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마약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 답답", 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긴급 토론회 열렸다

등록일 2019년05월28일 17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ICD-11'에 등재하기로 최종 확정하면서 국내외 게임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금일(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와 관련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긴급 토론회는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주관하여 개최됐다. 토론회에서는 WHO의 질병 코드 등재 이후 게임업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걸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장에는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임상혁 회장을 비롯해, 이전 게임 개발자로 업계에 종사하다 최근 유튜브 'G식백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김성회 크리에이터,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강경석 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임상혁 학회장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좌장을 맡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임상혁 학회장은 "WHO의 결정에 따라 'ICD-11'이 바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제정 과정에서 어떤 논의를 거쳐 도입된 것인지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 일명 '신의진법' 등을 통해 게임을 마약이나 알코올 등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입법을 시도했던 과거 사례를 미루어 보아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토론해 보고자 한다"고 이번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한콘진 강경석 게임본부장 "게임 과몰입은 청소년 둘러싼 환경 문제... '낙인 효과' 우려스러워"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강경석 본부장


현장에 참석한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강경석 본부장은 게임을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의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게임 이용 장애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은 드라마나 영화 등 일상생활에서 영위하는 여가 문화와 똑같다"고 말했다.

 

특히 강 본부장은 일부에서 게임을 마약이나 도박과 유사하게 바라보는데, 설탕이나 소금처럼 많이 섭취하면 유해할 수 있지만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마약과 같이 물질 자체가 문제를 갖고 있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게임에 과몰입하는 일부 청소년들의 문제는 우선 가정에서 돌봐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과몰입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첫번째 해결책이며,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지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만약 그렇게 해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청소년 상담이나 여성가족부의 상담 시설, 또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 등을 활용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시설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추가로 질병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치 않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강 본부장은 게임 이용 장애가 정식으로 KCD 개정안에 포함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로 낙인 효과를 들었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청소년이 정신과 병력이 있는 환자로 낙인이 찍히면, 편견과 왜곡이 해당 청소년의 대학 진학이나 사회에서의 취업 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몇 학부모 단체들이 이번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코드 등재에 찬성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자녀가 환자가 된다고 한다면 어느 부모가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게임 과몰입은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다. 청소년들이게임을 일종의 탈출구 또는 해방구로 삼는 것일 뿐이다"라며 " 게임일 뿐. 게임 이슈가 아닌 가정환경, 환경 이슈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본부장은 문체부와 한콘진은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에 반대하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또한 학계와 공조해 공동연구를 통한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G식백과' 김성회 크리에이터 "게임은 놀이의 형태와 도구가 바뀐 것일 뿐"

 

김성회 크리에이터


한편, 이번 토론회 현장에 참석한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지난 주 방송됐던 MBC의 '100분 토론'을 보고 절망스러웠다는 소감으로 운을 뗐다. 그는 10년 전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를 초청해 게임 중독자처럼 취급했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에 비해 게임에 대한 인식과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아 절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게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놀이 문화이며, 웹툰이나 영화 등 대중 문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에 소설, 희곡, 영화, 게임으로 이어지는 문화의 형태 변화에 대해 설명하며 게임을 단순히 '화학적 유해 물질'로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2천만 플레이어를 보유했던 '애니팡'은 어린 시절 하던 퍼즐을 게임으로 만든 것이고,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모바일게임으로 만든 것이 '모두의 마블'이다. 형태가 바뀌고, 도구가 바뀐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이러한 논의는 신생 문화가 거쳐가는 일종의 신고식이자 '백혈구'의 활동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 시절 희곡이 청소년에게 해롭다거나, TV를 보고 '바보 상자'라고 비하한 것과 같다"며 "하지만 신병 신고식이 과하면 신병이 죽는 것과 같이, 자칫 신생 놀이 문화인 게임이 죽어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게임을 하며 밤을 샜던 경험, 그리고 주위에서 게임을 하다 시험을 망친 경우를 이야기하며 게임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과거 '4대 중독 물질'에 게임이 포함될 정도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과거에 중독 물질에서 마약을 빼고 게임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과연 이러한 논의가 과학적인 관점에서만 논의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과잉 의료화나 과잉 입법 이야기도 나오는데, 게이머와 게임에 과몰입하는 사람들을 순수하게 걱정해서 의료화 하려는 것인지 의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게임이 사람들에게 '만만한 이슈(강력범죄)의 쓰레기통'이 되는 것이 두렵다며, WHO와 의료계가 낙인이나 딱지를 붙이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즐기는 놀이 문화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강력 범죄의 이유로 게임이 이용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이 우월하다거나, 4차 산업 혁명의 총아(寵兒)로 인정 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 중 하나라고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의료계의 개입에 반박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기 위해 게임업계가 이번 기회를 토대로 자기반성하고 '진짜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왜 회사에 들어왔나 싶어 그만두는 개발자들도 꽤나 많다. 물론 기업 논리, 자본 논리가 있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