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서브컬처 게임 개발과 운영'… 깃발을 들고 선두에 선 이들을 응원하며

등록일 2025년07월10일 11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에서의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7년 '소녀전선'이 서브컬처 게임의 시장성을 입증한 뒤 많은 게임사들이 시장의 가능성과 긍정적인 미래에 주목했고, 그 후 '블루 아카이브'나 '승리의 여신: 니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레드오션이라 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팬덤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여전히 사업적인 측면에서 수익성이나 시장성은 좋은 편이다.

 

성공작들의 등장, 시장 규모의 확장과 함께 서브컬처 게임을 향유하는 팬덤의 규모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제 '서브'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단순한 마니아 층의 전유물이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장르로 확장 됐음을 체감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부터 편의점, 요식업, 심지어 공공기관과의 협업 등 다양한 사례들도 생겨났고, 팝업스토어나 오케스트라 공연, '온리전' 같은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의 개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서브컬처’라는 장르나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대중적 시선은 엇갈린다. 과거엔 ‘오타쿠 문화’, 혹은 음지의 취향으로 치부되곤 했으며 지금도 종종 사건사고가 일어나 편견이 강화되거나 특정 콘텐츠가 부정적으로 조명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이 장르의 시장성이나 규모 그리고 가능성은 과거 황무지 같았던 시기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또 나은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국내 개발사들의 도전과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제로'였던 국내 서브컬처 게임 시장, 국내 게임사들의 고충과 시행착오

어떤 게임이든 마찬가지로 서브컬처 게임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특히나 과거에는 시도 자체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성공 사례도 적었기에 참고할 레퍼런스나 성공 공식도 마땅치 않았다. '서브컬처 게임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접근을 시작으로 개발 방식이나 서비스 및 수익화 전략, 퀄리티와 게임성, IP 및 2차 창작의 확장 방법도 정립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사실상 처음인 셈이었다. '블루 아카이브'나 '승리의 여신: 니케' 이전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사라져간 게임들이 숱하게 많으며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나 이제는 서브컬처 게임이라면 당연하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게임 외적 전개에 대한 노하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머천다이즈 제작과 유통, 오프라인 행사 기획, 영상이나 음악 등 각종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프라 및 이해도, 협업할 수 있는 이해도 높은 파트너사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최근에는 이에 대해 그동안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은 개발자들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넥슨게임즈 IO 본부 김용하 본부장은 2023년 인터뷰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유통망, 소매점, 제작사, 인식 등을 모두 포함해 IP의 본격적인 전개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인프라가 아직 덜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해 나가야 했고 그 결과물을 작년에 보여드렸다"며 "게임 외적 전개의 인프라가 일본이 상대적으로 더 잘 갖춰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어떻게 전개해 나가며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지역 퍼블리셔인 요스타는 이러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적극적으로 정기 방송은 물론 유튜브 영상 콘텐츠, 4컷 만화, 코믹스, 애니메이션, 캐릭터 송, 오프라인 이벤트, 머천다이즈 및 ASMR 출시 등을 진행하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특히 '아로프라 채널'이나 공식 쇼츠 시리즈 등 수많은 일본 서버의 영상 콘텐츠는 성우 섭외와 스케쥴 관리, 원활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환경이 있어야만 하는 영역이다.

 

일본의 이러한 시장 환경이나 요스타의 노하우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의 전개는 이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졌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이용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던 '이루아'나 '황륜대제' 외부 스토리 누락과 같은 실패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된 노력 끝에 최근에는 오리지널 곡의 출시나 3D 모델링을 활용한 영상 제작, 기존 OST의 리어레인지 플레이리스트 제공, 일상 생활 깊숙한 곳으로 침투하는 컬래버레이션 등 다방면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확보하고 선보이며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6년 만에 공개 오프라인 행사로 전환 개최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승리의 여신: 니케' 유형석 디렉터는 세션에서 굿즈 기획부터 오프라인 행사와 디지털 콘텐츠 등을 통한 팬서비스, 그리고 2차 창작 관리와 IP 매니지먼트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니케'의 IP 확장 과정에서 경험하고 고민한 결과를 공유했다. 유 디렉터가 이날 설명했던 경험들은 모두 직접 몸소 부딪혀가며 '시프트업이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는 생각 하에 이루어낸 값진 것들이었다. (만약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 할 생각이 있다면 한 번 보시라.)

 

유 디렉터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중국 게임사들은 적극적으로 굿즈 생산 및 판매, 팝업 스토어나 음악회 등 오프라인 행사 개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 퍼블리셔, 에이전시 모두 (굿즈, 오프라인 행사) 노하우를 보유한 곳이 드물었고, 시프트업이 자체적으로 노하우를 쌓을 필요성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IP 확장에 있어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들이지만 노하우를 갖춘 곳이 적어 결국 직접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함에 있어 국가 별 특징과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소개했다. 유 디렉터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은 쌓여있는 노하우가 많아 이해도가 높은 에이전시를 찾는다면 매우 수월하게 오프라인 행사가 진행된다. 반대로 한국은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행사나 굿즈 제작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때문에 개발사나 IP 홀더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도 여전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협업을 위해 일상 생활에서 접근할 수 있는 요소들이 좋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다. 실제로 '승리의 여신: 니케'는 GS25, 프랭크버거, 디저트39 등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또 오리지널 곡을 모은 음원 출시나 인공위성에 영상을 띄우는 등의 독특한 팬 서비스도 시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경험과 노하우 쌓으며 성숙해지는 국내 게임사들, 도전과 노력은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 및 운영하는 국내 게임사들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며 빠르게 성숙해지고 있다. IP 확장이라는 큰 틀 아래 어떻게 해야 오프라인 행사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 어떤 머천다이즈를 팬들이 선호하는지, 어떻게 2차 창작을 유도하고 관리할 것인지, 콘텐츠 업데이트 루틴과 전략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이용자들이 '우리 서브컬처 게임'에 몰입하고 또 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디테일하게 모든 요소를 챙겨야 하는지, 게임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이나 요소들이 '서브컬처 게임'으로서 왜 존재하고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론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넥슨게임즈, 시프트업, 에피드게임즈와 같은 게임사들은 현재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국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선두주자다. 이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각자의 방식으로 척박하고 '제로'에 가까웠던 국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의 부흥을 위해 노력해왔다. 머천다이즈 기획,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행사 운영, 캐릭터 기반 콘텐츠 제작, 음악 프로젝트나 팬 서비스, 콘텐츠 기획과 업데이트 등 각 게임사가 나름의 색깔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며 이러한 노하우는 향후 서브컬처 게임의 개발 및 운영에 있어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국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이라는 미개척지를 개척 해오고 있다는 측면에서, 깃발을 들고 선두에 선 이들이 그동안 해온 도전은 그 노고를 충분히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과 도전 그리고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또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장르가 더더욱 확장되고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에 설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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