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감독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국산 애니 걸작 '연의 편지', 악뮤 이수현 연기도 좋았어

등록일 2025년09월16일 15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가 10월 1일 개봉한다. 2024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국내외 심사위원들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호평받은, 검증이 끝난 작품이다.

 

기자 역시 BIAF 2024에서 '연의 편지'를 감상했는데,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 걸작이라고 느꼈다. 작화는 물론 연출, 구성, 시나리오, 성우들의 연기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마스터피스였다.

 

'연의 편지' 연출을 맡은 김용환 감독이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은 놀라움을 더했다. 일본의 흥행 보증수표 신카이 마코토 감독처럼, 앞으로 몇십년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끌어 줄 대표 감독이 하나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까지 받았다.

 

(왼쪽부터)김용환 감독, 이수현, 김민주, 민승우, 남도형
 

영화제에서의 공개 후 긴 기다림 끝에 10월 1일, 마침내 '연의 편지'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성우들의 열연, 아는 사람들도 못 알아봤다는 악뮤 이수현 연기도 너무 훌륭했어
'연의 편지'에서 오랜만에 악역, 개심하지 않고 끝까지 악역으로 끝나는 캐릭터를 맡은 남도형 성우는 기자와 만나 "악역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남도형 성우는 물론 김민주, 민승우 성우까지 주요 역할을 맡은 남자 성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훌륭했다.

 



 

주인공 이소리 역할을 전문 성우가 아닌 악뮤 이수현이 맡은 것을 걱정(?)하는 애니메이션 팬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수현 역시 연기를 매우 잘했다.

 



 

BIAF 2024 상영에서 이수현이 이소리 역을 맡았다는 것을 스탭롤을 보고서야 알았다는 관객이 많았는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윤상씨는 이수현씨와 잘 아는 사이임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고도 몰랐다고 밝혀 놀라움을 줬다.

 

이 부분에 대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자 이수현은 "영화를 보고 목소리를 못 알아봤다고 하는 것은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크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것이 제 직업이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 연기를 하며 굉장히 다른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소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설정하고 내 목소리를 얼마나 섞을지에 대해 감독님들과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래서 같은 마이크 앞에 서는 직업이지만 너무 다른 경험을 했고, 노래를 부르는 것과는 너무 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원작 훼손하지 않으면서 매몰되지도 않은 절묘한 균형감 돋보여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원작에 매몰되어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와 원작을 무시하고 감독이 폭주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실패 사례가 쉽게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연의 편지'는 국산 애니메이션을 떠나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 전반에서 따져도 매우 훌륭한 수준으로 밸런스를 잡은 작품이다.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도 들어가고 원작에서 생략된 여백을 감독이 채워나간 이 작품은, 원작자 조현아 작가가 오리지널 캐릭터 디자인, 감수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 나가며 원작의 감성을 잘 담아냈다.

 

조현아 작가는 사전 시사를 보며 눈물을 보이며 감동했다고 하는데, 민승우 성우에 따르면 성우 더빙 현장에도 직접 찾아와 더빙 과정도 지켜봤다고. 원작자의 열정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부분 같기도 하다.

 

한국의 공간, 정서 담아낸 작품, 해외 흥행도 기대돼
BIAF 2024의 심사위원 중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성장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코믹스웨이브필름의 스나미 카즈키 이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연의 편지'가 포함된 장편 부문 심사를 맡은 스나미 이사는 '연의 편지'를 보고 매우 놀라며 "신카이 감독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이런 정서를 표현하는 작품, 감독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카이 감독의 영향은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다. 세밀한 배경 묘사에 대한 집착, 음악을 적절히 사용하는 연출, 철도 묘사의 디테일 등... '연의 편지'가 개봉되면 김용환 감독은 신카이 감독과 비교가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기자에게 "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을 포함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성장한 사람이다. 신카이 감독님과 비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면서 "다만 '연의 편지'는 한국의 이야기, 연기해 주신 한국 성우님들, 한국 공간 같은 부분을 사실적으로 자연스럽게 담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연의 편지'는 '연의 편지'만의 감성,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차별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눈여겨 봐 주시면 좋겠다"는 멋진 답을 내놨다.

 



 

그의 말대로 '연의 편지'는 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작화, 연출 퀄리티에 뒤쳐지지 않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한국의 시골, 학교, 자연을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때 '연의 편지'의 글로벌 흥행도 기대가 된다.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고, 이미 일본 개봉도 예정되어 있다는데 일본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원작을 좋게 본 원작 팬들에게,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그리고 평소 국산 애니메이션과 가깝지 않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에 이어 '연의 편지'까지 성공하면 애니메이션 제작 붐이 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연의 편지'는 국산 애니메이션 르네상스의 시작점으로 기록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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