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텐센트가 글로벌 인기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을 공개해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원작의 방대한 전장을 모바일 기기에 그대로 구현한 것은 물론 PC 버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래픽을 통해 중국의 발전한 기술력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딱 한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조작감'이다.
시점 이동, 아이템 사용 등 원작에서 사용해야 하는 조작이 상당히 많은 반면, 모바일에서는 별도의 입력 장치가 없는 한계로 인해 한번에 여러 동작을 수행하기가 어려웠던 것. 이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열풍과 함께 물리 키패드나 블루투스 게임패드 등 모바일 디바이스 용 게임 보조 기구가 연이어 출시되기도 했다.
수많은 버튼들의 조합을 통해 폭넓은 조작체계를 제공하고 마우스를 통해 시점 이동이 자유로운 PC와 달리 모바일 디바이스는 조작의 한계가 분명한 플랫폼이다. 때문에 초기 모바일 게임에서는 콘솔이나 PC 게임에 버금가는 복잡한 조작들을 시도했지만, 최근에는 보다 간소화된 시스템과 조작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 그럼에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사례처럼 모바일에서도 PC 못지 않은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 층은 확고하다.
물론,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시작으로 그동안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원활하게 TPS나 FPS같은 슈팅 게임들을 구현하고자하는 시도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쏘는 재미”에 집중하고자 이동을 포기하니 게임이 지나치게 단조로워지고 이동하는 재미도 잡고자 하니 게임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 그렇게 모바일과 슈팅 게임은 섞일 수 없는 기름과 물 같은 관계처럼 여겨지는 듯 했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가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을 통해 다시금 모바일 슈팅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역시 '배틀그라운드'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만큼, 모바일 버전 개발 소식을 들은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상당했다. 결국 FPS 게임의 조작감을 모바일 디바이스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는지가 게임의 관건. 결론부터 말하면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은 이 어려운 과제에 대한 좋은 해답을 제시한 게임이다.
이동간 사격의 완벽한 구현, 모바일 최적화 조작감
많은 모바일 슈팅 게임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결국 '이동'과 '사격'의 조화다. 일반적인 슈팅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가만히 서서 사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움직이지만, 물리적인 버튼이 없는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는 이동과 사격을 동시에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마우스로 빠르게 조준점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도 모바일에서 FPS를 비롯한 슈팅 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슈팅 게임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기존의 모바일 슈팅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동 사격 기능. '콜 오브 듀티: 모바일'에서는 별도의 사격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조준선을 상대에게 맞추면 자동으로 총이 발사된다. 다만, 멀리 있는 상대나 보다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자동 사격 기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는 느낌.
조준과 사격을 하나의 버튼으로 몰아서 배치한 것 역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보다 발전한 점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상대를 조준하고 사격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버튼을 차례대로 눌러야 한다. 그렇기에 적을 발견하고 빠르게 대응해야하는 경우에는 PC에 비해 반응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콜 오브 듀티: 모바일'에서는 사격 버튼을 누르면 바로 조준 모드로 돌입하고 1초 정도의 사이를 두고 총을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다. 덕분에 장거리 정밀 사격에서도 조금 더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의 이동이나 앉기, 뛰기 등의 조작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상당 부분 동일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격 버튼의 편의성이 다수 개선되었기 때문에 '콜 오브 듀티: 모바일'에서는 여느 PC 슈팅 게임 못지 않은 속도감과 정밀한 조작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이 지향하는 게임성이 조금 다르기도 하지만, 그 점은 감안하더라도 슈팅 게임으로서의 편의성은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도 여전한 '전술적' 재미
현대전이라는 배경을 살린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 특유의 '택티컬'한 재미도 여전하다. 플레이어의 실력 역시 중요하지만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전술 도구를 이용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것 또한 승리의 지름길. 원작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던 '스코어트릭' 시스템은 모바일에서도 여전하며, 다양한 장비를 부착해 총기의 성능을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의 재미다.
특히 원작에서 선보였던 인기 모드가 전부 수록되었다는 점도 게임의 매력. 5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승부를 겨룰 수 있는 '데스매치'는 물론, 최근 게임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틀로얄' 모드도 모바일 버전에 그대로 녹아있다. 총기의 다양성이나 병과에 따른 특징들도 전부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처럼 모바일 버전에서도 원작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픽과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3인칭이 주를 이루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비해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은 1인칭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총기의 디테일 역시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은 총기에 부착되어 있는 조준경에 빛이 비치거나 탄창을 분리하고 결합하는 등 사소한 부분들도 전부 잡아내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래픽 디테일이 상당히 꼼꼼함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저하나 지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앱 플레이어 이용자와의 형평성과 발열 문제
다만 조작과 편의성 측면에서는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을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개선해야할 부분들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앱 플레이어 등 PC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플레이어와의 형평성. 아무리 게임 내에서 최적화된 조작을 제공하더라도 결국 PC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과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임 내에서 별도의 매칭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를 느꼈다.
발열도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그래픽 옵션을 중간으로 맞추고 게임을 이용해도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지나면 기기가 상당히 뜨거워진다. 발열 못지 않게 배터리 소모도 심각해서 다른 모바일 게임처럼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 어려울 정도. 결국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슈팅 게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조작 뿐만 아니라 기기 사양에 대한 난관들도 극복할 필요가 있겠다.
모바일에서도 변함없는 재미, 텐센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제대로 된 슈팅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을 즐기고 난 뒤 달라졌다. 조준과 사격을 하나의 버튼에 배치하는 등 소소한 변화로 PC 못지 않게 속도감 있고 정밀한 조작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원작의 재미를 모바일에 거의 그대로 담아낸 게임성도 인상적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모바일 슈팅 게임의 조작 체계를 한층 발전시켰다면,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이 정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의 인기 IP를 흡수하고 있는 텐센트의 행보가 매섭다. 여기에 결과물도 기존의 시장을 압도할 정도로 인상적인 만큼, 텐센트의 다음 신작에도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가 '포켓몬스터'의 IP도 확보했다는데… 과연 본가 시리즈를 능가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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