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게임업체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게임사는 성장 동력 실종으로 힘든 1분기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만 셧다운제 통과와 일본 지진이라는 악재가 실적 발표에 반영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해외 매출이 증가하여 영향이 미비하다는 것도 증명됐다.
그러나 해외 매출 증가 이면에는 신작 기근에 따른 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해졌다. 유수 퍼블리셔는 대작의 후광 효과를 노리고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을 사용했고, 중소 게임업체는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전략을 펼쳤다.
게임포커스는 게임업계의 1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직장인 정모씨가 작성한 '게임업계 2011년 1/4분기 현황'을 살짝 엿보기로 했다.
게임사는 신작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직장인 정모씨는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며 "주식투자는 본인 스스로 종목을 정하고 매수와 매도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확실하게 배웠다. 특히 게임업체의 주가는 '서비스 중인 게임과 서비스가 예정된 게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도 체득했다.
그가 체득한 지론은 1/4분기 실적발표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대장주로 분류됐던 엔씨소프트조차 매출 1,554억 원, 영업이익 461억 원, 당기순이익 408억 원 달성에 그쳤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단기순이익은 16%, 33% 증가했다.
사회면을 장식했던 게임 중독과 셧다운제 통과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야구단 창단한다는 소식에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 성적표를 받아보니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특히 엔씨의 대표게임인 리니지마저 북미 지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2008년 야심차게 오픈했던 아이온의 성장세는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지만, 라이벌이 없는 상황에서 업데이트 대신 이벤트로 일관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콘텐츠 보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컨퍼런스 콜을 들으면서 올해 업데이트를 2회 정도한다는 말에 안도했지만, 지난 2.6 업데이트처럼 부실한 콘텐츠를 재포장했다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결국 블소가 나오기 전까지 기존 게임들로 돌파구를 찾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게임 매출 하락세와 해외 매출 감소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도 허덕이는 판국에 다른 게임업체라고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엠게임은 창사 이래 대규모 구조 조정이라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매출 114억3천만 원으로 전분기대비 -2.1% 하락,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 132.3%, 101.1%을 기록했다.
겉보기엔 흑자 전환과 구조 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처럼 보이나 아직 멀었다. 이미 열혈강호 온라인-나이트 온라인-영웅 온라인의 트리플이 무너진 이후 등장한 게임은 졸작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일찌감치 내수용에서 수출용으로 전환한 전략만 높이 평가할 뿐이다.
주가 전쟁도 병사가 없으면 전략만 가지고 할 수는 없다. 열혈강호 온라인과 열혈강호2 사이에 라인업으로 등장했던 게임들의 생존율만 보더라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엔씨가 해결사가 필요하다면 엠게임은 구세주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도 엠게임은 한빛소프트에 비하면 양반이다. 직장인 정모씨 메모에 적힌 한빛소프트는 '저승사자와 악수하고 싶다면 투자하는 회사'로 분류되어 있다. 즉 절대로 투자하지 말아야 되는 회사다. 1분기에 영업 손실 전년동기대비 5배 확대만 보더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회사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의 '투자주의' 종목에 포함된 한빛소프트. 경고와 위험보다 등급이 낮아 괜찮다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싸들고 무조건 주식투자를 말리고 싶은 회사'라는 것만 기억하자.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매출 28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 증가, 영업이익은 34억 원에 그쳤다. 최근 대표이사와 관련한 여러가지 루머와 악재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미르의 전설2와 미르의 전설3의 방황만 남아있었다. 미르 시리즈에 의존하는 해외 매출에 연연하며, 준비 중인 신작들의 파괴력도 강해보이진 않는다.
와이디온라인도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 하락한 115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5% 하락한 4억 4천4백만 원에 그쳤다. 적자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마에스티아 온라인이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해외 매출 성장세 계속 이어질까
드래곤플라이는 매출 96억 522만원, 영업이익 39억 8,952만원, 당기순이익 31억 3,940만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8.9% 상승한 것이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6%, 23% 감소했다. 솔저오브 포춘 온라인과 스페셜 포스2가 안착하기 전까지 스페셜 포스는 정말 드래곤 플라이의 특수 부대다.
