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가 5월 중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통해 '게임 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코드 도입을 시사하면서 게임의 중독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에 학계 및 업계 관계자들이 게임의 무해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중에게 게임은 '중독 물질'로 취급되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 학과 교수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9(NDC 2019)'에서 '4년간의 여정 - 청소년과 게임에 대한 2천가지 기록'을 주제로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기 위한 4년간의 추적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정의준 교수는 아시아 지역에서 게임 과몰입 논란이 두드러지는 원인으로 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지역에서 게임 중독 문제가 주로 보고되고 있으며 '셧다운제' 등 게임 중독 현상 치료를 위한 해결책들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정의준 교수는 "서구권과 아시아 지역은 인터넷이나 게임 이용 환경이 그리 다르지 않음에도 유독 한국과 중국 지역에서 게임 중독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라며 "게임 중독의 원인과 증상, 규정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가 없는 만큼, 게임 자체보다는 학업 스트레스나 부모의 간섭 등 문화적인 배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매년 50% 정도의 청소년이 특별한 조치 없이 게임 과몰입 증상 극복, '자기통제'가 큰 영향 미친다
이에 정의준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청소년 2,000명을 게임 과몰입 군과 일반 군으로 나눠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도중 한가지 특이한 점으로는, 전문적인 조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평균 50명 정도의 게임 과몰입 군 청소년이 일반 군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특히 5차년도까지 단 한번도 게임 과몰입 진단을 받지 않은 청소년은 519명(전체 66.6%)이었으며, 5년 연속으로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인 청소년은 11명(전체 1.4%) 뿐이었다.
그렇다면 게임 과몰입 군과 일반 군의 차이는 무엇일까. 추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기통제', '학업 스트레스', '친구 또는 교사의 지지', '부모의 과잉간섭', '부모의 과잉기대', '부모의 비일관성' 등이 주된 차이로 지목되었다. 이중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기통제'로, '자기통제' 정도가 떨어질수록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별다른 조치 없이도 게임 과몰입 군에서 일반 군으로 돌아가는 청소년들은 '자기통제'가 높은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정의준 교수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의 게임 과몰입 수준은 매우 탄력적이다"라며 "매년 50%에서 60%정도의 인원이 특별한 조치 없이도 일반군으로 이동하며, '학업스트레스', '자기통제', '부모의 과잉산업 및 기대'가 게임 과몰입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의준 교수는 부모의 심리적인 상태나 양육 태도가 자녀의 게임 과몰입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부모와 자녀에게 동시에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모가 고독함을 느낄 경우 자녀 또한 고독함을 느낀다. 부모의 심리상태 이외에도 부모의 '자기통제'가 자녀의 '공격성', '스트레스', 'ADHD', '자기통제' 등 게임 과몰입의 거의 모든 변인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 이용 시간은 게임 과몰입에 큰 영향 주지 못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장시간 게임을 이용할수록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되지만 추적 조사 결과에서는 게임 이용 시간보다 '자기통제'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의준 교수에 따르면, 조사 1차년도에 게임 이용 시간이 큰 차이를 보이더라도 조사가 진행될수록 점차 차이가 좁혀지는 수렴 형태의 그래프가 도출된다. 결국 게임 이용 시간 자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균치로 회귀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자기통제'는 시간이 지나도 차이를 유지하는 만큼, 게임 과몰입에 '자기통제'가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과몰입에 게임 이용 시간과 '자기통제'가 미치는 영향의 차이를 보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1차년도부터 5차년도까지 게임 과몰입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자기통제'로, 특히 5차년도 조사 결과에서 게임 이용 시간은 게임 과몰입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업 스트레스가 '자기통제' 저하로, 다시 게임 과몰입 증상으로 이어진다
4년간의 추적 조사 결과 정의준 교수는 게임 과몰입 증상의 이면에는 학업 스트레스와 '자기통제'의 저하가 있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했다. '자기통제'이 저하될수록 게임 과몰입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자기통제'는 학업 스트레스가 높을 수록 낮아지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는 부모의 과잉간업이나 기대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부모의 감독이나 대화 정도 등 양육 태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결국 부모의 과잉기대나 간섭이 심할수록 자녀의 학업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이것이 '자기통제'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자기통제'가 낮은 청소년은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학업 스트레스가 결국 게임 과몰입으로 이어지는 것. 정의준 교수는 "게임 과몰입은 게임 자체의 문제보다는 학업 스트레스와 자기통제 저하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다"라며 "입시문화가 치열한 문화적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부모의 과잉간섭 및 기대 등 학업 스트레스에 취약한 환경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트레스와 자기통제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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