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B 현장에서 못다한 이야기, 넥슨은 게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까

등록일 2026년04월03일 14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이 일본 시부야에서 진행된 ‘CMB 2026’ 행사를 통해 그 동안의 성과와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가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 것은 넥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장직을 신설했고 초대 회장 자리에 취임한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이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경영 방향을 공개했기 때문.

 

패트릭 회장의 발표 이후 여론의 관심은 ‘구조조정’, ‘인적쇄신’, ‘매출 7조’ 등 그가 언급한 넥슨의 성장 계획에 집중됐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IR 행사라는 성격 때문에 매출 7조 목표 발언이 더 부각되기도 했으나 숫자에 초점을 둔 해석만으로는, 그가 넥슨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 하는지를 짐작할 수는 없다. CMB에서 제시된 매출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한 실행 방법은 분명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메시지는 어디까지나 기존의 게임사들도 꾸준히 언급해왔던 성장전략에 가깝기 때문.

 

중요한 것은 패트릭 회장과 이정헌 대표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방식’의 변화다. 패트릭 회장은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다. 그는 기존의 낡은 게임 제작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인물에 가깝다. 실제로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게이머가 만드는 게임의 경험과 창작 전반을 게임 구조 전체에 포함시키는 방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게이머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게임 경험의 형성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기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것에 가깝다.

 

결국 유저들간의 경쟁에만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의 감정, 경험을 중요시 한 그의 철학은 최근 ‘아크 레이더스’를 통해 증명됐다. 플레이어의 행동에 과도한 제약을 가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을 해볼 수 있는 경험에 집중된 게임 방식은 기존의 흥행 공식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구조적 접근 방식은 그동안 넥슨이 강점으로 내세워 온 ‘라이브 서비스’ 역량과 시너지를 내기에 충분하다. 패트릭 회장 역시 “엠바크 스튜디오에는 없었지만 넥슨에는 있다”며 30여년간 쌓여온 넥슨의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패트릭 회장의 게임 개발 철학이 시스템과 기술이 더해진 ‘효율성 중시’ 성향이 강하다면 이정헌 대표는 안정적인 IP를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 나가는 ‘운영 중시’ 성향이 강하다. 검증된 방식으로 확장하려는 성향이 강했던 이정헌 대표와는 달리 패트릭 회장은 방식 자체를 바꿔나가면서 기업을 성장시켜왔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러한 가치관의 다름이 내부에서 충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패트릭 회장이CMB 현장에서 “직원들의 해고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동시에 “넥슨의 우유부단함이 비용을 키웠다”고 지적한 점은 이러한 인식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모든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내부적으로 또 다른 긴장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개발 방식과 평가 기준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유지해온 조직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장 많은 개발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넥슨 게임즈의 분위기 역시 패트릭 회장의 방식에 맞춰가자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패트릭 회장이 ‘아빠’ 같고, 이정헌 대표가 ‘엄마’가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성공의 재현 가능성’이다. 패트릭 회장이 아크 레이더스의 경험을 토대로 가능성을 확신했고 이정헌 대표 역시 숫자로 보여주겠다며 지원 사격을 했지만 게임 산업에서 하나의 성공 공식을 다른 프로젝트에 그대로 적용해 성과를 낸 사례는 전세계 게임 역사를 통틀어서도 극히 드물다. 넥슨 역시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라는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성공을 동일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 지점에서 패트릭 회장의 접근은 양날의 검이 된다. 그가 주장하는 ‘시스템 기반 개발’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이는 특정 IP나 특정 개발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 구조가 기존, 혹은 새로운 조직과 충돌하거나, 기존의 IP나 회사의 강점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 오히려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관건은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이다. 이정헌 대표가 구축해온 IP 중심 성장 전략과, 패트릭 회장이 지향하는 시스템 중심 개발 철학이 충돌이 아닌 결합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따라 넥슨의 앞날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넥슨은 단순히 ‘IP를 잘 활용하는 회사’를 넘어 ‘게임 제작 방식을 바꾼 회사’로 앞으로 모든 게임 회사가 배워야 될 선구자적인 지위로 도약할 것이다. 반대로 두 축이 엇갈릴 경우, 이는 조직 내부의 방향성 혼선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올려놓은 탑마저 무너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CMB가 던진 질문의 본질은 단순히 ‘구조조정’, ‘인적쇄신’, ‘매출 7조’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느냐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이정헌 대표가 자신해왔던 숫자가 아닌 사람, 그리고 패트릭 회장의 방향과 충돌하지 않고 얼마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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