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타 개발자로 평소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한 요코오 타로가 서울을 찾았다. 그의 첫 한국 방문이다.
요코오 타로는 넥슨이 5월 30일 개최한 '시노앨리스' 서비스 일정 공개 행사에 참여해 특유의 거침없는, 듣는 사람은 유쾌하지만 관계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시노앨리스'는 일본 개발사 스퀘어에닉스와 포케라보가 개발한 모바일게임이다. '니어 오토마타'로, 그 이전에 '드래그 온 드라군' 시리즈와 '니어 레플리칸트'로 이름을 알린 개발자 요코오 타로가 원작, 디렉터를 맡아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독특한 세계관과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다크 판타지 RPG이다.
'일본에 먼저 출시된 '시노앨리스'는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일본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에 오르고 누적 이용자 수 400만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으며, 여전히 마켓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며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다.
게임포커스에서는 요코오 타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그의 생각과 시노앨리스 개발에 어떻게 임했는지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에도 그는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꺼리낌없는 발언들을 쏟아내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은 요코오 타로는 언제나처럼 에밀 탈을 쓰고 있었으며, 한국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넥슨이 섭외한 통역사의 언어순화(?)로 그의 발언이 너무 정제되어 전달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웠는데...(?)
요코오 타로, 그리고 그의 영향을 갈수록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츠오 료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2차 인터뷰 내용을 기자의 번역으로 정리해 본다.
'니어 오토마타' 콜라보레이션 콘텐츠가 발표됐다. 시나리오는 어떤 내용이고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는지, 캐릭터 소유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요코오 타로: 소유 가능했나?
마츠오 료키: 됩니다.
요코오 타로: 2B와 9S가 나온다. 맞나?
마츠오 료키: 맞습니다.
요코오 타로: 오래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아 확인해 봤다. 시나리오는 소개하면 (길어서) 인터뷰가 끝나버릴 텐데, 아무튼 2B와 9S가 나오고 심한 일이 일어나고 끝납니다.
그 동안 어두운 이야기를 보여줬고 '시노앨리스'도 잔혹 동화이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시노앨리스'에서 그런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요코오 타로: 다크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심각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비즈니스적 이유가 크다.
저는 대개 스퀘어에닉스와 같이 일하는데 스퀘어에닉스에는 '파이널판타지'나 '드래곤퀘스트' 같은 밝고 좋은 이야기가 많으니 시장에서 이길 수 없어 블루오션을 찾은 결과가 다크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근래 아시아에서 어두운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모바일게임에서는 스토리가 곁가지 형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노앨리스'는 스토리, 세계관을 강조한 것 같다
마츠오 료키: 일단 길드 대 길드 대결 같은 집단 PVP가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먼저 게임 시스템이 정해졌다. 게임 시스템이 좀 복잡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라이트유저를 노리기 위해 요코오 타로나 일러스트레이터 gino, 오카베 케이이치를 불러서 외관을 재미있게 연출해 그런 부분을 보고 들어오면 핵심 시스템에 빠지게 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한 결과 실제 그렇게 되었다.
요코오 타로: 모바일게임 시나리오는 스킵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 저도 모바일게임을 할 때에는 시나리오는 다 스킵하고 플레이한다. 이번 타이틀도 시나리오를 읽어도 좋지만 한 순간만 봐도 어느 정도 이해되도록 키워드를 강조하는 등 이미지를 신경썼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놓은 건 표면적인 이유고 사실 시나리오 쓰는 데 긴 시간을 쓰고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런 구조로 하게 됐다.
마츠오 료키: 초반에는 문장이 많지 않지만 서비스가 길어지며 지금은 텍스트가 엄청 많아졌다. 지나간 다음에 다시읽기 기능으로 읽으면 소설을 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다.
캐릭터성이 호평받고 있는데 일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일러스트라는 식으로 코멘트한 적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요코오 타로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잘 팔리는 캐릭터란 어떤 것인가
요코오 타로: 나눠서 이야기해야겠는데, 먼저 그런 코멘트를 준 것은 사실 신규 캐릭터가 들어올 때마다 스퀘어에닉스가 홍보를 위해 자꾸 시키는 게 귀찮아서 똑같은 코멘트를 줬다.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란 우리가 디자인해서 매력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일러스트나 음악, 이야기를 포함한 경험이 유저 마음 안에서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완벽한 캐릭터보다는 여러분이 '이 아이를 돌봐줘야 해',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결여된 부분, 결핍된 부분이 인간적인 매력 아닐까 싶다.
요코오 타로가 만드는 게임은 하나같이 세계관이 암울하고 커플을 용서하지 않는다. '시노앨리스'도 비슷하게 흘러갈까? 그리고 2B 캐릭터가 여기저기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하는데 이유가 뭔가
요코오 타로: 기본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은 스퀘어에닉스가 이야기하면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게임이 다행히 히트해서 원하는 곳이 많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되고 있는거라 고맙게 생각한다.
