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사드보복 이후 이미 수년 째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시장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중국 정부가 신규 게임에 대해 판호를 발급하고 특히 중국 외 게임에 대해서도 일부 판호를 허가하면서 중국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들의 중국 시장 재진출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이 여전히 매력적인 게임시장인 것은 맞지만 불안 요소는 많고 진출은 어려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인 시장이 된 것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존의 익숙한 글로벌 시장은 물론 러시아를 포함해 태국, 인도, 남미 등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시장들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신흥 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러시아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많은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 러시아, 매력적인 신흥 시장으로 떠올라
인구 1억 4천만 명,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인근 국가까지 고려하면 약 3억 명 이상의 소비자를 보유한 거대하고 매력적인 시장이 바로 러시아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싼 통신 요금과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스마트폰 보급율도 약 54%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 게임 시장인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률 보다 높은 수준.
KOTRA(대한문역투자진흥공사)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러시아 모바일게임 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러시아 모바일게임 시장은 10배 이상 성장했다. 또한 2016년 러시아의 모바일게임 개발사는 전년 대비 54%(600만 루블)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콘텐츠 신흥시장 진출방안 조사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러시아의 게임 시장은 전년(2016년) 대비 22% 성장한 19억 8,700만 달러(한화 약 2조 25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러시아 콘텐츠 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게임 시장의 성장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한 앱 기반의 소셜, 캐주얼 게임과 디지털화된 콘솔 게임의 성장이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한 2021년 러시아의 게임 시장 규모가 38억 달러(한화 약 4조 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지난 2015년 펄어비스는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검은사막'을 서비스하며 일찌감치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바 있으며, 최근 퍼블리싱 계약 종료 후에는 직접 서비스를 이어가며 신흥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게임빌은 동남아와 일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탈리온'을 러시아 시장에 선보이며 본격 진출했고, 스마일게이트 또한 현지의 대표 포털 기업인 'Mail.Ru'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해 자사의 PC MMORPG '로스트아크'를 러시아 게이머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구매력 낮고 선호 장르 국내와 다른 점은 고려해야
물론 러시아가 매력적인 미개척 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불안 요소도 일부 존재한다.
우선 국내 게임사들의 주로 선보이는 MMORPG 장르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첫 번째다. 실제로 러시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자리한 게임을 살펴보면 대부분 퍼즐, 전략, 시뮬레이션, PVP 콘텐츠가 핵심이 되는 게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MMORPG는 매출, 인기 순위 모두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유저들이 원하는 바와 시장 상황이 국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은 진출에 있어 불안 요소다. 만약 러시아에 진출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면 비교적 현지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캐주얼, 퍼즐 등의 장르와 PVP 위주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의 많은 인구수와 1인당 GDP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하는 구매력도 게임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요소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신흥시장 오픈포럼'에 참석해 러시아 시장에 대해 설명한 PiG의 김성현 팀장은 "러시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바이킹즈: 워 오브 클랜'과 '리니지M'을 비교하면, '바이킹즈'의 매출은 '리니지M'의 1.6%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그 이하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들의 매출 또한 동일한 국내 순위 대비 10~20%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즉 잠재된 게이머 숫자는 많지만 아직까지는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의 구매력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유저당 평균 결제 금액(Average Revenue Per User, ARPU)이 인구수에 비해서는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현지 마케팅과 로컬라이징 등 진출 전략도 다소 차이가 있다. '신흥시장 오픈포럼' 당시 참석한 러시아 현지 게임 마케팅 업체 '조르카 모비'의 드미트리 츄도프스키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러시아인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7%에 불과하다. 러시아 현지의 문화적, 역사적 특성을 고려한 게임의 로컬라이징은 물론이고, 러시아 유저들을 응대할 수 있는 고객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국내 및 타 국가와 비슷하다. 즉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기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존재한다.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SNS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아닌 'VK'다. 더불어 포털 사이트인 'yandex'와 'mail.ru' 등이 '구글'보다 순위가 높게 나타났다. 즉 러시아 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SNS를 활용한 마케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는 러시아 게임 시장은 중국 시장 진출길이 막힌 이후 국내 게임사들이 노리는 신흥 시장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글로벌 진출 의지를 보이며 러시아 시장 개척에 도전했던 펄어비스를 비롯해 게임빌,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사들이 적극 러시아 현지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그 결과가 어떨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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