그러나 해외 매출의 성장세가 이어질수록 기대심리는 당연히 SOF와 SF2에 몰릴 수밖에 없다.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면 스페셜 포스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퀘이크 워즈 온라인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까지 '역대 최대 해외매출 달성'이라는 문구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회사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분기 매출 1,477억 원, 영업이익 338억 원, 당기순이익 143억 원을 기록,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 63%, 영업이익 51% 증가한 수치이다. 착실하게 올라온 게임포털의 모범답안으로 평가받지만, 증권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수혜 종목이지만 저평가됐다는 의견과 시기성에 따른 매출 증가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뿐이라는 의견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는 당장 성적표만 본다면 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국내에 서비스될 게임 라인업을 살펴보니 후자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 중이거나 예정된 라인업도 캐주얼 게임이 대부분이라 파괴력이 약하다. 매출 감소세에 돌아선 고포류 게임도 회사의 사정에 따라 '도깨비 방망이'로 탈바꿈할 수 있는 캐시 카우이므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준비 중인 라인업의 흥행 실패와 개발사와 재계약 실패라는 악재가 겹친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고포류 게임과 해외 매출뿐이다. 더욱 EA의 I.P를 활용한 게임이 매출이 한 축이라 한다면 자체 IP가 없는 네오위즈로서는 이또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화약고이다. 계약 실패는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의 약점을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개발한 게임없이 퍼블리싱으로만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미 개발사들도 거대화되면서 게임포털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남의 콘텐츠를 가지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사업가가 아닌 장사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
몸집이 크다고 능사는 아니다
CJ그룹의 콘텐츠 관련 회사들이 합병, 출범한 CJ E&M. 과거 CJ인터넷의 실적 발표가 사라진 지금 CJ E&M의 게임사업부문으로 분류된 상태다.
1분기 매출은 735억 원 영업이익은 124억 원을 달성했다. 퍼블리싱 부분이 517억 원(70%)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는 웹보드 게임이 170억 원(23%), 기타가 48억 원(7%)을 기록했다.
합병 당시 방송과 영화, 음악, 공연, 게임 사업을 한 곳에 결집시켰다는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문제는 2분기부터다. 다행스럽게도 1분기 성적표는 게임사업이 자존심을 지켰지만, 준비된 라인업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라인업 첫 주자의 성패에 따라 상승효과가 나타나거나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 공격적인 퍼블리싱과 개발에 비해 과거의 성적이 말해주듯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는 소지도 많다. 특히 게임업계에서 게임 런칭은 '시기성'이다. 해외에서 성공한 게임이 꼭 국내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또 준비된 게임들도 그저 유행만 좇는 게임들에 불과, 현상 유지를 목표로 준비 중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도 불안하다. 선도가 아닌 후발과 추격만을 되풀이한다면 절대로 NO.1 게임포털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자타공인 NO.1 게임포털 한게임은 어떨까. 고포류 게임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50%이하로 줄인다는 야심찬 계획 때문에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졸지에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는 처지다.
다행히 게임사업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0.7%, 전 분기 대비 33.9% 증가한 1,677억 원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 대작인 테라의 선방으로 0.7%와 33.9%라는 의미있는 수치를 기록했지만, 문제는 다음부터다.
최근 한게임 EX2011에서 공개된 신작들이 테라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 된 게임들이 개발비 4년, 개발비용 400억이라는 테라의 기본 스펙에 퍼블리셔 한게임만이 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소화할 수 있을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속된 말로 기본 스펙도 안 되는데 테라처럼 마케팅을 진행하다간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을 확인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게임의 경우도 테라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다면 '퍼블리싱 명가 구축'이라는 목표도 '고포류 매출 비중 감소화 계획'도 그저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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