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여자 캐릭터로 게임을 할까?

등록일 2010년07월22일 22시54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게임을 즐기는 여성 인구가 상당히 증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대부분은 남성들이며, 남성문화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것은 온라인게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디오게임이나 PC패키지 게임과 비교하면 여성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남성에 비하면 온라인게임에서의 여성게이머는 아직도 상당히 미비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성비는 이렇듯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지만 게임내 캐릭터의 성비는 거의 균형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게임은 여성캐릭터들이 훨씬 많은 경우도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교외에 사는 치과의사 프리맨 윌리암스(남, 48세)는 퇴근 시간 이후에는 ‘시티 오브 히어로’에 빠져사는 열혈 온라인게이머이다. 게임 내 그의 캐릭터는 ‘Robotrixie'라는 여성 히어로. 그는 이 여성 히어로를 이용해 도시내의 악당들과 싸우며, 도시의 정의를 사수하고 있다.

월리암스씨는 “내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다른 게이머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은 매우 즐겁고 카타르시스가 동반되는 일”이라며, “특히, 음성 채팅을 통해 내가 내는 소리가 여성 캐릭터의 소리로 바뀌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모(26)군의 경우도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주로 즐긴다. 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외에도 다른 온라인게임들을 많이 즐기지만 대부분의 온라인게엠에서 그의 캐릭터는 모두 여성이다.

박모군은 “남성 캐릭터들 보다는 여성 캐릭터들의 동작이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편”이라며, “남성 캐릭터는 왠지 모르게 무겁고 둔하게 느껴지지만 여성 캐릭터는 날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그러나 여성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며, “대부분의 남성 잡지에 여성 모델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게임의 수 많은 여성캐릭터들 중 실제로 여성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얼마나 될까?

온라인게임이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포장하고 새롭게 변신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이런 게임내 캐릭터의 성별 교차는 더욱 활발해 지고 있는 편이다. 특히, 최근 온라인게임의 그래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게임내 아바타의 묘사가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된다는 점도 활발한 성별교차의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 해외 언론이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롤플레잉 게임의 원초적인 목적은 롤(Role-역할)의 플레이(Play-즐기다)에 있다. 다시 말하면 실체적인 자신의 역할이 아닌 게임내 자신의 캐릭터가 가진 일정한 역할을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자신의 디지털 페르소나의 기본적인 외관과 능력을 결정하는 캐릭터 선택인 것이다.

예를들면, ‘힘이 센 전사 캐릭터로 만들것인가?’,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사제로 만들 것인가’, 혹은 ‘녹색의 피부색을 가진 오크로 만들 것인가’, ‘뾰족한 귀를 가진 엘프로 만들 것인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남성이나 여성과 같은 성별의 선택은 캐릭터를 결정짓는 수많은 선택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캐릭터의 능력을 선택하는데 있어 다양한 취향을 보이는 남성들이 캐릭터의 성별에 있어서는 대부분 여성을 선택하는 것이다.


남성들이 시각적인 자극을 원하기 때문
미국의 심리학자인 캐서린 라이트는 “많은 남성들이 게임 캐릭터를 결정하는데 있어 다양한 이유로 여성을 택한다”며, “이는 남성들이 시각적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캐서린 라이트가 남성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상자의 50%가 온라인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를 선택한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여성캐릭터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색다른 성(性) 체험을 위해서라고 대답했으며, 남성캐릭터보다 시각적으로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비디오게임에 ‘라라 크로프트’를 제외하고는 강력한 히로인(여성 주인공)이 없다는 것도 남성 게이머들이 온라인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를 고르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남성게이머들이 게임 내 캐릭터의 성별 교차를 통해 대리만족 혹은 시각적인 자극을 원하지만 이를 만족시켜 줄 비디오게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에서의 성별 교차가 더욱 많아진다는 것.

라라 같은 슈퍼여전사를 비디오게임에서 더 많이 볼 수는 없을까?

실제로 윌리암스씨는 자신이 여성 캐릭터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온라인게임에서 일부러 여성 캐릭터를 의식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다른 플랫폼의 게임들에서 강한 여성 캐릭터를 플레이 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에서 그런 강한 여전사를 직접 창조해 특별한 체험을 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오래된 역사적 행동양식인가? 남성의 게임플레이적 특성때문인가?
미국 오하이오 대학의 미아 콘살보 교수에 의하면, 여성의 경우 아바타의 외관이나 커스터마이즈 기능만을 중시하는데 비해, 남성들이 아바타를 결정하는데는 매우 많은 동기들이 존재하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남성은 단순히 아바타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를 게임내 많은 기능과 옵션들을 체험하는 도구로 여긴다는 것이다.

여성게이머 대부분이 온라인게임에서 남성 캐릭터가 아닌 여성 캐릭터를 선택하는 이유도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는 자신의 분신이 남성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온라인게임내에서의 캐릭터 성별 교차는 매우 오래되고 일반적인 남성의 행동양식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경극이나 유럽의 오페라, 그리고 일본의 가부키 등에서 여성은 연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극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모두 남성이 연기를 해야 했다. 남성들의 이러한 오래된 행동양식이 온라인게임의 캐릭터 선택에도 반영된다는 것.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리넬리나 패왕별희 등은 모두 여성을 연기하는 남성들의 고뇌를 잘 나타낸 작품들이다.

중국의 경극이나 일본의 가부키, 유럽의 전통 오페라 등은 금녀의 영역이었다. 때문에 극중 여성의 역할들도 남성배우들이 맡는것이 일반적이었다.

남성 캐릭터만 고집하는 남성들도 많아
한편, 많은 남성게이머들이 온라인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를 플레이하기는 하지만 여성 캐릭터가 아닌 남성 캐릭터를 고집하는 남성 게이머들도 상당 수 존재한다. 오히려 이들은 여성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남성게이머들을 불쾌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시애틀의 거주하는 마이크는 온라인게임 매니아. 그렇지만 그는 항상 남성 캐릭터만 플레이한다. 그는 “MMORPG는 롤(Role, 역할) 플레이가 주 목적이 아니다. 롤 플레이는 다른 패키지 게임에서도 충분하다”며, “MMORPG의 목적은 게임내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며 다른 게이머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마저 자신과 다르게 속인다면 이런 커뮤니티의 형성은 현실과 괴리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35세)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는 MMORPG에서 여성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남성 게이머들 때문에 매우 불쾌해진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실제로 자신이 여성인 것처럼 행동하며, 다른 게이머들을 우롱합니다. 때로는 그들의 과도한 연기를 보면 매우 불쾌합니다.”라며,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여성이 아닌 것을 게임내에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캐릭터의 성별 교차를 이용해 다른 게이머에게 사기를 치는 경우도 예전에는 많았기 때문에 일부 게임에서는 자신의 성별과 다른 캐릭터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기까지 했죠”라고 말했다.

이렇듯 온라인게임에서 남성이 여성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며, 또 다들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성게이머들에게서는 성별 교차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이고 그 차이점이 왜 생기는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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