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 '국민 게임'을 물어보면 대개 '스타크래프트'를 떠올릴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즐겨 '민속놀이'라 불리우는가 하면, '테란'의 OST는 '애국가 5절'이라는 농담도 떠돌곤 한다. 게임트릭스 기준 '스타크래프트'의 PC방 점유율은 1.96%로 10위를 기록 중인 '현역' 게임이다.
혹은 '포트리스'를 먼저 이야기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쉽고 간단한 룰 그리고 입소문 덕분에 누구나 한 번쯤은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겨봤을 법한 게임이다.
CCR과 '포트리스' IP는 이전에 비해 그 위엄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지투온 리부트 : R'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신작 '포트리스 S' 등 IP를 통한 확장 및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PC방을 주름잡은 게임들은 '국민 게임'이라 불리우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국민 게임'이라는 호칭은 단순히 많은 이들이 플레이 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까지도 불러 일으킨 게임에만 붙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모바일게임에도 '국민 게임'은 당연히 존재한다. 전국민의 핸드폰 5번 버튼을 닳아 없어지게 만든 주범, 바로 '미니게임천국'이다.
'애니팡'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대의 '국민 게임'이라면, '미니게임천국'은 피쳐폰 시대를 주름 잡은 컴투스의 대표 IP이자 메가 히트작이다. 나 또한 학창시절 '미니게임천국'과 '슈퍼 액션 히어로', '액션 퍼즐 패밀리'로 이어지는 컴투스의 인기 타이틀들을 수업시간에 몰래(?) 즐겼던 추억이 있다.
'미니게임천국'은 2005년 첫 시리즈의 출시 이후,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미니게임들을 한데 모아둔 캐주얼한 게임성에 힘입어 시리즈 통산 누적 다운로드 1900만 회를 기록했다. 마지막 시리즈인 '미니게임천국 5'는 2015년 서비스가 종료됐다.
많은 기대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옷을 갈아 입고 출시된 '미니게임천국'은 최근 출시되는 경쟁 및 과도한 과금 중심의 게임들 사이에서 빛나는 군계일학 같은 캐주얼 게임이었다. 게임을 즐겨본 소감을 정리했다.
#경쟁은 필수 아닌 선택, 가볍게 즐기는 미니게임 모음집 '미니게임천국'
우선 게임의 핵심인 미니게임들부터 살펴보자. '뚫어뚫어' 부터 '뿌려뿌려' 등 시리즈 전통의 게임부터 사내 인턴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신규 미니게임 '날아날아'까지 총 13종의 미니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다만 아쉽게도 많은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겨 수록을 원했던 '무찔무찔'은 이번 론칭 스펙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양한 미니게임이야 말로 이 게임이 가진 정체성이자 모든 것이기도 하다. 각 미니게임들의 게임성이 매우 가볍고 호흡도 짧은 편이므로, 인기 있었던 미니게임의 재수록 혹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미니게임의 수록이 최대한 빠르게 이루어져야 유저들을 붙잡아 둘 수 있을 것 같다.
'미니게임천국'이 '원 버튼 미니게임 모음집'을 표방한 만큼, 시리즈의 전통을 살려 모든 게임들은 터치 하나로 조작이 가능해 쉽게 적응 및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게임 해금은 하나 당 보석 300개가 소모되는데, 조금만 플레이 해도 각종 보상으로 모든 게임을 해금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랭킹을 지원하기는 했지만 이번 '미니게임천국'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다른 유저들과의 경쟁을 권하는 느낌을 준다. 다만 (보상이 좋은 편이지만) 이러한 경쟁 요소가 필수는 아니며 가볍게 싱글 게임처럼 즐기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미니게임천국'에는 각 미니게임 별로 기록되는 기본적인 스코어 랭킹과 함께 팀을 선택하고 경쟁에 참여해 보상을 획득하는 '팀 배틀' 모드와 20명이 점수 경쟁을 벌여 게임 재화 '금메달'을 얻을 수 있는 '메달 배틀' 등이 탑재되어 있다.
또 숨겨진 조건에 따라 캐릭터를 해금할 수 있는 '히든 캐릭터'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BGM들도 준비돼 있다. 이렇게 숨겨져 있는 캐릭터들을 얻기 위해 다른 유저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는, 한층 더 발전한 게임성을 위한 노력들
기존 '미니게임천국' 시리즈에서 보다 더 진일보한 게임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도 엿보인다. 피쳐폰 시대의 게임성을 잘 계승하면서도, 또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는 차별화된 게임성과 재미를 주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특히 게임의 핵심인 미니게임에서는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변화된 게임성을 추구하기 어려운 만큼, 다른 캐주얼 게임에서 주로 활용되는 캐릭터, 버프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었다. 즉, 높은 스코어링을 위해서는 높은 캐릭터 레벨, 적절한 코스튬 장착, 그리고 집중력과 실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먼저 캐릭터 측면에서는 레벨과 코스튬, 그리고 스킬 시스템이 도입됐다.
