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E3, 도쿄게임쇼, ECTS(European Computer Trade Show) 등 소위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리던 세계적인 게임박람회들이 이끌던 전 세계 게임박람회 산업은 지난 십여년간 수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영국에서 열리던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적 게임박람회인 ECTS는 게임산업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며 유럽 최대 게임쇼라는 타이틀을 독일의 게임스컴에 넘겨주며 몰락했고 세계 최대 게임쇼였던 E3와 아시아 최고의 게임쇼로 불리던 도쿄게임쇼 등도 전 세계 게임산업의 트렌드에 따라 그 크기와 위상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또한, 이 시기에 한국의 지스타, 중국의 차이나조이, 대만의 TGS(Taipei Game Show) 등 거대 게임시장으로 성장한 아시아의 게임쇼들이 탄생, 성장하며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소위 '세계 3대 게임쇼'의 시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 밖에도 수 년간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게임박람회들이 꾸준히 개최되며 새로운 '세계적 게임쇼'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2년 新 '세계 4대 게임쇼'의 탄생
그러나 그 규모가 다소 축소됐다고는 해도 여전히 E3와 도쿄게임쇼는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게임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고 ECTS를 대신해 유럽의 대표게임쇼로 발전한 독일의 게임스컴은 유럽 게임시장의 발전과 함께 세계 최대 게임쇼로서 성장했다.
또한, 세계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 전 세계 온라인게임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한국에서 지스타가 탄생, 세계적 게임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서 세계 게임박람회 시장은 다시 '세계 4대 게임쇼'로 재편되는 듯 해 보인다.
물론, 중국의 차이나조이가 거대한 구매력을 갖춘 12억의 인구를 무기로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낙후된 인프라와 게임 산업 환경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세계적인 게임쇼로서의 한축을 담당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히, 2012년에는 민간 주도로 거듭난 한국의 지스타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新 세계 4대 게임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新 '4대 게임쇼'의 시대가 개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올 해의 세계 게임쇼 시장은 과연 어떠했을까? 게임포커스는 올 한해 게임계 주요이슈를 확인해 볼 수 있었던 4대 게임쇼를 정리해봤다.
새로운 게임과 게이밍 하드웨어 등 향후 1년을 이끌어갈 최신 기술의 집약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게임쇼의 매력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랐다.
저마다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며 유저 홍보에 나섰지만 굵직한 이슈도 없었으며 완전한 신작 보다는 기존 시리즈의 후속작이나 리메이크 작품이 공개되는 등 전체적인 신작 타이틀의 부재가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일부에선 게임쇼가 생겨난 이래 최악의 한 해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평가되었던 XBOX360, PS3의 후속 기종 공개가 미뤄지면서 전통적으로 콘솔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북미, 유럽의 게임쇼의 흥행도 예전만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닌텐도가 새로운 후속 콘솔기기 ‘WiiU'를 공개했지만 차세대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하드웨어 스펙과 부실한 라인업, 내부 소프트웨어의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은 사골게임뿐 'E3'
앞서 설명했듯 MS와 소니가 차세대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닌텐도가 ‘WiiU'를 공개하면서 가까스로 체면은 유지했다. 그러나 게이머들의 게임 환경을 바꾸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닌텐도 역시 이렇다 할 신작 게임을 공개하지 않아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남겼다.
또한 일부 게임사들이 정보의 보호를 명분으로 자사의 게임 부스를 전부 비공개로 하면서 제 값을 주고 입장한 관람객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특히 같은 게임을 개발사에서는 비공개로, 퍼블리셔에서는 공개부스로 동시에 시연하는 웃지 못 할 촌극도 벌어졌었다.
전시장의 이러한 상황 때문에 평상시라면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법한 오리지널의 신규 타이틀이 크게 관심을 모았다. ‘와치독’, ‘디스아너드’, ‘라스트오브어스’ 등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신작 게임들이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주목 받았고 이와는 반대로 기대속에 공개된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경우 예상을 밑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아쉬움을 샀다.
E3에서는 모바일게임들도 매우 관심을 모았다. 특히 해외 게임쇼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한국의 위메이드는 ‘신인’치고는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게임 없이 오로지 모바일에 모두 투자한 위메이드의 행보는 북미 유저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50여개의 작품을 내세운 그리(GREE)에 반의반도 못 미치는 8개의 타이틀만을 가지고 괄목할 만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부스의 크기, 6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타이틀 개수, 해외 인지도를 생각해볼 때 위메이드의 이런 선전은 흡사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모양새로 북미 매체에서도 화제가 됐다.
