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NDC 2018에서 나온 넥슨코리아 정상원 부사장의 발언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상원 부사장은 올해의 게임(GOTY) 후보를 배출하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콘솔 플랫폼으로 나아가 최종적으로 스토리와 엔딩이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혀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을 깜짝 놀래켰다.
국내 게이머 중에는 넥슨이 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기자는 가보지 않은 길로 가 F2P의 상징이 아닌 좋은 게임 개발사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정상원 부사장과 넥슨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사실 기자는 정 부사장의 발언에 대해 NDC 취재를 위해 내한한 일본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본 기자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넥슨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할 수 있다', '넥슨은 돈만 벌려는 소셜게임 회사들관 역시 다르다'는 반응이 나와 조금 놀랐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하다. 아마 정상원 부사장이나 넥슨코리아 구성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길이 될 것이다.
정 부사장의 말을 듣고 기자는 몇년 전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생각났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복수의 슈터 게임 개발에 나섰는데, 당시 김택진 대표의 뜻이 바로 '배틀필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같이 제대로 된 스토리, 싱글 미션을 갖추고 온라인 멀티플레이까지 제공하는 게임을 만들어 FPS 본고장에서 FPS 게이머들에게 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현재의 우리는 그 결과를 알고 있다. 어떤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책임자의 부정이 발각되며 엎어졌고, 또 어떤 프로젝트는 사내 테스트 결과가 좋지 못해 폐기처분됐다. 개발 과정에서 스토리를 갖춘 싱글플레이 개발은 난항을 거듭하다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처음 산정했던 이 정도 분량을 이 정도 인력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싱글플레이의 레벨디자인은 멀티플레이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고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시나리오를 미션으로 옮기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넥슨지티가 '서든어택2'를 개발하며 겪은 시행착오도 참고가 될 것이다. 넥슨지티 역시 제대로 된 스토리와 세계관 아래 싱글플레이를 담은 게임을 개발하려 했다. 그를 위해 유명 밀리터리 소설가를 영입해 개발에 나섰지만 싱글플레이 개발은 난항을 겪었고, 결국 싱글플레이는 계획대로 개발되지 못했다는 걸 현재의 우리는 알고 있다.
기자는 오래 전부터 성공한 경험보다 이런 실패한 경험이 더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넥슨에서는 엔씨 및 넥슨지티에서 이 프로젝트들에 참여한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당시의 엔씨와 현재의 넥슨의 다른 점이라면 엔씨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내부에서 만들고 테스트하다 포기했다면 넥슨은 시작지점부터 '우리는 이걸 할 것이다'라고 선언하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엔씨가 첫 시도에서 한방에 대작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것에 비해 넥슨은 멀티플레이 게임, 작은 규모의 게임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 최종적으로 싱글플레이를 갖춘 콘솔 대작게임을 만들겠다는 계단식 도전을 하려 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엔씨소프트 역시 콘솔 플랫폼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국내 게임회사 중 거함거포주의의 상징답게 이번에도 규모가 큰 게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단계별로 나아갈 넥슨과 한방에 승부를 보려는 엔씨의 개발방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기자는 정상원 부사장의 발언이 알려진 후 국내 개발자들에게서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그냥 해보는 말일 것', '금시초문이다, 뜬금없다' 같은 부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나도 콘솔게임 개발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정상원 부사장의 발언이 말로 그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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