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의 상상력을 현세대 하드웨어로는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게임의 본격적인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0여년 전만해도 이는 개발자들이 풀어내야 할 과제 중 하나였다.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는 게임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체화하기에는 많은 하드웨어적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자들은 자신의 상상력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추가하며 현실과 타협하며 게임을 만들었지만 이러한 개발 구조는 시간이 흐르고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크게 바뀌었다. 개발자의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게임에 반영할 수 있게 되면서 수많은 소재와 장르를 가진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만큼은 아직까지 많은 개발자들의 손이 닿지 않은 블루오션의 범주에 있다. 미래의 대한 불확실성만큼이나 한 번 성공하면 지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기에 이러한 가치를 일찍이 파악한 북미, 유럽의 개발사들은 장르의 대중화를 외치며 수많은 게임을 출시했지만 기존 비행 시뮬레이션에 뿌리를 둔 개발 방식은 많은 수의 조작키로 기존 유저들을 더욱 하드코어하게 만들었을 뿐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렇듯 점점 마니악해지는 슈팅 게임에 반기를 든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우주 전투 게임의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상상력에 상상력을 더해 등장한 ‘스트라이크 슈트 제로(이하 SSZ)'다.
‘SSZ'는 런던의 신생 개발사 본 레디 게임즈(Born Ready Games)가 개발한 메카닉 슈팅 게임이다. 게임은 2,299년 행성 간 전쟁으로 멸망의 위기에 놓인 지구를 배경으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테스트 파일럿 아담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지난 ‘게임스컴 2012(GAMESCOM 2012)'를 통해 처음 대중들 앞에 공개됐다.
특히 이번 작품은 ‘스틸 바탈리언’, ‘인피니트 스페이스’, ‘애플시드’ 등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명 메카닉 디자이너 오쿠보 준지(大久保淳二)가 직접 개발에 참여했으며, 주제곡에는 ‘홈월드’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작곡가 폴 러스케이와 ‘테일즈 오브 이노센스’, ‘건슬링거 걸’의 싱어송라이터 코키아가 참여해 발매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SSZ' 는 기존 슈팅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도그파이트(Dogfight) 방식의 전투를 기본으로 한다. 이러한 전투 방식은 유저의 몰입도를 높이고 재미를 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동일한 전투 방식과 어려운 조작 난이도로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SSZ'는 이러한 고질적인 전투 방식의 단점을 간결한 조작방식(패드로 즐길 수 있다)과 끊없는 전투로 보완, 지루한 도그파이트 방식의 전투에서 최대한 자유도를 높였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은 1대 다의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게임 내 모든 화면에서 다양한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에 이리저리 회피기동을 하는 특정 기체를 일일이 쫓지 않아도 자신의 무장에 가장 효율적인 기체나 다른 인접한 기체를 선택해서 격추 시킬 수 있으며 이는 전투에 있어 유저들에게 훨씬 유동적인 전투를 유도해 전체적으로 생동감 있는 전장을 연출시킨다.
물론 유동적인 전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과감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SZ' 역시 체력이나 실드 관리 등 전투에 있어 직관적인 수치를 관리해가며 전투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어 일명 '람보액션'은 불가능하지만, 동력 관리나 대미지 관리 등 기존 슈팅게임에 존재해 게임을 더욱 하드코어하게 만들어준 '관리'의 압박에서 최대한 벗어나게 해 슈팅 본연의 재미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기본적인 전투 외에도 ‘SSZ’는 가변형 기체 ‘스트라이크 슈트’를 도입해 차별성을 꾀했다. ‘스트라이크 슈트’는 시나리오 진행 중 얻을 수 있는 기체로 기본 무장은 다른 기체들보다 많지 않지만 전투 중 적기를 격파하거나 부유물을 파괴해 얻을 수 있는 플럭스 게이지를 활용해 로봇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
변신 후에는 이동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적기의 미사일이나 빔 병기의 집중 표적이 되기 쉽지만 플럭스 게이지가 완전 소모되기 전까지 두 종류의 무장(실탄+미사일)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변을 적절히 활용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중요하다. 적들 역시 가벼운 전투기부터 구축함 모함 까지 점점 크고 강력한 상태를 만나는 만큼 한 번에 집중적인 공격을 하고 빠지는 식의 공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형 기체는 기본적으로 외부 공격을 하는 터렛을 무력화 시켜야 되며 기체의 약점을 집중 공략해 빠르게 격침시켜야 한다.
이러한 무제한 공격 시스템은 유저들에게 있어 시뮬레이션 보다는 아케이드 게임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다소 복잡한 전투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이러한 시스템이 가볍게 보일 수 있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슈팅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쉽고 화려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넘어서는 큰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전투 자체의 즐거움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조금은 단조롭고 매끄럽지 못한 레벨구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SSZ'의 미션은 ’스트라이크 슈트‘를 얻고 플럭스 게이지를 자유롭게 조절하며 즐길 수 있게 되는 시점에서부터 게임의 난이도가 하락하게 되는데 ’스트라이크 슈트‘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다른 기체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로움을 제한한다. 또한, 일부 미션은 ’스트라이크 슈트‘를 가지고서도 클리어가 상당히 까다로울 정도의 높은 난이도(플래티넘 기준)를 자랑하는 등 들쑥날쑥한 난이도의 보완이 필요해보였다.
이밖에도 ‘SSZ'에선 멀티 엔딩이 존재하는데 최종 미션을 수행하면 ’컨트롤‘은 자신의 숨겨진 비밀을 공개하고 아담스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선택지를 부여한다. 최종 미션인 만큼 유저들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컨트롤을 요구하며 여기서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비록 생각보다는 짧은 플레이 타임, 난이도의 문제와 스팀 서비스 특유의 문제점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보이긴 하지만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프리스페이스’ 시리즈와 리얼한 전투 액션을 보여준 ‘윙커맨더’의 게임성을 절묘하게 집약시킨 ‘SSZ'는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최고가 되기는 힘든 슈팅게임의 오묘한 매력을 잘 살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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