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신작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가 출시 후 2주 가량이 지난 현재 순항하고 있다. '스팀' 기준 최고 동시 접속자 26만 명을 기록 후 평균 15~16만 명 가량의 유저들이 꾸준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특히 넥슨은 게임을 콘솔 플랫폼으로도 론칭 했는데, 전체 유저 중 50% 가량이 콘솔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만큼 전체 플랫폼을 모두 합하면 25~3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프로젝트 매그넘'이라는 이름으로 첫 공개되었을 당시가 떠오른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루트슈터 장르에 대한 주목도가 그리 높지 않아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또 '데스티니' 시리즈 등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경쟁작이 10년 가까이 서비스 중인 상황이라 다소 걱정스러웠던 기억이다.
하지만 넥슨게임즈는 오히려 이러한 점을 기회라고 여긴 듯 보였다. 이미 포화상태가 된 모바일 플랫폼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좋은 레퍼런스를 가져와 고품질로 만들고 차별화 요소를 곁들이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 동 장르의 경쟁작이 적다는 의미는 곧 주목을 받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과 판단은 현재까지는 꽤 잘 먹힌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워프레임'이나 '데스티니' 시리즈를 진득하게 해본 적은 없지만, 나는 '디비전' 시리즈를 1, 2편 모두 열렬히 플레이 한 전직 '요원'이다. 루트슈터에 대한 애정도 어느 정도 있었고, 국내 게임사가 개발하는 루트슈터 신작이 등장한다는 것도 장르의 팬으로서 상당히 반가웠다.
출시 전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경험하고 또 정식 출시 후 진득하게 플레이 해본 '퍼스트 디센던트'는 접근성 측면에서, 또 비주얼 등 차별화 포인트를 갖췄다는 측면에서 루트슈터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만한 잠재력이 있는 게임으로 느껴졌다. 물론 아쉬운 점과 개선이 요구되는 점들도 다수 눈에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엿보인다.
매력적인 비주얼과 미형의 캐릭터, '예쁘게 잘 포장된 선물 상자' 같은 게임
진득하게 '퍼스트 디센던트'를 플레이 한 뒤 장점을 떠올려 보면, 많은 이들이 칭찬하고 또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듯이 나 또한 가장 먼저 비주얼이 생각난다. 보다 정확히는 '계승자(캐릭터)'들의 모델링과 의상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 이와 연계되는 스킨이나 염색 등의 비즈니스 모델도 선택적이기에 부담 없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외모의 캐릭터는 게임을 지속하게 하는 중요 포인트이자 타 루트슈터 게임들과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가 됐다. 왜 문득 '마비노기 영웅전'이 생각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사실상 현재 게임의 인기를 '버니'와 '밸비'가 쌍끌이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가 반드시 외형적으로 멋지고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거나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사실 타 루트슈터 게임의 캐릭터들이 '미형'은 아니다. 내가 주로 즐겼던 '디비전' 시리즈만 하더라도 성별에 따른 외형적인 차이는 체형이나 헤어 스타일 정도를 제외하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고, 의상에서도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워프레임'도 캐릭터의 성별이 있기는 하지만 외형이 매력적인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퍼스트 디센던트'는 이런 측면에서 완전히 반대 노선을 탔고,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이는 명백히 옳은 판단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얼티밋 버니'나 '밸비'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일종의 '미끼 상품' 같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
또 다른 '퍼스트 디센던트'의 장점이라면 장르의 핵심 가치, 즉 빌드를 만드는 재미를 위한 기반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500개 이상의 수많은 모듈, 파밍 욕구를 자극하는 각종 장비들, 저마다의 스킬이 모두 다른 '계승자'까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이 다수 준비돼 있다. 추후 업데이트로 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물론 이것이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장점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워프레임'과 '데스티니'와의 유사성 논란이 일어나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다양한 빌드를 시험해보고 세팅을 맞추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하는 것이 루트슈터가 마땅히 갖춰야 할 핵심 가치라는 점은 개발진이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파편화 된 재료와 피로도 높은 파밍, 장르 특성은 이해 되지만….
이제 막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인 만큼(테스트를 여러 차례 했음에도 남아 있다는 점을 포함해) 아쉬운 점도 물론 많다.
우선 게임의 주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스토리는 상당히 아쉽다. 최근은 스토리가 소화되기 어려운 '스낵 컬처'의 시대이기는 하나, 이를 따로 두고 생각해 봐도 '퍼스트 디센던트'의 스토리는 몰입감이 높거나 매력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데스티니'의 '최후의 형체' 확장팩이 시네마틱 영상, 캠페인 내에서의 연출 및 대사, 깊은 인상을 남기는 OST 등으로 호평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물론 10년이라는 세월을 한 순간에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 분발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파편화 되어 있는 재료와 파밍 과정에서의 높은 피로도도 감점 요소다. 반복적인 파밍은 당연하게도 루트슈터 장르의 특징이다. 치명타 확률 1%를 높이기 위해 10시간, 20시간을 갈아 넣는 것이 루트슈터이며 당연하게도 나 또한 그렇게 플레이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퍼스트 디센던트'의 파밍은 너무 노골적으로 과하게 설정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루트슈터에 익숙한 유저, 장르적 특성을 이해한 유저라면 별 문제 없이 즐길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RPG만을 즐겨본 유저라면 이 구조가 이해되는 순간 의욕이 꺾이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복 플레이는 루트슈터에 있어 필연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적게는 소수점 자리의 확률로 등장하는 재료나 아이템을 얻기 위한 '그라인딩' 과정도 게임의 일부다. 이는 곧 피로도를 낮게, 혹은 피로도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던전이나 미션이 구성돼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퍼스트 디센던트'에서는 이러한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미션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파밍 단계부터 단조롭게 느껴지며, 보스들의 패턴들도 단순하다는 점은 명백한 단점이다. 보스 패턴의 경우 필수 개선안으로 개발진이 인지하고 있음을 밝힌 만큼 개선될 여지가 있다.
건 플레이와 모션도 보다 더 개선이 요구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총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첫 번째 테스트 때부터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부자연스러운 반동(특히 세팅이 없었던 초기 광선소총을 사용할 때 두드러졌다), 어색한 총기 사운드와 화면 흔들림, 회피 시 모션과 거리가 다소 딱딱하고 어색한 점 등이 떠오른다.
발에 채이는 돌부리처럼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분명 개발진의 루트슈터 장르에 대한 여러 연구와 역 기획이 게임 속에 잘 녹아 들어 있음은 충분히 와 닿지만 그 외 UI & UX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두드러진다. 기존 인기 게임들의 성공 공식을 가져왔지만 그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설계하는 과정에서 미처 UI & UX를 깊게 고려하지 못한 느낌이다.
시기적절하게 등장한 루트슈터 새내기 '퍼스트 디센던트', 10년 이상 플레이 가능한 게임 되길
앞서 적은 여러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디센던트'는 루트슈터라는 장르에 입문하기에 상당히 좋은 게임이다. 특히 이 장르의 대표주자인 '워프레임', '데스티니', '디비전' 시리즈에 입문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는데 시기적절하게 잘 나온 것 같다. 세 게임 모두 서비스 된지 상당히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루트슈터라는 장르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또 이 게임의 핵심 재미 요소는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유저에게는 이만한 타이틀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의 테스트에서 받은 피드백이 아직 온전히 게임에 잘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론칭 후 유저들의 동향이나 의견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빠른 소통 및 피드백 반영,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던 요소들의 개선이 차근차근 이루어진다면 이범준 PD가 밝힌 목표대로 '10년 이상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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