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슈팅 게임에 대한 혹평과 낮은 기대치는 '배틀그라운드' 이전까지도 계속됐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게이머들의 눈은 글로벌 게임사들의 수준 높은 슈팅 게임들로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이러한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도전하는 곳도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에 다소 변화가 일었다. 넥슨이 '프로젝트 D'를, 원더피플이 '슈퍼피플'을 각각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들은 자사의 타이틀을 '제2의 배틀그라운드'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막바지 개발에 한창이다. 이 가운데 썸에이지 또한 '크로우즈'를 선보이면서 수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슈팅 장르는 이례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레귤러'인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북미 중심의 수준 높은 게임사들의 '안방 잔치'가 계속되고 있는 장르다. 사실상 국내 슈팅 게임의 역사는 '배틀그라운드' 이전까지는 신작을 찾아보기 어려워 명맥이 끊긴 수준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도 넥슨, 썸에이지, 원더피플 등의 도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이 가운데 썸에이지가 내놓은 결과물은 노력은 엿보이지만 더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건플레이와 그래픽, 사운드, 콘텐츠 기획 등을 포함한 기본적인 완성도가 아직은 부족하게 느껴지며, '크로우즈'만의 색다른 요소나 플레이 해야 하는 당위성 등도 더 있어야 한다.
기본 그 이상을 요구하는 치열한 슈팅 게임 장르의 경쟁 속에서 '크로우즈'가 가지는 게임만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 아직은 밥과 고추장 조금, 나물 한 두 가지만 있는 심심한 비빔밥 같은 느낌이다. 더 맛있어지려면 계란프라이, 참기름, 잘게 자른 김, 다양한 종류의 나물처럼 게임을 특색있게 만들어 줄 재료가 더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기본적인 뼈대는 갖췄지만... 아쉬운 건플레이와 늘어지는 템포
게임의 큰 틀, 그러니까 게임 내 존재하는 모드나 건플레이(힙파이어, 정조준, 기울이기, 3인칭과 1인칭 지원, 총기 및 개조 등)와 같은 슈팅 게임의 기본적인 모습과 뼈대는 나름대로 잘 갖추고 있다. 총기 종류나 개조 파츠 또한 테스트 단계임에도 어느 정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다만 구색은 갖춰져 있되 타 슈팅 게임 대비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총기의 정식 명칭이 아닌 변형된 이름을 쓰는 라이센스 문제 정도는 흔한 일이니 넘어갈 수 있지만 1인칭과 3인칭 전환이 됨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에 있어 더 유리한 3인칭에 대한 패널티나 1인칭에 대한 어드벤티지도 존재하지 않고 반동 스프레이에 따른 총기 자체의 특색도 크게 느껴볼 수 없었다.
'배틀그라운드'처럼 TPP/FPP로 모드를 구분하거나 TPP만 활용하고, 풀 오토 총기들의 반동 스프레이에도 개성을 줘서 다양한 총기류를 써보는 재미를 갖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부착물의 경우에도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 내 각종 UI, 시스템, 모드들은 타 슈팅 게임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기존 인기 슈팅 게임들의 모습들을 '크로우즈'에서도 느껴볼 수 있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포장하기에는 너무 닮아 오히려 흥미를 느끼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다른 게임을 즐기고 있던 게이머가 굳이 '크로우즈'를 즐길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조금 더 게임 내적으로 살펴보자. '스쿼드 오퍼레이션' 모드에서의 '큐온' 수집과 탈출이라는 콘셉트는 그 자체만으로 게임의 템포를 크게 떨어트린다. 탈출에 요구되는 '큐온'의 양은 꽤 많고 이를 모으기 위한 과정은 너무 번거롭다. 우선 파밍을 하며 '큐온 추출기'를 찾아 획득하고, '큐온'이 나오는 장소에 직접 가서 '큐온 추출기'를 설치한 후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개발진은 아마도 스쿼드들이 '큐온' 수집을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펼치는 모습을 바랐던 것 같다. 처음 나오는 오프닝 영상에서의 설명처럼, '큐온'을 차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각국의 용병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이기에 이것이 설정에도 부합한다. 또 게임을 하다 보면 근처에서 다른 스쿼드가 '큐온'을 수집하고 있다는 리포트도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굳이 전투를 하지 않고 차로 이동하며 설렁설렁 '큐온'을 수집하는 게임 양상이 반복된다. 투입되는 인원 대비 맵이 크고 전투를 해서 뺏는 '큐온'의 양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플레이 도중 탈출 헬기 근처에서의 전투가 아닌, '큐온' 때문에 전투가 일어난 경우는 손에 꼽았다. 차라리 '에이펙스 레전드'의 '핫존'처럼 '큐온'이 뭉쳐 나오는 지역을 랜덤하게 정하는 편이 전투 유도 측면에서는 더 좋았을 것 같다.
