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앤틱 랩스의 '포켓몬고(GO)'가 출시된 지 이제 한 달, 몇 개 국가(한국도 포함)를 제외하고는 이제 거의 전세계에서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게 됐다.
7월 초, 호주와 미국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몬GO'는 시작과 함께 전세계의 예비 트레이너들이 몰리는 바람에 서버 운영에 난항을 겪을 정도로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근 한 달간의 현상을 ‘포켓몬GO 붐’, ‘포켓몬GO 신드롬’으로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포켓몬GO의 전세계적인 열풍을 두고 '과열되었다'든지 '한 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오갔다. 실제로 포켓몬GO 출시 직후 닌텐도의 주가는 2배 이상 뛰었고 덩달아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도 올랐으나, 포켓몬GO의 매출이 닌텐도 매출에 많은 부분을 차지 하지 않으며 개발에서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초기의 폭풍 같았던 열풍이 사라지면서 닌텐도는 물론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도 다시 포켓몬GO 이전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실제로 포켓몬GO의 흥행 상황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있었고 과열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로 인해 사고가 속출했던 초기에 비하면, 각 국가, 지역자치단체나 도로교통관리시설 등에서 개발사에 요청해 점차 안전 문제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정말 세상에는 없던 존재가 뚝 떨어진 것처럼, 포켓몬GO로 인해 새로운 문화와 사회적 규범들이 생기고 있다. 희귀 포켓몬이나 인기 포켓몬이 다량으로 출몰하는 지역(포켓 스탑 근방)의 상권은 포켓몬GO 덕택에 매상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사실 그 동안 포켓몬스터 게임이 유저들을 거리로 내보낸 것은 처음이 아니며(하트골드/소울실버의 포켓워커), AR 기능을 활용해 포켓몬을 잡는 게임(포켓몬 AR서쳐) 역시 이전에도 존재했다. 굳이 포켓몬GO의 ‘원류’를 짚으려는 것은 아니다. 포켓몬GO의 성공 비결은 GPS나 AR기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 받고 있는 인기 콘텐츠의 힘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번 포켓몬GO의 열풍으로 새삼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전세계에서,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포켓몬스터가 이렇게 인기 많은 작품이었던가? 이 질문에 기자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기자는 포켓몬스터 세대다. 유치원에 다니던 즈음에 닌텐도 게임보이로 포켓몬스터 그린 버전을 처음 접했으나 언어의 장벽이 있어 진득하게 플레이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몇 년 뒤에 만난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귀엽고 또 강한 몬스터를 잡아 기르고 우정을 쌓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그 동안 보았던 로봇 애니메이션과도 달랐고 마법소녀 애니메이션과도 또 달랐다. 여아용과 남아용으로 나뉘어 디자인이 정해져 있던 학용품들은 전부 포켓몬스터로 바뀌었고, 용돈 500원이 생기면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있는 빵을 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는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를 살 것인가 매주 고민했다. 1번부터 151번까지 포켓몬의 번호와 속성 등을 전부 외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만년 열 살인 포켓몬스터의 주인공인 지우가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 기자의 또래였기 때문에 더욱 쉽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열 살이 되면 나만의 포켓몬을 가지고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에 부풀었다. 기자와 같은 유년 시절을 보낸 이들이 한국에, 전세계에도 존재할 것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포켓몬스터로 인해 포켓몬 마스터를 꿈꾼 수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에 포켓몬GO를 설치하고 거리로 뛰쳐나왔을 것이라 믿는다.
컴퓨터 속 디지털 세계에서 나만의 디지몬을 만나거나, 부엉이가 가져다주는 호그와트 입학증을 기다리거나, 그밖에도 여러가지,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수많은 상상이 있다. 새로운 포켓몬 게임이 모바일로 출시된 것이 아니라, 휴대용 게임기 속에서나 가질 수 있던 그 포켓몬을 일상적인 물건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말 잡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포켓몬GO'.
이 세상 어딘가에 정말 포켓몬스터라는 생명체가 존재해서 언젠가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우리의 주변에서도 쉽게 포켓몬을 만나고 모든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고 또 함께 사는 세상이 온다면 그 때는 정말 포켓몬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어린 시절에 끝난 줄 알았다. 근 한 달간의 '포켓몬GO 붐' 그 자체가 그 상상의 실현이었다. 기자는 십여년 전에 품었던 꿈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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