커플 부분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커플이 죽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커플의 남성만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시노앨리스'에도 멋진 남성 캐릭터들이 있는데 언젠간 죽일 생각이다.
마츠오 료키: 잘생긴 남성 캐릭터가 몇 나오는데 요코오가 잘 생긴 남자를 싫어해서 그런 캐릭터는 반드시 성격이 파탄된 캐릭터이거나 왜곡된 캐릭터이다. 그런 부분도 생각하고 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다.
요코오 타로: 세계의 전쟁은 대부분 남자들이 벌이므로 남자들을 다 죽이면 세계가 평화롭고 깨끗해질 것이다. 아 물론 저 외에 다른 남자들 이야기입니다.
'드래그 온 드라군'이나 '니어'는 시리즈로 이어졌는데 시노앨리스도 미디어믹스나 확장을 생각해 제작했나, 튜토리얼에 나오는 두 인형이 '어차피 리세마라 할 거잖아' 같은 대사를 하는데 이건 어떤 의도로 넣은 것인가
마츠오 료키: 시리즈화는 요코오씨 식으로 말하자면 스퀘어에닉스가 의뢰한다면 하지 않을까요.
리세마라 관련 대사는 소셜게임에서 일본 유저들은 처음에 최고 레어리티의 좋은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리세마라를 해서 시작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걸 요코오가 재미있다 느껴서 어차피 할 거라면 번거롭지 않게 초반에 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유저가 몰려 일본 서비스 초기 서버가 다운되어 버렸다.
요코오 디렉터가 시노앨리스의 엔딩을 만들어 놨는데 게임이 잘 되어서 못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게임이 계속 잘되면 계속 못 보여 줄텐데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보여줄 생각인가
요코오 타로: 제가 엄청 재미난 엔딩을 만들어놨지만 말해버리면 게임을 그만둬 버릴지도 모르니까 말할 순 없다. 다양한 분들이 시노앨리스를 즐겨주시길 바라는데, 일본, 한국, 글로벌판까지 3종류에서 서비스가 끝나는 타이밍이 조금씩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포케라보와 약속한 것이 엔딩이 다른 서버에서 나와버리면 다른 나라 유저에게는 스포일러가 되니까 출시 시기에 따라 엔딩을 다르게 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어떤 엔딩을 맞이할까는 아직 모르지만 서비스가 언제 끝날지에 따라 다른 엔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 물론 넥슨이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해버리면 아무 엔딩도 못보고 베일에 싸인 엔딩이 될 것텐데 그것도 한 형태일테니 즐겨주시기 바란다.
그런데 저 뒤에 넥슨 분들이 귀신같은 얼굴이 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좀 성실하게 답하겠다.
요코오 디렉터가 아시아에서도 암울한 세계관의 게임들이 만들어진다는 말을 했는데, 그 원조격 입장에서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거나 이건 괜찮다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을 텐데 그런 세계관을 추구하는 게임들에 조언해줄 말이 있나
요코오 타로: 다크한 이야기를 다들 만들게 되면 제 일거리가 줄어들테니 어드바이스로는 '당장 그만두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어두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느낌이 없다. 주변에서 다크하다 다크하다 하니까 알게되는 것이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적들을 죽이고 남녀 주인공이 키스를 하는 식의 묘사가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데 살인이라는 잔혹한 일을 하고 나서 키스라니, 그런 장면을 보면 '대체 다크하다는 건 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제 이야기는 다크하지 않다고 본다.
요코오 디렉터가 (게임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난 뒤에서 불평이나 하고 일은 젊은이들이 다 했다'고 했는데, 마츠오씨가 보기엔 어땠나
마츠오 료키: 불평했다기보다는 만화가와 어시스트의 역할이었다 생각한다. '이 정도네요' 하고 밑그림, 큰 틀만 그리고 여기엔 나무를 넣어주세요 하면 제가 나무를 그리고 여기하고 여기는 이어져야 하지 않나요 하고 여쭤보면 아 그렇네요 그렇게 하세요 하는 식의 그런 느낌이었다.
요코오 타로: 만화가도 그렇지만 잘 나가고 성공하면 어시스트가 많아지고 대부분의 작업을 맡기게 된다. 선생님은 전혀 작업을 안하고 어시스트에게 다 시키는데 저도 그렇게 되는 것을 노리고 있다. 마츠오에게 다 맡기고 명예만 제가 차지하는 걸 노리고 있다.
마츠오 료키: 저의 꿈도 저도 어시스트를 두고 거기 시키고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게 세계가 돌아가는 것 아닐까 한다.
요코오 타로: 무한히 계속되는 지옥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