게임성 외적인 부분으로 그래픽 및 최적화와 사운드 품질 문제도 아쉽다. 특히 그래픽 문제와 색적, SFX는 슈팅 게임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에는 고사양 PC와 고주사율 모니터의 보급으로 인해 120hz, 144hz 옵션이 매우 대중화 되었는데, 더더욱이나 최적화 문제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될 것이다.
인기 슈팅 게임들의 전장 '스팀'... 특색과 높은 완성도 갖춰야 살아남는다
'스팀' 플랫폼에 론칭한다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내 많은 게임사들이 '스팀'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의미있는 결과물을 낸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이미 걸출한 슈팅 게임들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는 플랫폼에서의 경쟁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적지만 글로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슈팅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가 '스팀'의 '슈팅 게임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무료화 전환으로 액티브 유저 수를 어느 정도 회복한 '배틀그라운드'는 말할 것도 없이 분위기가 좋다.
또 '스팀'에 입점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에이펙스 레전드'나 고전 명작 반열에 오른 '팀 포트리스 2', 그 어떤 게임보다도 마니아층이 탄탄한 '페이데이 2', 한풀 인기가 꺾였지만 여전히 나쁘지 않은 동시 접속자 수를 보유한 '레인보우식스 시즈'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 치열한 전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미 앞서 언급한 게임들을 즐기고 있거나 즐겨봤던 유저라면 '크로우즈'의 건플레이와 게임성에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을 듯 싶다. 익숙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은 안정적이지만, 다르게 이야기하면 굳이 크로우즈로 옮겨 갈 만한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로우즈'는 '배틀그라운드'와 '콜 오브 듀티 워존'으로 대표되는 배틀로얄 모드 그리고 '배틀필드'라는 거의 대체 불가능한 대규모 전장 기반의 모드가 한 게임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 풀이 많고 다양한 모드를 추구한 AAA급 게임 조차도 다양한 모드를 완성도 있게, 또 다양한 유저층이 즐길 수 있도록 소화하지는 못했다. 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인 셈이다.
OBT 마친 '크로우즈', 높은 완성도 갖춘 게임으로 재탄생 가능할까
'크로우즈'는 수많은 슈팅 게임 사이에서 자신만의 특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다른 게임에서 볼 수있었던 무난한 요소들이라는 점, 그리고 그 완성도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이번 '크로우즈'의 테스트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근시일 내로 정식 출시 일정이 확정되어야만 신청할 수 있는 이벤트다. 여기에 참여한 게임들은 6개월 내로 출시될 예정인 게임이어야 한다. 이 말인 즉 썸에이지와 로얄크로우에게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정한 정확한 정식 출시일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짧은 시간 내에 게임을 체험해본 유저들 사이에서 반복해서 언급되는 최적화 문제와 다양한 오류 및 버그에 대한 수정은 기본이고, '크로우즈'를 즐겨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당위성과 매력도 갖춰야 한다.
썸에이지가 오픈 베타 테스트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 피드백을 수렴하고 게임을 개선해 나갈 의지를 보여준 만큼, 향후 더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