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나서 1년여 만에 일명 '사우나조이'로 불리는 중국의 게임쇼 '차이나조이'에 첫 해외출장을 가게됐다. 단순히 해외 출장 뿐만 아니라 국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해외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더운 날씨나 소통의 문제도 그랬지만, 오롯이 모든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현지에 도착해서 경험한 중국, 그리고 '차이나조이'는 내가 듣고 생각한 그대로였다. 자정이 되어도 온도와 습도는 떨어질 줄을 몰랐고, 행사장과 행사장 사이를 오가는 그 잠깐의 순간에도 숨이 턱턱 막혀왔다. 시원하게 느껴져야 할 바람이 뜨거울 정도였다. 개최 첫날인 27일 현지 온도가 42도였다고 하니,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였다.
날씨도 날씨였지만, 이른 오전부터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행사가 끝나면 돌아가는 지하철 역 입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그야 말로 '지옥'이라는 표현 외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늘어선 줄을 보고 있자니 숙소가 행사장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단순히 모니터 속 숫자로만 보던 관람객 수가 허수가 아니라는 것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진짜' 발디딜틈 없었던 전시관
B2B는 그나마 조금 한산했지만, B2C는 모든 관에 사람이 넘쳐났다. 행사장 안에서 이동할 때는 혹시나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평소보다 더 자주 확인했다. 분실의 위험을 고려해서도 그랬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과 대형 스피커에서 울리는 음악에 정신을 놔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차이나조이' 일정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능력적으로 나의 한계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숙소를 찾아가는 것부터 현장 기자 등록, 공안과 입국 심사관과의 눈치싸움, 간단한 영어조차 통하지 않는 편의점과 무차별적인 새치기까지. 평생 대한민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토박이에게 외국은 거친 정글과 다름없었다.
여기에 더해 그 동안 영어 공부를 소홀히 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친구가 알려준 속성 생존 중국어(?)와 번역 앱이 없었다면 현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난관들을 어떻게 해결했을지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하다.
마냥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라고 중국어로 말하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고 한국어로 인사하던 중국 관람객의작은 친절이나, 40도가 넘는 행사장 밖에서 '마비노기 영웅전'의 '린' 코스프레를 하고 포즈를 취하는 모델의 프로 정신을 보면서 잠시나마 정신적 위안을 얻기도 했다.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경험한 '차이나조이'는 확실히 선배 기자들의 말처럼 '사우나' 그 자체였다. 그러나 단순히 날씨의 문제를 떠나, '지스타'의 수 배에 달하는 규모와 인파, 그리고 뜨거운 분위기는 중간중간 더위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부스의 크기부터 부스걸의 숫자까지 중국다운 규모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내심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걱정마저 들었다.
'중국산'이라며 은근히 무시했던 중국 게임업계의 발전된 현주소와 자신의 한계를 피부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여러모로 인상적이고 강렬한 첫 해외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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