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전쟁의 역사, 아우스텔리츠 3부
■ 유럽의 패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대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나는 아우스텔리츠 전장에 있었다. 용감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하여.'"
장병들이 환성을 지르는 가운데 나폴레옹은 이렇게 외쳤다. 유럽을 꿇어앉힌 승자로서…
오스트리아의 휴전 제안으로 조약이 맺어지고 몇 달 후, 나폴리 왕국이 점령되었고, 나폴레옹의 형인 조제프 보나파르트가 나폴리의 왕좌에 올랐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다음 해부터는 자펠트, 바이마르, 예나, 아우어슈테트 등의 전투에서 프로이센의 용맹한 보병대를 격파하면서 승전을 계속했다. 그리고 1807년 5월 24일 프리틀란트에서 러시아군이 무너짐으로서 유럽 대륙은 나폴레옹의 손에 들어왔다.
무너지는 동맹군 속에서 적장이 "이렇게 참패한 일은 처음이다"라고 독백했듯이, 아우스텔리츠는 나폴레옹에게 있어 가장 위대한 승리의 하나이며, 동시에 유럽 대륙의 운명을 결정지은 격전이기도 했다. 아우스텔리츠의 승전으로 인하여 결국 영국은 홀로 나폴레옹의 유럽과 맞서게 되었고 한때 멸망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계약 위반으로 그들은 겨우 숨통을 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넬슨을 잃은 영국이 고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아우스텔리츠 전투의 성과는 나폴레옹에게 좋은 것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아우스텔리츠 이전까지 천재적인 전술가였던 그는 이 대승 이후 사실상 전쟁의 신으로 군림하고 독선적인 견해를 더욱 강하게 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반대했던 러시아 원정을 감행했고, 물러설 것을 거부했던 것이 아우스텔리츠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둠으로서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면 지나친 견해일까? 하지만, 러시아에서 패배하고 난 후에도 그는 전투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오만한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무모한 대결 끝에 라이프찌히에서 무너졌다. 러시아 원정 당시부터 갖고 다니던 독약을 삼켰지만, 그는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오직 권력만을 잃은 채 엘바섬으로 떠나갔다.
다음해 3월 1일 골프쥐앙에 상륙하여 "단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침입한 사건"을 일으킨 나폴레옹은, 그를 체포하려 출동했던 장병들과 더불어 파리로 복귀했고, "이제는 프랑스 제국의 행복을 구하는 것만이 내 목표"라는 그의 바램과는 달리 '세계 평화의 적'으로 규정된 채 워터루에서 -같은 해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정한 전술적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웰링턴 장군에게 무너졌다.
1개월 만에 다시금 추락한 그는 세인트헬레나로 향하였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그의 죽음이 독살이라는 설도 있지만, 당시 상황에선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리라). 한 때, 유럽을 지배했고 영원한 제국을 꿈꾸었던 사나이. 그러나 계속되는 승리는 그를 오만하게 만들었고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다. 너무도 천재적이었기에 외로웠던 사나이. 심지어 가족들에게조차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그는 홀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 만의 세계 속에 꿈을 꾸다 세상을 떠났지만, 아우스텔리츠 전투로 대표되는 그의 업적은 유럽의 세계를 새롭게 바꾸었고 그 후 역사에 큰 변화를 주었다. 그리하여 지금도 매년 12월 2일이 되면 프라첸 고지를 중심으로 아우스텔리츠를 기리는 행사가 개최되곤 한다. 불멸의 영웅, 불멸의 전투를 기리기 위한 사람들의 뜻으로…
한편, 워터루로 종결된 1개월의 천하에 대해서는 상당히 묘한 얘기가 남아 있다.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에서 탈출했을 때, 당시 파리의 신문은 이러한 기사를 남겼다.
"반역자 나폴레옹 섬을 탈출하다.", 골프쥐앙에 상륙했을 때 신문에는 "나폴레옹 프랑스에 상륙하다.", 라는 기사가 실렸고, 군을 포섭해서 다시 진군을 개시했을 때는 "나폴레옹 장군 파리로 향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결국 "나폴레옹 황제 파리에 입성하시다. 황제 폐하 만세!"라는 표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웃기지도 않는 진실은, 말로는 진리를 내세우면서도 결국 권력에 영합하곤 하는 언론의 특성을 꼬집는 일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어쩌면 이는 아우스텔리츠 이후 한편으로는 자신 만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았던 나폴레옹을 비판하는 내용은 아닐까? 그가 만일 포용력을 유지했다면, 어쩌면 그는 위대한 영웅으로서 영원한 왕조를 구축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지금까지 계속될지도 모르는 나폴레옹 왕조를 말이다. 그러나, 아우스텔리츠는 그를 바꾸어 놓았고, 그는 자만심만 더해 가는 가운데 무너졌다. 마치 아우스텔리츠 그 불길의 전장에서 적군이 그러했듯이…
당시대(그리고 지금도) 군사학자들에 의해 '전쟁의 신'이라 불리기도 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의 인생을 그린 게임은 말할 것도 없이 전략, 혹은 전술 게임으로서 수없이 등장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미러 소프트의 <아우스텔리츠(Austerlitz)>, 마이크로 프로즈의 <영광의 전장(Field of Glory)>, 데이터소프트의 <러시아의 나폴레옹:보로디노 1822(Napoleon in Russia:Borodino 1812)>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실시간으로 워터루의 긴박한 전투를 재현한 <영광의 전장>은 워터루 전투 당시의 상세한 정보를 수록한 매뉴얼과 더불어 SKC소프트랜드를 통해서 국내에 발매되기도…(게임 내에서도 지휘관이나 병종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근래에 제작된 것으로는 미국의 탈론 소프트에서 제작한 배틀그라운드 시리즈(<배틀그라운드 6:러시아의 나폴레옹(Napoleon in Russia)>(1997)이나 <배틀그라운드 8:워터루를 향한 서곡(Prelude to Waterloo)>(1997))나 브레이크 어웨이 게임즈에서 개발한 <아우스텔리츠:나폴레옹의 위대한 승리(Austerlitz:Napoleon's Great Victory)>(2002), SFI사의 <워터루: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Waterloo:Napoleon's Last> 같은 게임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 na38,60 - 아우스텔리츠:나폴레옹의 위대한 승리. 시드마이어의 게티스버그 엔진을 사용한 수작이었다 ]
그 밖에도 GSC게임 월드에서 개발한 <코사크 2-나폴레옹 전쟁->은, 나폴레옹 시대의 다채로운 상황을 충실하게 연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편으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같은 느낌을 풍기는 이 게임은 진형을 이루어 전개되는 당시의 전투를 매우 충실하게, 그리고 보다 편하게 준비해 주며 유럽 전역을 무대로 한 전투를 흥미롭게 재현해 주고 있다.
