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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0년 게임 이슈 중심이 된 '팬덤', K-게임도 '팬'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0년12월08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코로나19로 어지러웠던 2020년, 게임업계도 예년처럼 여러 이슈들을 헤쳐왔다. 각종 이슈들 가운데 게이머로서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화제작 '라스트 오브 어스2'의 배신과 라이엇 게임즈의 가상 아이돌 그룹 'K/DA'의 낙하산 멤버 '세라핀'과 관련된 논란이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정책보다는 순수하게 게임 만의 이야기로부터 문제가 불거진 것이기에 조금 더 기억에 남지 않나 싶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상 현실 속 캐릭터와 이야기가 그렇게 심각한 일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라스트 오브 어스2'에서는 전편에서 플레이어의 분신이었던 '조엘'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복수를 다짐하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은 '용서'를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구성과 결말이 더해졌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가상 아이돌 그룹 'K/DA'에 그야말로 '갑툭튀'한 '세라핀'은 중국 출신이라는 설정과 더불어 라이엇의 편애를 가득 받는 모습으로 인해 국내 및 여러 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가상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울고 웃거나 때로는 격분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시쳇말로 '과몰입'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 '과몰입'이야 말로 올 한해 게임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이들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에 현실적인 감정을 느끼고 또 이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사람들, 달리 말하자면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팬덤' 문화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라스트 오브 어스2'와 'K/DA' 이슈가 전해주는 신호다. 

 

무언가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의미의 단어 'fanatic'으로부터 파생된 만큼 '팬'과 그 집합체를 의미하는 '팬덤'은 일반적인 선호나 호감과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게이머의 성향으로 바라보면 국내 게임사들이 운영 지표 중 하나로 삼는 '유저 충성도'와도 결이 다르겠다. 게임을 즐기고 있지 않더라도 팬이 될 수 있으며, 지표 상에서는 소외되기 쉬운 소위 '무과금 유저'도 팬이 될 수 있다. 대신 이들을 묶는 공통점은 '행동력'으로, 게임에 대한 자신의 호감을 적극적으로 게임사에 전하거나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감정과 반응을 보여주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라스트 오브 어스2'나 'K/DA'처럼 '팬심'을 저버리는 등의 부정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팬덤은 그 누구보다 무서운 적이 되지만, 반대로 이들과 함께 나아갈 방법을 찾는다면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된다. 팬덤은 게임의 개발이나 업데이트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프로슈머'가 되기도 하며, 또 결과물이 만족스럽다면 발 벗고 나서 직접 게임을 알리기도 한다. 게임과 관련된 2차 창작 활동을 통해 게임 외적인 이슈를 재생산하거나 신규 이용자 유입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등 팬덤은 게임사의 입장에서도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게임업계의 주된 트렌드인 IP 유니버스를 전개하는 과정에서도 팬덤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게임과 캐릭터에 막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들은 게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무대가 되는 세계관, 그리고 인물들의 갈등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게임사의 입장에서도 이들 팬덤은 동일한 IP를 활용한 미디어믹스 등 IP 유니버스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주는 셈. IP 유니버스 구축에 성공한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나 미카팀의 '소녀전선'의 뒤에도 탄탄한 팬덤이 있는 등 팬덤은 2020년대 게임사들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트렌드에 맞춰 자사 대표 IP를 활용한 유니버스 구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원동력이 될 팬덤이 부족해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올 한해에도 국내에서는 여러 게임들이 출시되었지만, 이 중에서 '팬덤'을 확보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임은 클로버게임즈의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전무한 상황이다. 타 플랫폼에 비해 서사 요소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모바일 게임이 오랜 시간 시장을 지배해온 탓도 있으며, 국내 게임사들이 팬덤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보다는 유저 충성도나 잔존율, 평균 과금액 등 정량적인 지표 관리에만 몰두했던 것도 큰 이유로 풀이된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도 팬을 자처하기보다는 스스로를 '흑우'로 폄하하는 상황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냥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게임마다, 또는 게임사마다 팬덤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기에 정해진 솔루션을 콕 찝어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 자체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임산업은 연일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는 플랫폼의 구분 없이 게임이라는 하나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라도 다양한 형태와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와 캐릭터를 갖춘 게임들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배가 움직이려면 돛과 바람이 함께 필요한 것처럼, 든든한 팬덤이 2020년대를 헤쳐나갈 게임사들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다.

 

아이러니하지만 해외에서 시작된 '라스트 오브 어스2'와 'K/DA'에 대한 논란이 조금은 부럽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만든 게임 속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주제로 게이머들이 열띤 설전을 벌일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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