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20년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브리간다인 루나지아 전기'(이하 브리간다인)가 마침내 한국어화 발매됐다.
이 게임을 일찌감치 국내 정식 발매 논의가 이뤄지고, 출시 직전까지 갔던 타이틀이다. 하지만 협의가 난항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일본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계약이 종료된 후 개발사와 대원이 직접 계약해 국내 출시가 이뤄졌다.
'브리간다인'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리뷰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브리간다인'은 어떤 게임인가, '삼국지'와 'HOMM' 사이 어딘가...
SRPG 장르의 게임이다. 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 '브리간다인'의 후속작으로 일본에는 2020년 출시됐다. 한국 정식 발매는 꽤 지연되어 2024년이 끝날 즈음에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국내에는 스위치로 선행 발매됐는데, 반응이 좋으면 플레이스테이션 버전도 검토해 보겠다고.
게임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삼국지'와 'HOMM' 사이에 있는 게임이다. 배경은 대충 이렇습니다, 이런 걸 하고 싶었죠? 라고, 사소한 부분은 신경쓰지 말고 좋아하는 것만 잔뜩 해 보라는 느낌으로 만든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첫인상은 '삼국지'를 연상시키지만 외교, 내정 부분을 빼버리고 '이동/전투준비와 파견/전투'만 남겨뒀다. 전투는 HOMM처럼 육각 HEX 타일에서 기사들이 마수를 끌고 행하는 턴제 전투인데, 자원 수집이나 보물상자 같은 부분은 죄다 간략화됐다.
전략 요소는 병력의 구성과 충원, 병력 배치와 공격 타이밍 그리고 파견과 육성의 균형 정도가 되겠다. 전술 요소는 전투 그 자체로, 마수의 배치와 마법의 사용, 지형의 이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전략게임을 전투를 중심으로 즐기고 싶은 취향에는 120% 맞아떨어질 게임
전략게임의 잡다한 요소 -내정이나 충성도 관리, 외교 등등-를 신경쓰지 않고 그저 전투만 계속해서 즐기고 싶다는 유저라면 매우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5년 내내 전투만 계-속 반복하게 된다.
잘 짜여진 전투 자체도 이 게임의 장점으로 꼽을만 하다. 클래스, 상성이나 스킬 판정 등 신경쓸 요소가 많아서 초반에 조금 헤맬 수 있으나, 익숙해지면 꽤 깊이있는 공방을 체험할 수 있다.
AI가 그렇게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전방 최정예가 열심히 싸우는 동안 후방에서는 계속 마수와 기사를 육성하면서 밀고 당기는 힘싸움 끝에 차근차근 나아가는 맛이 상당히 좋았다.
통일한 뒤에도 파고들기 요소가 존재하는데, 장르 특성 상 통일하기 직전 즈음이 가장 지루해지는 지점이라는 것을 제작진도 꽤 고민한 느낌이다.
챌린지 모드로 도전 요소가 존재하는데 '이지'나 '노멀' 난이도의 멍청한 AI에 실망했다면, 챌린지 모드에서 진짜 제대로 붙어보면 될 것이다. 불합리 그 자체에 맞서는... 도전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지는 모드였다.
긴 로딩과 애매한 난이도 구분
장르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후반부에서는 역시 좀 늘어진다. 이 부분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긴 로딩은 역시 아쉽다. 전투 중간 세이브 로딩이나 대륙 맵 로딩은 거의 10초 이상 걸리는 느낌이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어야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임 최초 실행시에는 특정 메뉴 로딩 중 검은 화면이 지속될 수 있으나 끈기를 가지고 조금 기다려 주자. 국내에 한 버전만 낸다면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을 냈어야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스토리 전달의 모호함. 분명 이벤트가 많이 발생하고 이벤트 도중에 기사들의 시점에서 설명을 해 주기는 한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스토리를 모두 이해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다만 이 게임은 전투가 알파이자 오메가인 게임이니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저 '스토리가 있기는 하구나' 정도로 넘어가면 될 부분이다.
미묘한 난이도 구분도 아쉬운 점이었는데, 이지 모드는 너무 쉽고 챌린지 모드는 (이하생략) 수준이다. 이지 모드는 SRPG 장르 자체가 처음인 경우가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대충 편성한 3인을 데리고 전투는 모두 오토로 진행해도 막힘이 거의 없는 정도이다. 그에 비해 챌린지는... (다시한번 이하생략)
장르 팬에게는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게임, 하지만...
점수를 매기자면 85점을 주면 될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거쳐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내었기에 SRPG 팬에게 명확하게 어필 할 수 있는 수작이다. 장르에 관심이 있다면, 스위치가 있다면 한번 플레이할 만한 게임으로, 특히 챌린지 모드를 추천하고 싶다.
장르가 익숙하지 않다면 한정된 자원으로 기물을 소환해서 전투를 진행하는 '보드게임' 과 같은 느낌으로 접근하면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제작 시 보드게임을 의식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SRPG가 없으면 내가 직접 내 취향대로 만들겠다!'는 외침이 들리는 듯한 게임으로, 제작진이 시뮬레이션에서 어떤 부분을 재미있어하고 어떤 부분을 귀찮게 느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콘텐츠가 전쟁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아예 전투만 진행하는, 더 전투에 집중된 게임도 있지만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대륙 지도가 있는, 국가 간 전쟁 시뮬레이션을 표방하고 있기에 더 잘 느껴진다.
리뷰어는 '삼국지'보다는 'HOMM' 쪽, 특히 올드스쿨한 2, 3의 팬이라 몰려오는 추억과 함께 즐겁게 플레이했다. 하지만 이 '장르'가 지금도 먹히느냐는 조금 회의적인 시각이다. 팬층에서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하니 나도 한번 해 볼까 정도의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다가는 '도대체 이것은 뭐하는 게임인가'라는 의문만 남기고 초반에 던지게 될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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