이러한 것은 19세기 초를 무대로 한 에이도스사의 게임 <임페리얼 글로리>도 마찬가지. 북아프리카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유럽 인근을 무대로 전개되는 이 게임은 보다 액션성을 강조하여 흥미로운 연출을 보여준다. 나폴레옹 자체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 시대의 육전에서 해전에 이르는 다채로운 전장을 즐겁게 연출하고 있어 유쾌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유럽 전체를 무대로 한 게임으로서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삼국지>로 유명한 코에이에서 제작한 <황제~L'empereur~(렁푀르르)>. 1990년 KOEI가 프랑스 지사를 설립한 기념으로 제작했다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일본 만이 아니라 인포그램을 통해 미국에도 출시되어 눈길을 끌었다(때문에 <대항해시대>와 마찬가지로 DOS용의 영문판으로 국내에 들어오기도 했는데, 어떤 점에서 가장 찾기 쉬운 게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로피로 실행해야 하니 문제가 있을까?) 유럽을 통일하는 이 게임은 오직 나폴레옹 한 사람만을 지휘한다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초반에는 자신이 위치한 곳 외에는 명령을 내릴 수 없었기에 상당히 귀찮은 점도 있었다(물론, 이탈리아를 정복할 때쯤엔 쿠데타를 일으켜 통령이 될 수 있고, 황제가 되면 친지들도 지휘할 수 있었지만…).
비교적 단순한 스타일에도 KOEI 게임 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해서 흥미를 끌었고 마지막까지 즐겁게 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점령 지역마다 차별화된 중후하고 독특한 음악으로 흥미를 이끌어내는 이 작품은 또한, 전략 모드와 전술 모드를 구분하여 후일 삼국지 시리즈에 도입되는 평정 개념을 최초로 적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 영상 속의 나폴레옹
그렇다면 나폴레옹을 소재로 한 영상물은 어떤 게 있을까? 여기서는 조금 아쉽지만, 최근에 나온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국내에는 소개된 것이 거의 없다(도리어 나폴레옹의 영상은 디스커버리 채널이나 히스토리 채널, 그리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기대하는 게 나은 정도).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나폴레옹 관련 영상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다큐멘터리는 제쳐두고, 우선은 1928년 제작된 아벨 강스의 <나폴레옹>이 컬러판으로 리메이크되어 3편의 비디오로 국내에 소개되었고, 프랑스에서 제작된 <아우스텔리츠 전투>(1960)나 <워터루> 같은 고전이 TV에서 방송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톨스토이라는 명가에 의해 러시아 원정은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라는 걸작으로 나온 만큼, 이와 관련된 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1956년 헐리웃에서 제작된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판도 나쁘지 않지만, 정말로 볼만한 것은 1965년 러시아에서 4부작으로 제작된 영화. 러시아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발매된 이 작품은 헐리웃 스타일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감상을 제공해 준다.
아우스텔리츠 전투를 중심으로 한 영상물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아우스텔리츠(Austelitz)>(1960)라는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아벨 강스 감독에 의해 영상화된 이 작품은 영국과의 평화 조약으로부터 시작되는 아우스텔리츠 전역에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연출하고 있다(국내에서도 TV로 방송을 해 주었기에 우연한 기회에 녹화를 해 둘 수 있었다).
나폴레옹과 관련하여 최근에 제작된 작품으로는 2002년에 제작된 미니 시리즈가 있다. 국내에도 출간된 막스 갈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총 4부작으로 거의 영화 수준의 완성도 높은 영상을 제공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다(제라르드 파르디유, 크리스탄 클래비어, 존 말코비치 등 익히 이름이 알려진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도 인상적). 그 밖에도 나폴레옹? 매력적인 인물은 앞으로 다채로운 작품에서 꾸준하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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