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9]'마블 배틀라인'은 어떻게 '마블스러운' 게임이 되었을까? '마블 배틀라인'의 시나리오 작업 과정

등록일 2019년04월26일 10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마블 실사 영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하면서 마블 IP를 활용한 게임도 영화를 테마로 한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넥슨이 글로벌 서비스 중인 모바일 카드 게임 '마블 배틀라인' 역시 22일,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이벤트 스테이지를 오픈해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특히 '마블 배틀라인'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스토리로, 영화 시리즈의 세계관과 코믹스의 세계관을 조합한 독특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통해 글로벌 마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넥슨 코리아에서 '마블 배틀라인'을 개발한 손수현 기획자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9(NDC 2019)'에서 '마블 게임시나리오 탄생기 포스트모템 - 슈퍼 히어로의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마블 배틀라인'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IP 홀더인 마블과의 협업에 대해 손수현 기획자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게임 개발 초기에는 단순히 캐릭터의 대사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마블 측의 꼼꼼한 검수를 받았지만, 지금은 '마블스러움'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작업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마블 측이 먼저 게임의 소재를 제시하기도 한다고.

 

'인피니티 스톤'은 깨지지 않는다. IP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

 



 

'마블 배틀라인'의 초기 스토리라인은 어땠을까. 손수현 기획자에 따르면, 초기 '마블 배틀라인'에서는 '행크핌' 박사가 영웅들의 능력을 빌릴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지만 이를 '로키'에게 빼앗긴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로키'는 빼앗은 장치에 '인피니티 스톤'을 부착해 세계를 정복하려 했지만, 사고로 '인피니티 스톤'이 폭발하면서 영웅들의 능력이 카드로 변한다는 것.

 

만족스러운 시나리오를 들고 마블을 찾아갔지만, 마블 측은 초기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 이유는 '인피니티 스톤'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 이처럼 사소한 설정도 IP 세계관 내의 개연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IP를 기반으로 한 고퀄리티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서는 해당 IP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마블 배틀라인'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모든 국가의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하나의 작품에서 완성되는 일반적인 만화와 달리, 북미 코믹스는 세계관 내의 다양한 작품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인물의 동기나 감정,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작품들을 숙지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및 아시아 국가의 유저들이 코믹스 특유의 스토리텔링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원작 코믹스에 등장하는 다양한 영웅들을 어떻게 소개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초기 '마블 배틀라인'에서는 멋진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했지만, 유저들이 보다 받아들이기 쉽도록 소수의 캐릭터가 먼저 등장하고 이후 만날 수 있는 영웅들을 늘려나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밖에도 캐릭터 사이의 호칭이나 말투 등 원작 IP의 느낌을 유저들에게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IP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손수현 기획자의 설명이다.

 

'마블스러움'을 알아가는 험난한 여정

 



 

개인이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IP 홀더에게 스토리를 검수받고 협업하는 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손수현 기획자는 IP 홀더와 협업하기 위해서는 긴 과정을 거쳐야하는 만큼 효율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블 배틀라인'에서 개발팀이 시나리오를 작성해 작가에게 전달하면, 공통 논의 끝에 대본이 완성된다. 이후 다시 개발팀이 대본을 공유해 검토하고 수정본을 전달하면 마블 측의 검수를 거쳐 최종본이 완성된다. 여기에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둔 만큼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면 단순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데도 3, 4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마블 코믹스의 매력은 다양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서로 연계되는 데 있는데, 이를 게임 내에 살리면서도 유저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초기안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벤져스를 만나고 보스전을 진행한 뒤, 다시 다른 영웅들이 순차적으로 합류했지만 전개가 단조롭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반면, 각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다가 플레이어가 합류하는 방식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전개되어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의 입장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에 넥슨 측은 보스전을 통해 사건이 확대되고 다른 영웅들이 여기에 합류한다는 계단식 구조를 고안했다. 이를 통해 마블의 매력적인 영웅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은 물론, 유저가 게임의 전개를 이해하기도 쉬워졌다고. 이 밖에도 캐릭터의 성격이 원작과 마찬가지로 묘사되는지와 마블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는지 등 '마블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검수 과정을 거치지고 했다.

 

현지화 작업에서도 마블 측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마블 배틀라인'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총 9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인데, 한국어와 영어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텍스트를 번역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원작 내에 등장하는 고유명사의 경우, 번역가가 임의로 번역할 수 없어 마블 측의 가이드라인을 제공받아야 한다.

 



 

손수현 기획자는 개발 초기에는 3, 4개월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개발팀이 '마블스러움'에 대한 느낌을 파악하면서 지금은 작업 속도가 많이 빨라진 상태라고 밝혔다. 작업 프로세스 역시 개발 초기 파이프라인을 정립하면서 전반적인 작업 일정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그러나 영화를 비롯해 마블 IP의 트렌드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만큼, 새로운 '마블스러움'을 게임 내에 녹여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손수현 기획자는 마지막으로 "내가 의견을 제시한다고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걱정을 필요없다"라며 "자유롭게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환경에서 IP 홀더와의 관계가 깊어진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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