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경제, 문화발전의 커다란 축을 담당한다고 자신하는 국내 게임, IT업계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다.
외형적으로는 전 세계와 경쟁할만큼 성장했으나 구조적 시스템을 비롯한 직원들의 의식수준은 개발도상국은 커녕 후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CJ E&M의 자회사인 CJ게임즈의 권영식 대표가 9억원대의 게임머니 불법 환전 사건으로 구속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업계가 커다란 충격에 휩쌓이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일 시가 9억원어치에 이르는 게임머니의 불법 환전에 관여한 혐의로 CJ게임즈 대표이사 권모(44세)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올해 초 불법 게임머니 환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넷마블 관계자 중 일부가 게임머니 불법환전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권 대표는 지난 2010년 8월 넷마블 게임머니 9억여원 어치를 환전업자에게 되팔아 불법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게임머니의 현금 환전은 불법이다.
그 동안 말단 직원 및 중간 관리자들에 의한 게임머니 불법 환전 사건은 몇 번 있었지만 회사의 고위직인 임원이 직접 불법 환전에 관여한 사건은 사상 처음이다.
또한, 지난 7일에는 국내 최대 검색포털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비품 관리 담당 직원이 천문학적인 수십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직원은 PC, 책상 등 회사 비품을 필요한 수량보다 과도하게 주문한 뒤 남는 비품을 다시 외부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십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NHN은 내부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NHN은 국내 인터넷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IT기업이며, 게임사업본부인 한게임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에도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개 직원이 수십억원을 횡령할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외형의 크기 만큼 내부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NHN 한게임은 지난 해에도 속칭 '짱구방'이라 불리는 온라인 사기도박에 자회사의 직원이 직접 관여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초에는 게임포털 피망을 운영하는 네오위즈게임즈가 불법 환전상들이 게임내에서 버젓이 활동하도록 방치, 이를 통해 불법 이익을 챙긴 혐의로 해당 법인과 관련 직원 2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 밝혀지는 사건은 실제로 발생하는 많은 사고들 중 일부이며, 회사 내부적으로는 공금횡령과 같은 도덕적 해이에 의한 사고가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기업들이 자사의 이미지가 추락할 것을 우려해 쉬쉬하고 있는 것 일 뿐"이라고 게임업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지난 해 발생한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저 개인정보 유출사건도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커들의 해킹에 의한 사고이긴 했으나 사건발생 후 대처와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넥슨의 무성의와 미흡한 대처는 수 많은 게임유저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넥슨의 도덕적 해이가 사고를 더 키웠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넥슨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도 몇 년전 직원들의 게임개발 기술 유출로 최근까지 몸살을 앓았다.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인 리니지의 최신기술이 핵심 개발자에 의해 유출되면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몇 년간 법정싸움을 해왔으며, 일부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또한, 몇 년전에는 엔씨소프트의 한 중간 관리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통해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겨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사회연구소 홍 모 연구원은 "모럴해저드로 인한 사고는 결국 다수의 선의의 피해자를 낳는 특징이 있다"며, "사고의 특성상 초기에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본인의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결국에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대형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일 뿐, 더 깊이 살펴보면 작은 기업들에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며, "기업들이 더욱 철저히 시스템을 만들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