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게임 시장이 얼어붙으며 퍼블리셔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 탓에 플레이스테이션2, 플레이스테이션3 말기처럼 '웅크리고 버티기' 전략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더 커졌다.
근래 만난 콘솔게임 퍼블리셔들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플레이스테이션3 말기같은 느낌', '뭘 내도 안팔린다' 같은 이야기도 들린다.
플레이스테이션2, 플레이스테이션3 후반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라인업을 줄이고 웅크리고 버티며 새로운 하드웨어가 나와 상황이 변하는 걸 기다리는 전략으로 버텨내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전략을 썼다간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다운로드 판매 신장으로 상황이 크게 바뀌었고, 다운로드 판매 비율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게 확실시되기 때문. 국내 퍼블리셔들이나 해외 게임사의 자회사들은 대개 패키지 판매 권리를 받아와 국내 사업을 진행하고, 다운로드 판매는 해외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콘솔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퍼블리셔들은 인디게임 라인업을 늘리고 해외 중소 개발사들 라인업을 확보해 대응이라도 가능하지만 해외 게임사의 한국 지사들은 DL 권리를 본사에서 받아오기가 불가능에 가까워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는 세계적으로 다운로드 판매가 패키지 판매를 넘어섰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아직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패키지 판매가 우세하지만 다운로드 판매 비율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 한국, 아시아에서도 이번 세대 내에, 늦어도 다음 세대 초기에는 다운로드 판매 비율이 패키지 판매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SIEK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다운로드 판매가 패키지 판매를 넘어섰지만 아직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패키지 판매가 우세하다"며 "하지만 다운로드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퍼블리셔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라인업을 줄이고 웅크렸다가는 사업이 축소되고 라인업 확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래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전략, 상황이 어렵지만 인디게임, 소규모 게임들을 많이 확보하고 크게 주목받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다운로드 판매 권한을 함께 가져올 수 있다면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퍼블리셔들은 일본, 북미 게임사 게임을 가져와 패키지로 유통하는 것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해온대로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너나할것없이 PC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를 개설하고 아시아 DL 권리 확보, 나아가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 국내 퍼블리셔들이 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CFK가 일본 게임을 유럽에 유통하고, H2 인터렉티브가 유럽 게임을 가져와 일본에 유통하고, 인트라게임즈가 일본 게임을 스팀을 통해 글로벌 유통하는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유통, 서비스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퍼블리셔들의 도전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