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21일,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2015 게임 사전 포럼'을 개최했다.
(사)디지털스토리텔링 학회와 함께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초대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이화여대 이어령 명예교수,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 이인화 이화여대교수, 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는 2016년 발간 예정인 '게임사전'의 제작 과정 보고 및 활용 사례 등을 공개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어령 명예교수는 “아주 작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제작한 게임사전이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오늘날 지식은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청소년 범죄다. 오늘날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게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각인 효과로 인해 과학적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세상에 통용되고 있다. 게임사전 제작은 단순한 사전을 넘어 게임의 본질을 찾는 작업이다. 게임사전은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는 키워드다. 동시대 사람, 혹은 미래에 올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21세기는 게임의 시대다. 게임사전 제작은 게임문화의 DNA를 전달하는 것이다. 오늘 이 자리가 게임을 바라보는 모든 인류에게 또 하나의 계몽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업계,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소통이 필요한 시기
'한국 게임 산업의 현 단계와 게임 사전'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한국게임학회 이재홍 회장은 현재 게임 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꼬집었다.
이 회장은 “오늘날 게임이 어렵다고 한다. 게임을 하나의 놀이로 보지 않고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있기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한다. 학부모의 경우 '게임'을 가지고 자녀들과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정치인들과 정부가 편승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있는 게임 산업은 극히 일부분이다. 이제 게임은 현실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인류의 가장 친근한 놀이 문화인 게임이 우리 삶에 더욱 더 밀접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한 시대에 맞춰 정부가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오늘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교육 열기 속에 대표적인 놀이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정부와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탄압이 오늘날의 게임 산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업계에 대해선 소통하지 못하고 스스로 뭉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순기능전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끝으로 게임의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의 대표적인 역기능적 요소인 '폭력성', '사행성', 선정성', '중독성'에 대해선 단순히 사회적인 비판과 차단이 아닌 그 내면을 바라보고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의 지식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 '게임사전'
'게임사전'의 '배경'와 '의의'에 대한 강연에 나선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재성 전무는 사전 제작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국민들의 대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야구와 축구를 예로 든 이 전무는 야구와 축구가 오늘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전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반면 게임의 경우 이러한 용어를 정리해줄 수 있는 사전이 없어 여러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학자가 다른 교수들과의 만남에서 온라인 게임이 종주국인데 한글을 기본으로 세계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들었다는 애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우리가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우리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게임 사전 제작은 이러한 사례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에 의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전무는 게임사전을 대중성과 예술성, 상업적 가치와 학문적 가치를 아우르는 게임에 대해 게임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근거이자 공공의 지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대중들에게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학자들에게는 학제 간 융합 연구에 기여하고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정보를 주고 백과사전적 수집욕을 가진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사전 편찬, 게임의 문화적 자본을 확보하고 문화적 위계를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
마지막으로 게임사전 제작 현황을 설명한 이인화 교수는 우선 사전이 가진 문화적 자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문화자본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이는 경제자본, 사회자본, 상징자본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금껏 게임은 우리가 살면서 특별히 습득해야 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가 사전 제작에 나선 이유는 바로 특정 분야의 신어를 일반어로 편입시켜 지식의 자질을 부여하는 문화적 위계를 이루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게임 인구는 약 2천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한 이 교수는 산업의 크기가 커졌음에도 게임에 문화 자본은 지위가 낮다고 지적했다. 게임 용어들을 '인식 가능한 지식의 대상'으로 한 사회가 공인하는 언어의 지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어적 지위를 갖추기 위해 게임사전 편찬 작업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진행됐다. 바로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NHNML 사내 wiki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개발자 영역과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게임 커뮤니티사이트를 중심으로한 게임 플레이어 영역, 그리고 게임학회가 인정한 게임학(Ludology) 필독서 130종의 데이터가 사용됐으며 각 부문 별로 900개의 표제어를 선정했다.
표제어 선정에 있어서는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연관어를 통합해 이루어졌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임 내 은어인 '버스'와 '쩔'의 경우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버스'를 표제어'로 선택했으며 유사한 의미로 온라인게임에서 유저들이 모여 만든 단체를 일컫는 용어 역시 '길드', '클랜', '혈맹', '레기온' 등 다양했으나 가장 많은 게임에서 사용하며 가장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길드'를 표제어로 선택했다.
이인화 교수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말로 게임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엔씨소프트 이재성 전무,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와의 인터뷰.
게임용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기존에 있었던 단어들의 경우 의미는 같지만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게임사전 제작이 힘든 이유가 바로 원천어와 파생어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사전은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6월에 발매 이후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날 경우 이를 표제어로 선택할지를 판단해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이다.
'버스'와 '쩔' 같은 단어들을 표제어 단어로 선택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언어적 지식의 충돌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전에 모든 단어를 싣지는 않는다. 이 단어가 사전에 실릴 만한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게임사전 뿐만 아니라 모든 사전제작에서 논의되어야 될 부분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런 부분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할 것이다.
사전이 게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문화적 지식을 넓힌다고 했다. 어떻게 보편적으로 툥용하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우리나라 게임사에 10만개의 일자리가 있고 1년에 1만 6천개의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산업이 형성돼 있는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모든 직군에 대한 정보를 알기란 쉽지 않다. 게임사전의 1차적 목표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2차적 목표는 게임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인 정부 관계자들이 대상으로 될 것이다.
보편적인 활용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게임사전이라는 특수함이 다른 사전들보다 대중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사전 앱 역시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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