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마이어와 외계인의 만남, '엑스컴 : 에너미 언노운'

게임의 거장은 엑스컴을 어떻게 바꿨나

등록일 2012년12월07일 17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문명5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높다

리메이크란 예전에 있었던 것을 다시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원작이 지닌 재미에 충실할지 아니면 새로운 재미를 줄지는 리메이크의 주된 고민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메이크는 원작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성공할 경우 걸작이 된다. 이는 게임을 포함한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리메이크 작품을 발매하며 유저들에게 화제가 된 게임이 있었다. 바로 2K 게임즈(2K Games)의 신작 ‘엑스컴 : 에너미 언노운(XCOM : EnemyUnknown, 이하 엑스컴)’이 그것이다. ‘엑스컴’ 시리즈는 1993년 첫 출시 후 수중전이 주가 되었던 ‘X-COM : Terror from the Deep’, 지구 최후의 도시 메가 프라이머스에서의 사투를 그린 ‘X-COM : Apocalypse’를 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이 모습을 보고 뜨거워진다면 진정한 엑스컴 마니아

얼핏 본다면 그저 단순한 리메이크 작품 하나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작품에는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파이락시스 게임즈가 개발에 참여했으며 시리즈의 1편을 발매했던 마이크로프로즈사의 창업주인 시드마이어가 디렉터로 참여했다.

엑스컴 마니아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턴제 전략 게임(Turn-based strategy simulation)에서 파이락시스와 시드마이어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문명’과 버금가거나 혹은 그를 뛰어넘는 새로운 악마의 게임이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재미는 계승하고 복잡함은 버렸다

탄약관리 같은 너무 복잡한 요소는 제외했다

이번 ‘엑스컴’의 경우 마치 1편과 흡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같은 재미를 느끼지만 조작방식은 더 간결해졌다. 자신이 하드코어 유저로 복잡하고 정교한 게임을 바랬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약 20년이 다 되어 가는 원작의 재미를 요즘 시대 유저들이 완벽하게 느끼고 호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자동 전투가 주는 재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세부적으로 뜯어본다면 변한 점이 한 두 가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뼈대가 바뀐 것은 아니다. 조작 방법은 더욱 간결해졌으며 원작이 ‘수동’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반자동’의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원작을 즐겼던 유저로서 ‘수동’모드라도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지만 그렇게 ‘수동’모드를 넣었다면 리메이크 작품의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자동’과 ‘수동’의 사이인 ‘반자동’을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아이템이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진화된 만큼 유닛들은 보다 더 현실적으로 지형지물과 사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게임 내 풀과 나무가 네모나게 표현되었던 원작 시절을 떠올린다면 나름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유닛은 게임 내 미션을 통해 육성할 수 있고 미션 중 유닛이 사망하면 다시는 해당 유닛을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미션이 성공할 때마다 가지는 성취감도 남다르다.

전 세계 여행은 10초면 할 기세

전체적으로 조작감 자체는 편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턴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은 노멀 난이도도 조차 힘겹다고 느낄 정도로 지형,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면 힘들며, 특히 적이 유닛 시야에 들어오기 까지 유저들은 적을 미리 볼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느끼는 체감 난이도 자체는 제법 높은 편이다.

연구를 담당하는 여성 NPC, 사실 위험한 여자다

유저들은 전투를 통해 얻은 자원을 통해 엑스컴 본진 내부의 시설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며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 적을 싸워 이겨야한다. 이런 본진의 활용도는 실제 전투만큼 게임 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본진 운용의 결과에 따라 게임의 체감난이도가 달라질 정도로 중요하다.

생포한 외계인을 가둬놓고 실험을 하거나 어디서 많이 본 해부씬에 이르기까지, 이것도 다 그녀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싱글플레이의 경우 꽤나 방대한 볼륨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 반복에 그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메인 퀘스트는 자체만으로 중요해야 하지만 빈약한 스토리와 단순한 진행방식은 RPG를 생각하고 게임을 즐기고자 했던 유저들에게 있어 다소 아쉽게도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스토리 보다는 게임 플레이 자체에 의미를 두고자 했던 느낌이 강하다.

전혀 다른 게임 같은 멀티플레이

종족에 상관없이 포인트로 유닛을 배정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온라인을 통해 유저들과의 대전을 지원하는 ‘멀티플레이’ 모드가 존재하는데 싱글 플레이와는 또 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다. 싱글 플레이의 경우 유저가 게임을 주도 했지만 멀티 플레이의 경우 시간이 유저들을 주도하게 된다. 마치 프로기사의 바둑대회처럼 유저들은 45초, 90초, 120초의 제한시간을 가진 멀티플레이 룰을 선택할 수 있으며 주어진 어빌리티 포인트를 통해 최대한의 효율을 가진 유닛들을 구성해야 한다.

물량이냐 고효율 유닛이냐가 전략의 분기점이 된다

‘멀티플레이’ 모드에서는 외계인, 인간 종족을 모두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양으로 상대를 압도할지 정예 소수부대를 통해 한 번에 강한 타격을 입힐지 선택할 수 있으며 45초 게임과 같은 경우 최대 6명의 유닛에게 개별 명령을 내리는데 있어 생각할 시간도 선택할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속도감 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외계인들 역시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유닛의 구성을 잘 구성한다면 정신지배 스킬을 이용해 피 한방울 안 흘리고 상대방을 유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의 폭 역시 넓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품
시드마이어가 ‘문명’이 아닌 게임을 통해 ‘문명’과 같은 몰입도를 주고자 했던 이번 ‘엑스컴’은 자잘한 버그를 제외한다면 여러 면에서 잘 만든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서문에서 말했듯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걸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좀 어려울 듯 하다. ‘엑스컴’은 ‘문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벌써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문명’이 아닌 다른 작품을 통해 원작을 완전 계승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색깔을 충분히 표현한 시드마이어와 파이락시스 게임즈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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