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7]드디어 출시 임박 '야생의 땅: 듀랑고', 이은석 디렉터에게 직접 들어봤다

등록일 2017년04월28일 1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 왓 스튜디오는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이단아적 존재다. '속도'가 중시되고 게임이 접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6년 동안 하나의 게임을 갈고 닦아 출시까지 하게 됐다고 하면 믿지 못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넥슨 왓 스튜디오가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를 처음 발표한 건 2012년이었다. 5년여를 갈고 닦아 마침내 2017년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왓 스튜디오가 듀랑고를 이렇게 길게 끌고온 이유는 개발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개발팀이 납득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재미와 게임플레이가 구현될 때까지 바꾸고 고치는 작업을 꾸준히 계속 해 왔기 때문.

다른 게임사에서 모바일게임을 6년 동안 기다려줬을까를 생각하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를 둘러봐도 듀랑고와 같은 사례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비교적 개발에 넉넉한 일정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넥슨 내부에서도 듀랑고는 특별한 사례로 여겨진다.


왓 스튜디오 듀랑고 개발팀을 이끄는 건 이은석 디렉터다. 그는 게임의 성격이 제품에서 서비스로 바뀌는 와중에 유저들이 개발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애정을 갖기 힘들어진 풍토에서 '마비노기 영웅전', '마비노기', '화이트데이'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여전히 개발에 직접 관여하며 사랑받는 게임 개발자다.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7 현장에서 이은석 디렉터를 만났다. 대화 주제는 물론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듀랑고였다.

먼저 듀랑고 개발 상황에 대해 묻자 이 디렉터는 "개발 마무리 작업 중이고 때가 되면, 곧 출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듀랑고는 최종 빌드가 나와 폴리싱 작업 중이라는 기자의 취재 결과와도 일치했다.

듀랑고는 모바일과 PC, 모바일 웹까지 모두 지원해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PC로 개발을 진행하며 나온 단계별 빌드 중에는 사내에서 큰 호평을 받고 별개 게임으로 이대로 PC 플랫폼으로 출시를 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있었지만 이은석 디렉터가 이끄는 왓 스튜디오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재미를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마침내 성장 시스템 등을 '리테일 버전'이라 결론내렸다는 것.

리테일 버전이란 말은 이은석 디렉터가 개발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최종 사용자 버전'을 가리킨다. 유저들에게 선보일 '최종 버전'이라는 의미로, 이 말이 나왔다는 건 왓 스튜디오가 듀랑고 개발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던 빌드를 만들어냈고 최종 버전이 결정되어 이제 출시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디렉터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아니고 스튜디오에서 어떤 기획 내용을 두고 유저들에게 선보일 최종판을 가리키는 말이 필요해 사용해온 말"이라며 "성장 시스템 등 핵심 부분에서 리테일 버전이 나온 건 사실이다. 정말로 선보여드릴 수 있는 시기가 거의 임박한 것 같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아쉬움도 생기는 게 사실이다. 지금 한창 스팀, 콘솔 등의 플랫폼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온라인 생존 게임'을 일찍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이 왓 스튜디오였고, 먼저 형태를 갖췄던 게 듀랑고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고민은 처음부터 많이 했다. 처음 만들 때에는 크로스 플랫폼을 실현시키자는 생각이 강했다. 웹 브라우저에서도 돌아가게 구상해서 네이티브 앱으로도, 또 PC에서도 실행되도록 기획했다. 하지만 1년 정도 개발하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모바일 네이티브 앱에 먼저 주력하기로 했다. 그 뒤로는 모바일에 집중해서 진행했고, 출시 후에는 다른 플랫폼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저들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의 듀랑고는 '생존 게임'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게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존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콘셉트로 만들면 변별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생존보다는 '생활'을 더 강조해 왔다. 개척이라는 테마를 중심에 두고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생활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 듀랑고다"

이렇게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하니 고려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 너무 많더라는 이야기. 하지만 선택한 길을 믿고 방향에 맞춰 만들며 시간이 길어졌다.

듀랑고의 프로토타입 중 가장 기자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탈출에 성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경쟁 콘셉트였다. 하지만 왓 스튜디오의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장르나 성별, 연령과 관계없이 모두 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에는 조금 맞지 않은 콘셉트였다는 건 이해되는 부분.

갈수록 캐주얼화로 나아가는 느낌은 받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지켜낸 게임이 듀랑고다. 5~6차례 빌드를 바꿔가며 어떤 시스템이 가장 재미있고 추구하는 바에 맞는지 탐색해 온 듀랑고 개발팀이 내린 결론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외부에 게임을 보여주게 되면서 캐주얼화로 나아간 건 맞다. 내부에서는 테스트를 다양하게 했는데, 성장 시스템만 놓고 봐도 극단적인 방향까지도 다 가보며 어느 지점이 가장 적합할까를 확인해 봤다. 곧 공개될 최종 형태보다 훨씬 하드코어한 버전도 있었고 오히려 더 라이트한 버전도 있었다"

NDC에서 만난 넥슨 개발자들에게 듀랑고 평을 들어보면 다들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게임은 잘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 모르겠다, 걱정이다'라는 것. 기자도 이은석 디렉터에게 이 부분을 듣고 싶었다.

"사내에 공개한 빌드에서 매출이 발생할 부분을 깊게 파지 않았던 건 맞다. 그 부분은 현재 많이 진행중이다. 상업적 성과도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획일화된 과금형태, 성공방정식과 조금 다른 길을 간 게임을 만들었지만 듀랑고가 상업적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좋은 예시, 선례가 되지 못할 것이다. 현재 한창 고민중인 부분이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이은석 디렉터는 긴 시간 듀랑고를 기다려준 게이머들에게 기다림의 끝이 임박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마무리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저와 개발팀의 소망이었습니다. 그런 목표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게임,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는 게임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곧 출시될 듀랑고를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6년. 긴 시간이다. 이 긴 시간 동안 하나의 게임에 매달려 오며 떠오르는 아이디어 중 적용 가능한 건 다 듀랑고에 넣었다지만 그럴 수 없어 아이디어로만 간직한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은석 디렉터가 아이디어를 정리해 둔다는 노트에는 그런 아이디어가 가득 담겨있을 텐데...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듀랑고가 출시된 후에는 노트에서 아이디어들을 꺼내 하나씩 실제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은석 디렉터의 소망이 이뤄지면 좋겠다.

그리고 이은석 디렉터의 소망이 이뤄진다면 그의 '마지막 대작(?)'이 될(듀랑고가 성공한 후에 넥슨에서 이은석 디렉터를 작은 규모의 게임만 만들게 내버려둘까는 조금 의문이 생기지만 일단 덮어 두기로 하고) 예정인 듀랑고가 큰 성공을 거둬 대량투입, 속전속결이라는 단일 방정식이 지배하는 국내 게임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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