모바일 게임의 바람이 분다 '게임스컴'
40개국 600여개 업체가 참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올해 게임스컴은 한국을 파트너 국가로 선정하면서 모바일과 PC, 콘솔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종합 게임박람회로 거듭났다. 이미 게임기업을 넘어 하나의 게임 문화로 불리는 블리자드와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스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또한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를 대표하는 다수의 업체들도 게임스컴에 참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당시(8월) 출시를 앞두고 있던 ‘길드워2’의 경우 영상과 조형물만으로도 행사장을 찾은 유저들의 큰 관심을 받았으며 ‘쉐도우 컴퍼니’, ‘레이더즈’, ‘네이비필드2’ 역시 행사장을 지나는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바일의 경우 E3에서 위메이드에게 허를 찔린 GREE가 자존심 회복이라도 하듯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행사장 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스퀘어에닉스 역시 다수의 모바일 소셜게임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처음 참가하는 업체들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 플랫폼을 메인으로 전시회를 진행한 만큼 콘솔에서 모바일로 변화하는 게임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동등해진 모바일 게임의 위상 확인 '동경게임쇼'
동경게임쇼 역시 앞서 진행한 게임쇼들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상황은 조금 달랐다. 당초 참가를 확실시했던 MS와 닌텐도가 불참을 선언, 다소 맥없는 게임쇼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콘솔 게임의 강국답게 소니를 선두로 일본 내 유명 프랜차이즈 게임이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소니는 PSVita와 신형 PS3, 다수의 신작 게임을 연이어 선보이며 행사의 중심이 됐다. 특히 SCE는 독설가 이나후네 케이지가 "신작을 많이 만드는 업체로 다른 업체들도 좀 배우라"고 칭찬할 정도로 다수의 신규 IP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콘솔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급성장한 일본 내 모바일 게임 역시 시장 규모가 5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올해는 콘솔과 동등한 위치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의 대표적 모바일게임사로 거듭난 위메이드가 미공개 게임 ‘아크스피어’를 선두로 다수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으며 그리 역시 'Project Fantasm : A'를 깜짝 공개한데 이어 ‘메탈기어 솔리드 OPS’, ‘몬스터헌터 매시브헌팅’ 등 다수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DeNA, 글룹스 등 다수의 모바일 개발사들이 대형 부스를 내면서 콘솔 못지않게 거대해진 모바일 게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스타' 모든 플랫폼을 갖춘 진정한 글로벌 게임쇼 거듭나야...
온라인 네트워크가 가장 잘 갖춰진 국가인 만큼 이번 지스타에서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의 인기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콘솔 없는 게임쇼라는 비판은 여전했지만 별 다른 새로운 이슈가 없었음에도 닌텐도가 처음으로 지스타에 참여하면서 명실상부 세계적 게임쇼로 발전한 지스타의 높은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가장 주목할 점은 온라인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강조하는 전통적인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도 모바일 게임 경쟁에 참여하면서 온라인, 모바일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 사실상 사라져갔다는 점이다. 이는 모바일게임을 소홀히 하고 온라인게임 개발을 우선했던 국내 게임기업의 문화가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지스타 2012에서는 넥슨의 ‘마비노기2 : 아레나’, 네오위즈게임즈의 ‘블레스’, 위메이드의 ‘이카루스’ 등 신규 온라인 게임들이 2013년 출시를 목표로 공개되면서 또 다시 대작 MMORPG 경쟁을 예고했다.
게임쇼 외적으로도 질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민간이양 첫 해를 맞은 이번 지스타는 바코드 출입 시스템으로 효율적인 인원 통제가 가능해졌으며 B2B관과 B2C관이 한 군대 몰려있어 흡사 혼잡스러운 시장과 같은 느낌을 줬던 행사장 구성 역시 B2B관과 B2C관을 분리시키며 쾌적한 관람을 유도했다.
이는 비즈니스 성과와도 직결되어 B2B기간이 하루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3,935건 상담으로 167건, 1억 4,799만달러 수출계약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B2B관은 해외 게임 기업들이 처음으로 절반(50%)이상 차지하였고, 해외바이어도 전년보다 100%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지 못하는 게임쇼 분위기는 풀어야 되는 숙제로 남아있다. 내년에는 지스타의 개최 시기상 루머로 떠돌던 차세대기의 공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게임쇼 도약을 위해 이들 업체와의 긴밀한 협조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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