협의 가장 큰 차이는 소재의 스펙트럼이라고 봐야합니다. 한국 무협의 소재가 다소 한정되어 있는 반면 중국 무협은 큰 나라답게 다른 많은 문화를 받아들여 발전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오히려 중국유저들은 무협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러한 퓨전적인 무협은 바로 블소가 가진 장점이고 그렇게 때문에 중국 유저들에게 충분히 어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블소는 이종격투기에서 사용되는 암바기술을 등장시키는 등 동서양의 문화와 현재 전세계적인 트렌드를 적절히 조화해 무협이 가진 낡은 느낌 보다는 더 새롭고 현대적인 느낌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사실, 블소는 디아블로3 뿐만이 아니라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수많은 온라인게임들과 그들의 홈그라운드인 중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도 과거와 달리 국산 게임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중국의 온라인게임들이 수입되며 국내시장에서의 중국게임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기술적인 수준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밀릴 수도 있죠. 그동안 중국의 게임들은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해외의 우수한 인력들을 영입해 게임을 만들면서 캐릭터나 비주얼등의 디테일한 부분도 상당히 개선되어 가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죠. 한국이 몇년 일찍 온라인게임을 시작해 현재 앞서가고 있지만 사실상 이제는 그런 차이도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할 듯 합니다. 조만간 중국이 한국을 앞지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현재 블소가 그 어떤 중국 게임들보다 중국유저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배재현 전무의 중국 게임산업에 대한 평가는 날카로웠다. 한국 최고의 게임기업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게임들을 배출한 개발자다운 냉철한 판단이 엿보이기도 했다.
중국게임과 산업에 대한 경계를 내비치긴 했지만 배전무의 자신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중국유저들의 반응을 보면 적어도 블레이드앤소울과 중국게임개발사들의 차이는 여전해 보였고 그것이 엔씨소프트라는 세계적인 게임개발사가 가진 힘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사실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전 산업을 통틀어 세계 1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내기업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결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늠한다면 엔씨소프트는 중국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기업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최근 몇년간의 중국시장에서의 아픔이 엔씨소프트와 블소에게는 좋은 약이 되었을 테고 또한, 항상 그래왔듯이 디아블로3라는 경쟁작도 블소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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