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e스포츠에 또 한 번의 승부조작 사건이 공개되며 e스포츠 팬들은 물론 많은 게임 유저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특히 이번 승부조작 사건은 주모자 중에 한 명이 현직 e-스포츠 팀 감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e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을 근절시키려 했던 e스포츠협회의 노력은 다시 물거품이 됐고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한 e스포츠 업계의 노력도 한걸음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 e스포츠 협회(이하 케스파)는 또 다시 터진 e스포츠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기 위해 관련자들의 강력한 제제와 함께 이전에 승부조작으로 프로게이머 자격이 정지된 사람들의 개인방송 금지 요청 등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케스파의 강력한 움직임에 e스포츠 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과연 케스파의 노력만으로 e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을 뿌리뽑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e스포츠계에서 추방됐던 관련자들 중 일부가 여전히 아무런 문제없이 잘(?)살고 있다는 점도 승부조작 근절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체 과거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가담자들은 현재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스타크래프트1' 승부조작 사태
지난 2010년 e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라 불리는 '스타크래프트1'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당시 e스포츠 최고 인기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승부조작을 벌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e스포츠계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사건이기도 하다.
2010년 당시 불법 스포츠 베팅과 수원의 한 조직폭력배과 연관돼 물의를 일으켰던 이 사건에는 그 당시 현직 프로게이머가 직접 승부조작을 하거나 선수 브로커로 나서 승부조작을 주도했다.
그 당시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한창 대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이미지 상승과 함께 공식 스포츠화를 꿈꾸던 e스포츠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지며 eSTRO, 하이트 스파키즈, 위메이드 폭스, 화승 오즈, MBC게임 히어로, STX SouL, 웅진 스타즈 등 다수의 프로팀이 해체됐다.
특히, e스포츠의 인기에 힘입어 창단되며 e스포츠 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됐던 공군 프로팀 '공군 ACE' 팀 마저 해체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또한 당시 온게임넷과 함께 e-스포츠 양대 방송사 중 하나인 'MBC게임'이 폐국되는 등 e스포츠계 전체에 커다란 후폭풍을 가져왔다.
원종서
그 당시 '하이트 스파키즈'의 주장이었던 원종서는 본인이 직접 승부조작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당시 소속팀의 주전력 선수들 대부분을 승부조작 사태에 가담시켜 결국 팀을 붕괴까지 몰아넣은 현직 프로게이머(2010년 당시) 브로커 중 한 명이었다.
현재, 그는 프로게이머에 영구 제명 후 승부조작 브로커 대가로 번 돈을 바탕으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재윤
그 당시 승부조작에 사건에 연루된 프로게이머 중 가장 화려한 전적만큼 많은 팬을 보유했던 마재윤 또한 원종서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승부조작에 참여하거나 후배 프로게이머와 불법 도박 사건의 주범을 연결하는 브로커였다.
마재윤은 프로게이머 영구제명 후 한동안 두문분출하다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로 스타크래프트 개인 방송을 시작했으며 2013년에는 중국에서 개최된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출전해 우승을 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리그 출연은 자제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아프리카TV에서 스타크래프트 인기 BJ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방송 초반에는 일반적인 스타크래프트 방송 외에도 방송 시청자에게 일정량의 돈을 받고 비밀 방송을 통해 1:1 스타크래프트 과외도 진행하려 했지만 많은 시청자들의 반발 속에 무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TV가 케스파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승부조작에 가담한 전 프로게이머에 대한 게임 콘텐츠 방송을 금지함에 따라 마재윤도 급하게 방송 콘텐츠를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영수
진영수는 브로커가 아닌 일반적인 승부조작에 가담한 전 프로게이머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선수로 소속팀이었던 STX Soul의 주장이자 팀의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 진영수는 마재윤의 제의로 승부조작에 참여했으며 이로 인해 케스파에서 영구제명 당했다.
사건 이후 진영수는 지난 201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의류 쇼핑몰을 오픈하기도 했으나 계속된 적자로 문을 닫았으며 현재는 아프리카TV에서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진영수는 2015년 전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자신이 스폰한 리그 'SSB배 스타리그'를 개최하려 했으나 많은 e스포츠 팬들의 반발에 무산되고 말았다.
한편 그는 이번 케스파의 승부조작에 연루된 프로게이머의 개인 방송 금지 요청에 대해 개인 방송을 통해 "언제까지 이럴 거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축구 선수가 승부조작을 하고 형벌을 받은 후 축구장 가서 혼자 축구를 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후원한다면 그걸 막을 권리가 있나"라며 "프로게이머들이 나 때문에 꿈을 잃었나? 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하나. 돈을 벌어서 갖다 줘야 하나"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게 죄인가. 스타크래프트가 협회 것인가.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반발해 e스포츠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번 진영수의 발언과 지난 SSB 리그 개최 사건이 겹치며 일부 e스포츠 팬들은 과거에 진영수가 했던 사과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박찬수
장브라더스(장진남, 장진수) 이후에 등장한 스타크래프트 리그계의 최고의 인기 쌍둥이 조합이었던 박찬수와 박명수 형제는 형제 둘 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겨줬다.
동생 박명수는 이후 소식이 없으나 박찬수는 이후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도 진행한 바 있다.
그 와중에 2012년 그의 부인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박찬수가 폭행한다고 폭로하면서 다시 대중에게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박찬수는 과거의 승부조작 사건과 부인 폭행 사건이 맞물리면서 대중의 비난을 샀지만 2014년 부인의 폭로가 거짓임이 밝혀지며 법원에서 무죄 선고 받은 이후 그는 같은 해 8월 군대에 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많은 전 프로게이머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지만 대부분 게임과 관련된 업계를 떠나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승부조작 관련자들은 게임과 무관한 다른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부 승부조작에 가담한 전 프로게이머가 개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게임 방송을 진행하자 자신이 더럽힌 e스포츠계를 또 한 번 모욕하는 것이라며 불쾌해 하는 e스포츠 팬들이 많았다.
이번 스타크래프트2 승부 조작 사태가 벌어진 후 현 사건 관련자들은 물론 과거 승부조작 사건 관련자들과 관련해서도 케스파가 개인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승부조작 가담자 개인방송 금지 요청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만큼 이번 일을 기회로 e스포츠계에 승부조작이 뿌리 뽑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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