각 캐릭터들은 특정 효과를 보유해 저마다 미니게임에서 스코어링에 유리한 면모를 보인다. 예를 들면 '스토니'는 '달려달려'에서 무지개 별을 얻으면 길이 넓어지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복 획득 시 레벨이 올라 랜덤한 스킬을 보유하게 된다.
이 랜덤 획득한 스킬은 보석을 사용해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코스튬을 어떻게 착용 하느냐에 따라서도 점수를 보다 높게 획득할 수 있다.
이 외에 소모성 버프 아이템인 '푸드'도 준비됐다. 게임 도중 획득하는 음식들은 추가 점수부터 보호막, 추가 점프 등 각 미니게임 별로 이로운 효과를 제공한다.
이처럼 스코어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말 그대로 소모성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획득할 때마다 소모되어 버린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푸드'를 획득할 때 마다가 아니라, 한 판에 하나씩만 소모되도록 바꿔 달라는 건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 또한 변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니게임천국'이 피쳐폰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이었던 만큼 물리 버튼으로 느낄 수 있었던 '타격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실제로 개발을 맡은 PD와의 인터뷰 당시, 개발팀이 가장 먼저 봉착한 문제가 이 물리 버튼으로만 느낄 수 있는 '손맛'의 구현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 바 있다.
스마트폰의 터치 디스플레이에서는 버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눌렀다'는 피드백이 약할 수 있다. 개발팀은 이 '손맛'을 진동(햅틱)으로 구현해 두었다. 처음에는 이 진동 기능을 끄고 해봤는데 확실히 '손맛'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연하게도 진동 기능을 켜놓고 하는 것이 좋겠다.
'미니게임천국'은 다양한 원 버튼 미니게임들을 쉽고 간편한 조작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큰 강점과 특색을 지닌다.
또 네임벨류와 IP의 인지도도 높고, 추억의 게임인 만큼 한 번쯤 '찍먹'을 하기 위해 플레이 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특히나 초기 많은 유저 풀을 확보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여지는 마켓 순위 이상으로 초반 성적은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소한 아쉬움, 그리고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들
다만 플레이를 해보며 느낀 단점들과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우선 서비스 초기 서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현재 시점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가 사실상 기본이 된 만큼 첫날 많은 유저들이 몰리며 생긴 서버 문제는 있어서는 안됐다. 향후에는 서버 문제가 개선 되기를 바라본다.
또 광고 제거 상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격이 소폭 상승하더라도 광고 제거 상품을 '스타 패스'에 포함시키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스타 패스'도 거의 월정액에 준하는 수준으로 꾸준히 결제하는 상품인데, 굳이 나눠 놓을 이유가 없었다고 본다.
이와 함께, 튜토리얼 단계에서 '안내판 미션'을 따라갈 때, 일부 미션에서 광고를 무조건 보도록 설정한 것은 조금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어느 정도 의도된 사항으로 이해 되지만, 게임 설치 후 경험하는 초반부의 UX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때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는 UI도 조금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비주얼이 아기자기해서 보는 눈은 심심하지 않지만 메뉴와 각종 글이 화면 가득 채워져 있으니 불편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미니게임 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메인 화면에서 자주 이용하는 우편함 등의 메뉴는 밖으로 꺼내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미니게임의 빠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게임의 근간이자 뿌리가 되는 것은 다양한 미니게임이다. 각종 이벤트나 캐릭터들의 추가도 중요하겠지만, 화제성과 게임의 롱런을 위해서는 미니게임의 추가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많은 유저들이 원하고 있을 '무찔무찔'은 근시일 내에 업데이트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은 유저들의 '통장'을 무기로 하는 출혈 경쟁과 자극적인 맛이 메인이 된 느낌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리니지 라이크' 스타일의 MMORPG들이 대거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고, 게임의 흥행 여부도 이 매출 순위로만 나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미니게임천국'은 이렇게 자극적인 맛이 흔해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캐주얼 게임이다. 맵고 자극적인 게임을 잠시 내려놓고 피쳐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출퇴근 길에, 이동 시간에, 점심 시간에 가볍게 즐기기에 참 좋은 게임이다. 게임성이 가벼운 만큼 몰아서 즐기기 보다는, 조금씩 길게 즐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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