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에 있어 창작과 표절의 경계를 정확하게 나누는 정의는 무엇일까? 얼마 전 출시된 ‘애니팡2’가 출시와 동시에 표절논란에 휩싸이며 언론은 물론 산업관계자과 게이머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뭇매를 맞고 있다.
한국 모바일게임의 신화를 썼던 선데이토즈이기에 ‘애니팡2’에 대한 게임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상업적으로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게임 개발측면에서는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무장했을지 등 사막과 같은 게임 시장에 '새로운' 재미에 목마른 사람들이 바라본 오아시스 같은 게임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희망을 갖고 찾아간 오아시스는 무더운 사막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하나의 신기루에 그쳤다. ‘애니팡2’는 ‘캔디크러시사가’를 표절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 모바일 게임의 부흥기를 열어준 ‘빛’에서 가장 추악한 ‘어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애니팡2’가 받는 비난은 한편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분명 그 게임은 대부분의 매체가 언급하는 ‘표절게임’으로 볼 수도 있기도 하지만 게임 시장 전체에서 볼 때는 그저 널리고 널린 비슷비슷했던 게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흔한 게임으로 등장한 ‘애니팡2’를 향한 분노 때문일지,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언급하며 마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인 듯 행동하는 ‘선데이토즈’를 향한 분노일지는 모르겠다.
창작물이 언제나 새롭고 신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표현의 한계는 늘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이 새롭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들이 더 이상 그것을 새롭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다.
게임 산업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그 역사가 오래된 편은 아니지만 그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만들고 체계를 정립시켜갔다. 세부적으로 거론하기엔 나름 복잡하지만 쉽게 얘기해 RPG, 퍼즐, 아케이드니 하는 규칙을 정하고 그 틀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와 진화를 반복해 나갔다.
모바일게임의 표절논란이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지만 온라인게임의 경우 표절에 대해 사법부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판례가 하나 기록되어 있다. 바로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와 ‘봄버맨’을 서비스 했던 허드슨 간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다.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와 ‘봄버맨’의 유사성과 관련해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게임의 단계변화 등은 게임의 개념·방식·해법·창작도구로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나아가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 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아이디어를 게임화 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하거나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등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례한 적이 있다. (출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01.17. 선고 2005가합65093 판결 : 항소[저작권침해금지청구권등부존재확인·저작권침해금지등])
이렇듯 저작권 문제는 언제나 명쾌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게임에 대한 장르와 규칙이 하나의 저작권으로 인정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연 오늘날의 ‘리니지’, ‘바람의나라’ 등 한국 온라인 게임을 대표하는 작품이 이 세상에 존재했을까?
결국 게임 산업 역시 다른 여러 가지 산업과 마찬가지로 거듭된 ‘차용’을 거듭하며 ‘도용’, ‘표절’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며 발전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애니팡2’ 역시 우리나라의 게임계 발전의 역사 속에 한 페이지를 채워 넣기에 부족함은 없는 게임이다. 이 게임으로 인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그 무엇도 예상할 수는 없다.
한편, '애니팡2'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는 올해 초 게임인들이 사회의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게임인재단' 이사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애니팡2'의 표절작 의심을 사고 있는 이정웅 대표가 과연 '게임人'에게 ‘힘’을 주고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설립된 게임인재단의 이사로 이름을 올리기에 적합한지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들은 어떠한 일에서 앞서나가는 사람을 ‘선구자’ 혹은 ‘리더’로 부르며 존경한다. 게임 산업에서도 수많은 ‘리더’들이 후세를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성장을 거듭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정웅 대표는 얼마전까지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 더 나아가 게임산업을 이끌 리더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정웅 대표는 '리더'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고 있는 것일까?
물론, 산업의 현실과 게임기업인으로서 혹은 개발자로서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논란을 만든 이정웅 대표에게 묻고 싶다.
"정말 게임업계의 ‘리더’가 되고 싶나요? 혹은 '리더'로 불리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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