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5]'큐라레' 양주영 디렉터 "시나리오의 생존 위해 '약 빨기'를 선택했다"

등록일 2015년05월21일 17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큐라레'의 시나리오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스마일게이트의 양주영 디렉터가 21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15(NDC15)에서 '큐라레: 마법도서관(이하 큐라레) 시나리오 포스트모템'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무슨 약을 빨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가요?'라는 소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는 '큐라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바일게임, 그리고 라이브 서비스 중인 '모에계 게임'에서 시나리오가 가지는 가치와 실제 유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가 다뤄졌다

먼저 양주영 디렉터는 모바일 게임에서의 시나리오가 갖는 무게의 현주소를 살폈다. 모바일 게임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작품의 30% 이상이 RPG인 오늘날, 게임 시나리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짧은 개발 기간 안에 개발해서 효율을 내야 하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시나리오에 투자되는 인력이나 비용이 줄어드는 악순환도 계속된다.


양주영 디렉터는 "오늘날 콘솔 및 온라인 게임의 지향점은 거대 자본과 긴 제작기간이 투자된 영화의 대안 매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에 그런 지향점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나리오와 이를 이끌어 갈 캐릭터의 비중이 높은 '모에계' 게임 '큐라레'는 어떤 노선을 택했는지 소개되었다. '큐라레' 제작진의 목표는 상품성 있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택한 방향은 '바카게(바보 같은 게임)', 즉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 전개였다.


양주영 디렉터는 이에 대해, 유저들이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디바이스 크기가 작다는 것 등 모바일 플랫폼이 갖는 몇몇 특성에 기인한 전략적인 방향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저들에게 텍스트로 전달되는 정보량을 줄이고 짧은 호흡으로 끊임 없이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콘텐츠들로 유저를 붙잡고자 했다는 것. 양 디렉터는 이를 두고 큐라레는 마치 '버라이어티쇼'의 전개와 같은 특징을 갖는다고 말했다. 구어체와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가볍고 부담 없고 쉬운 시나리오가 유저에게 쉽게 수용되었으므로 그는 가능한 '개그'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실제 게임에서 이러한 방향의 시나리오가 적용되었을 때 어떤 효과를 낳았는가? 양주영 디렉터는 큐라레 세계에서의 '약 빤' 사례와 그 결과들을 몇 가지 소개했다.

남성향 모에계에서 주로 소비되는 '오토코노코(겉모습은 여자아이지만 실제 성별은 남자)' 캐릭터를 사용한 이벤트 시나리오와 '변신 마법 소녀물 비틀기'라는 의도로 기획되어 울끈불끈한 마초 캐릭터가 변신 마법소녀 복장을 입고 등장했던 이벤트 시나리오에 대해 유저들의 반응은 무척 싸늘했다. 전자의 경우 오토코노코 캐릭터의 구축과 해당 캐릭터의 매력을 납득하는 감정이입 장치가 되는 캐릭터가 부재한 환경 탓이었으며 후자의 경우 유저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며 매출이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양주영 디렉터는 이 때를 돌이켜 “지금 생각해보면 잘 저지른 이벤트였다. 이런 극단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후에 어떤 이상한 이벤트가 나타나도 문제가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변신마법소녀물 비틀기 이벤트 이후로 기획된 '큐라레'의 최초 콜라보레이션 이벤트인 '엉덩국 콜라보'를 통해 유저들은 물론 큐라레를 플레이 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비록 소재 자체는 비일상적이어도 엉덩국 만화와 그 캐릭터들은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콘텐츠였기 때문.

마법소녀 이벤트 카드 이미지(左)와 엉덩국 콜라보 이벤트 카드 이미지(右)

이외에도 큐라레에서는 자체적인 버그나 오류, 실패한 이벤트 등을 한 데 모아 자조하고 반성하자는 의미로 '흑역사 이벤트 시나리오'를 선보이는 등 큐라레 특유의 세계관과 유저와의 소통 방식을 이어올 수 있었다.


양주영 디렉터는 “큐라레의 자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것만으로도 모바일게임에서의 시나리오가 갖는 힘과 그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흥미 위주의 마니악한 소재의 연속이라는 단점도 있다”라고 큐라레에서 '시나리오'가 해낸 성취를 언급했다.

끝으로 그는 “시나리오 라이터는 언제나 가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산업 논리가 지배하는 게임 업계에서 개인의 만족과 회사의 만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요즈음, 너무 후자에 치중한 경향이 없지 않나 싶다”라며 현 상황을 지적했다. “하지만 분명히 모바일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시장도 커졌다. 지금이 아니라면 영원히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게임은 현대문화에 새로운 서사매체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콘솔, PC, 온라인 게임이 그랬듯이 모바일게임에서도 시나리오가 의미 있는 무언가를 전달하게 될 것이며 큐라레가 그 의미를 찾을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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