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한 '개복치 게임'의 개발자, 셀렉트버튼의 나카하타 코야 디렉터(이하 나카하타 디렉터)가 19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15(NDC15)를 찾아 강단에 섰다.
나카하타 디렉터는 '게임 개발에 대한 나의 철학: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하며 모바일 게임 '살아남아라!개복치!'의 개발 과정과 고민들, 그리고 개복치를 완성시킨 개발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셀렉트버튼은 나카하타 디렉터를 포함한 3명이 세운 회사로 3명 중 어느 누구도 게임 개발 경험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취미의 연장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이왕이면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익성이 좋은 육성시뮬레이션 장르를 골랐고 1백만 다운로드를 목표로 삼았다.
나카하타 디렉터는 “한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모바일 게임 순위표를 보면 상위권의 게임들은 고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유명 게임사의 게임이거나, 유명한 IP를 활용한 게임, 혹은 광고에 투자를 많이 한 작품들이다”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든 배경을 설명했다. 넉넉한 프로모션 비용도, 연줄도 없는 상황에서 나카하타 디렉터가 내린 결론은 바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것이었고 이때 세운 철학이자 원칙이 '날카로움'과 '원만함' 두 가지였다.
고품질 게임의 포화상태인 모바일 시장에서 날카로운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좋은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그 날카로움이 과하다면 한정적인 유저만이 게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나카하타 디렉터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유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외관과 디자인을 씌우기로 했다.
그는 주인공이 갖춰야 할 요소로 매력과 약점을 꼽았다. 매력은 그 대상의 뛰어난 능력이나 소질, 외관 등으로 사람들이 동경하게 만들며, 약점은 그런 날카로운 매력을 상쇄시킴과 동시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연민을 갖게 해 보다 친근감을 갖게 한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대상, 크기는 무척 거대하지만 생존력이 낮은 개복치가 셀렉트버튼의 육성게임의 주인공이 되었다.
'너무나도 쉽게 죽는 개복치를 육성한다'라는 게임의 방향이 잡히자 개발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여기에 캐릭터가 죽는 것 자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외형만큼은 귀엽게 보이도록 노력한 결과 게임 전체를 도트 아트를 이용해 디자인하게 되었다. 이로써 현실의 개복치가 아닌 게임 속 캐릭터라는 인식을 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알파 버전 테스트 결과는 참담했다. 나카하타 대표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죽음으로 게임이 끝나버리니 계속 이어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죽음 자체에 메리트를 부여했다. 마치 '드래곤볼'의 사이어인처럼 죽는 것에 대해 겁낼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개복치가 죽을 때마다 보상을 주는 것을 하나의 컨셉으로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사이어인은 죽음을 극복하면 더 강해진다)
개발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 나카하타 대표는 어떻게 하면 이 캐주얼 게임을 확산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다다랐다. 그는 SNS를 통한 입소문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두 가지를 고려했다. '어떤 순간에 유저가 SNS에 게임을 공유하는가' 그리고 'SNS 상의 무엇을 보고 게임에 관심을 갖는가'였다. 개복치의 사망 원인을 재밌게 꾸미고 이를 곧바로 공유할 수 있도록 버튼을 만들었다. 또한 공유된 이미지를 통해서 개복치의 사망 원인을 보자마자 바로 알 수 있도록 죽는 장면 자체를 이미지화시키기도 했다. 이에 더해 유저가 개복치를 얼마나 잘 키웠는지 알 수 있도록 몸무게를 표기해 쾌감도 느낄 수 있도록 설정 했다.
돌연사는 사람들에게 무척 재미를 주었다. 무척 무거운 주제라는 죽음에 개복치의 귀여운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러한 무게를 덜어주게 했다. 가볍게 생각하도록 여기서도 돌연사라는 날카로운 점, 개복치의 이미지와 성장 내용을 적어 둥글둥글함을 유지하도록 했다.
2014년 6월 '살아남아라!개복치!'가 일본에 출시되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성우, 아이돌, 개그맨들이 SNS에 개복치의 돌연사 소식을 올리기 시작했고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나카하타 디렉터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유행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일본 애플 앱스토어에만 출시했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성공은 일본을 뛰어넘었다. 특히 안드로이드OS의 다운로드 수치를 보면 한국이 무척 대단하고 삼성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감탄했다.
나카하타 디렉터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살아남아라!개복치!'처럼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이 있듯이 분명 많은 이들의 머릿 속에 잠들어 있는 성공을 향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여러분과 함께 인디 게임을 개발하며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하 나카하타 디렉터와의 질의응답 전문.
게임을 수직으로 설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직, 세로로 설정된 게임은 한 손으로 플레이 하기 쉽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을 때라든지 한 손을 책상 아래에 두고 수업 중에 몰래 한다든지 손에서 놓치기 싫은 게임이라면 이렇게 플레이 할 것이다.
캡처를 하거나 폰을 흔들거나 했을 때 돌연사하는 등 게임 내에서 개복치가 죽음에 이르는 방법들이 무척 참신했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같은 게임을 하던 도중 친구가 '야 너 그거 아냐?'며 공유해준 숨겨진 루트, 숨겨진 아이템, 숨겨진 모드 등을 게임에서 다시 확인했을 때의 그 재미와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요즘의 캐주얼 게임, 소셜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데 이는 곧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특히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는데 현지화의 공이 커보인다
처음에는 일본에서만 선보였는데 희한하게도 어떻게 알고 다운받았던 건지 한국에서 6천 건이나 다운로드가 발생했더라. 왜 일본의 앱을 다운받을까? 아무래도 일본의 만화 같은 것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했더니 너무나도 재미없고 딱딱한 문장이 나왔다. 따라서 일본 유학 중인 한국 친구에게 번역을 부탁했다. 뜻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다소 의미가 이상하더라도 괜찮으니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언어로 번역해주길 원했고 지금의 한국어판 개복치가 되었다.
개복치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판의 정식 발매 이전에 '냥코대전쟁'이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은 의외로 일본에서 곧잘 사용되는 '키모 카와이(징그럽고 동시에 귀여운)'한 캐릭터들을 수용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퍼져있었다. 개복치도 이런 추세에 한국에 출시하면 잘 받아들여질 것 같았다.
게임의 예상 타겟층은 누구였나? 또 그 타겟층의 반응은 실제로 어땠는가
워낙 캐주얼 게임이기 때문에 넓은 연령층이 타겟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메인 타겟은 나 자신이었다. 자신이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
결제를 하게 되면 플레이타임이 줄어들어 버린다. 이 균형은 어떻게 맞추는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결제한 유저일수록 게임을 더 오래 하게 된다. 또한 게임을 좋아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는 유저들도 많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을 단축시킨다기 보다 그만큼 들어갈 시간을 '절약'해준다고 보는 것이 맞다.
개복치가 죽으면 포인트를 주지만 어느 정도 이상 키우게 되면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한계점에 다다라서 더 이상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거나 앱을 삭제하게 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하드 모드와 진화 모드였다. 모든 기록이 리셋 되어 버리는 하드 모드를 통해 게임의 수명이 좀 더 늘어나게 되었고 이후에는 진화 모드에 도전하면 된다.
물론 개복치가 수명이 다 되었을 때는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다. 육성 게임은 모두 끝이 존재한다. 어쩌면 개복치를 이 이상 키울 수 없는 것 자체가 개복치 게임의 가장 좋은 종료법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무리하게 계속해서 수명을 늘리는 업데이트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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