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19'가 올해도 역대 최다 관람객 수를 경신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총 4일간의 누적 관람객 수는 약 24만 명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국내 대표 게임쇼인 '지스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스타 위기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게이머들이 '지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른 듯 하다. 지난 4일간 '지스타 2019'가 진행되는 부산 벡스코는 연일 인파로 붐볐으며, 3일차인 16일에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이례적으로 개장 시간을 한시간 정도 앞당기기까지 했을 정도다. 특히 올해는 저연령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부스가 마련되어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유인하는데 성공해 '지스타'가 진짜 게임축제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스타'에 대한 온도차가 게임업계 내외부에서 이토록 극명하게 나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항상 고민했는데, B2C관에서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제 '지스타'는 단순히 게임만을 위한 전시회를 넘어 친구나 연인, 또는 가족들과 '게임'을 매개체로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지역 행사로 발돋움했다는 것이 기자가 내린 결론이다.
사실 지스타의 위기설은 '게임쇼'인 지스타에 점점 게임이 줄어들고 덩달아 국내 게임사들의 참가가 줄어들고 있다는데서 나오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스타 전체가 e스포츠와 인플루언서들로 가득 채워져 이런 위기설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지스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지스타에 국내 게임사 혹은 국내게임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국산게임 대신 해외게임이든 e스포츠든 인플루언서든 그 어떤 콘텐츠라도 문화축제인 '지스타'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면 상관이 없는 것.
실제로 올해 지스타 현장에서는 게임을 잘 모르는 부모 세대도 자식의 손에 이끌려 '브롤스타즈'의 재미에 눈을 뜨는가 하면,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와 함께 펄어비스 및 넷마블의 신작들을 체험하는 관람객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올해 지스타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기자도 지스타가 위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올해 지스타를 직접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지스타가 위기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위기를 맞이한 것은 국내 게임업계 인듯 하다.
'지스타 2019'에서는 게이머를 넘어 부산 지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돋움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못지 않게 국내 게임사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역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구글 플레이 등의 매출 순위 지표를 통해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스타 2019' 현장에서는 그런 사실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펄어비스와 넷마블이 자사의 기대작을 통해 그나마 체면을 살려줬지만, 현장에서 많은 관람객을 유치한 부스 대부분은 해외 게임사의 것이었다. '초통령' 게임 '브롤스타즈'를 내세운 슈퍼셀은 두말하기 입 아플 정도였고 중국 게임사 미호요와 XD글로벌의 부스도 연일 인파로 붐비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펄어비스와 넷마블을 제외한 국내 게임사의 부스는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는데, 국내 게임에 대한 게이머 및 대중의 기대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 싶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간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모바일 MMORPG로 장르가 고착화 되었으며, 게임사들 역시 유저 저변을 확대하기보다는 당장의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VIP 유저에게 게임의 시스템 및 BM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사이 해외 게임들은 모바일 플랫폼에 알맞은 게임성과 새로운 BM들을 계속해서 시도해가며 발전을 거듭하던 상황. 국내 게이머들조차 국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개돼지'나 '흑우'라 조롱하는 상황에서 '브롤스타즈' 만큼의 티켓 파워를 지닌 국산 게임이 드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년에 비해 한산해진 B2B 부스 역시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B2B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의 수치는 전년에 비해 증가한 것이 맞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한산했다. 중국의 판호 문제로 인해 해외 수출이 줄어든 것 이외에도 중국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 B2B 부스의 흥행 부진의 이유다. 황금기의 단맛에 취해 현실에 안주한 결과가 '지스타 2019'를 통해 여과없이 드러난 것이다.
내년에도 '지스타'의 흥행 열풍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경남의 시민들은 물론 전국의 게이머들에게 이제 '지스타'는 단순히 게임 전시회를 넘어 지역 최고의 문화 축제로 발전한 상황. 결국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얼마나 사로잡는지가 국내 게임사들에게 남겨진 과제다. 그러나 당장 국내에서 '브롤스타즈'에 버금가는 인기와 흥행 파워를 지닌 게임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국내 게임사들이 '지스타'의 관객들을 되찾아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듯 하다.
많이 늦었지만 진짜로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매년 역대 최다 관람객 수를 경신하는 '지스타'의 흥행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현장을 찾는 이들의 관심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부디 내년 '지스타 2020'에서는 국내 게임이 '지스타'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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