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대표적인 콘솔 프렌차이즈 타이틀인 ‘기어스 오브 워 : 저지먼트(이하 저지먼트)’가 지난 19일 출시됐다.
‘저지먼트’는 전 세계 1천 9백만 장이 판매된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이전 시리즈에서 조연급으로 등장했던 데이몬 베어드(Damon Baird)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데이몬 베어드가 이끄는 킬로 분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야기의 시점은 3부작으로 구성된 전작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이야기의 시작인 14년 전의 '심판의 날(Emergence Day)'을 다루고 있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같이 새로운 시리즈물로 제작된 타이틀은 아니다. 그러나 전작의 이전 이야기와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 MS의 콘솔 개발 계획에 따른 Xbox360용 마지막 ‘기어스 오브 워’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여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번 ‘저지먼트’는 더욱 강화된 멀티플레이와 기존 시리즈에서 체험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콘텐츠로 중무장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냈던 전작과 달리 단편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했던 이번 작품은 세세한 부분에서의 완성도가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향후 ‘저지먼트’는 ‘기어스 오브 워’가 가게 될 길을 보여준 초석과도 같은 작품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도, 마니아들에겐 독일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전투 시스템의 변화다. 우선 기존 시리즈에선 조준을 해야 크로스헤어가 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선 조준을 하지 않아도 크로스헤어가 보이기 때문에 적들의 공격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조작키 역시 전체적으로 조정이 이루어졌는데 이 부분은 기존 시리즈를 즐겨왔던 유저들에게 있어 플레이 패턴의 변화를 가져왔다. 무기교체 버튼이 Y키로 바뀌면서 기존 유저들이 자주 활용한 무기 교체 후 앞구르기가 전작들의 비해 까다로워졌으며, 수류탄의 경우 무장을 교체하고 투척했던 전작들과 달리 수류탄전용 투척버튼이 생기면서 다수의 난전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적에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싱글 플레이에서의 과감한 변화도 눈에 띈다. ‘저지먼트’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미션 해제(Mission Declassification)’ 시스템을 도입해 유저들의 도전 욕구를 높였다. ‘미션 해제’ 시스템은 각 챕터 초반부에 유저가 해골마크가 그려진 중요 정보 입수를 통해 시작할 수 있으며 해제를 할 경우 각 상황에 맞는 숨겨진 미션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숨겨진 미션들은 일반 미션에서 들을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플레이에 있어 시간제한이나 무기, 탄약이 극단적으로 제약되고 새로운 적 캐릭터가 등장하며 캐릭터의 생명력을 자동으로 회복시켜주지 않는 등 게임 플레이의 전반적인 난이도를 상승시킨다. 일부 미션의 경우 기존 시리즈로 갈고 닦은 실력을 갖고 있는 유저들에게도 좌절을 안겨줄 정도로 높은 난이도의 미션이 있는데 협동 플레이를 할 경우 상당한 연습을 필요로 한다.
이밖에도 다시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스마트 스폰 시스템(Smart Spawn System)’을 도입했다. ‘스마트 스폰 시스템’이란 유저가 적을 상대할 때마다 적들의 타입, 위치, 아이템 위치가 달라지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유저들은 항상 새로운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모든 패턴이 랜덤하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규칙이 있는데 몬스터의 종류에 따라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몬스터의 경우 개발자의 고민이 엿보였다. ‘저지먼트’와 같은 형식의 일반적인 단편 게임은 원작의 세계관이나 설정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전작들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만큼 특별히 독창적이나 인상 깊은 새로운 몬스터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독창성 부분에서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이야기 진행에 있어 흡입력 있지 못한 전개도 아쉬운 부분이다. 베어드가 군사법정에서 지난 일을 설명하는 시스템 적인 설정 때문이기도 한데 그 때문인지 이야기가 중간 중간에 끊기고 내용 자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전체적인 몰입도가 전작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더욱 빠르고 재미있는 멀티플레이, 전작 단점 답습은 아쉬워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시리즈 최초로 병과 플레이가 가능해졌는데 유저들은 자신에 플레이 성향에 맞춰 ‘돌격병’, ‘공병’, ‘저격병’, ‘의무병’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러한 병과 플레이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새롭게 추가된 ‘오버런(OverRun)’ 모드다. ‘오버런’ 모드에서는 다섯 명의 유저가 한 팀이 되어 COG 병사와 로커스트 병사를 번갈아가며 선택, 공격과 방어를 해야 된다.
공격할 수 있는 공격자 입장에선 침입루트가 여러 곳이지만 수비 입장에서는 모든 곳을 견고하게 전부 막을 수 없는 만큼 1초라도 더 버티는 팀이 이기는 구조로 진행되며 강력한 적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포인트다. 공격과 수비를 통해 전혀 다른 게임 스타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유저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다.
‘오버런’ 모드와 전작의 ‘호드’ 모드를 섞어 놓은 듯한 ‘서바이벌 모드는 멀티플레이 유일의 PvE 모드로 인공지능으로 조작되는 로커스트들에 맞서 10개의 웨이브로부터 살아남아야 된다. 전작의 ’호드‘ 모드를 기억하는 유저들이라면 10개의 웨이브라는 말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의 전체적인 체감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10명의 유저들이 개인전을 즐길 수 있는 ‘프리 포 올(Free For All)’ 모드도 최초로 도입됐다. 특히 ‘기어스 오브 워’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DBNO(Down But Not Out, 공격을 받아 쓰러지면 사망하지 않고 그로기 상태가 되어 도움을 기다리는 상태)’가 사라졌기 때문에 흡사 PC로 즐기는 FPS게임과 같은 빠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모드, 병과 시스템 등 콘텐츠적으로 많은 변화를 준 ‘저지먼트’지만 기존 시리즈의 고질적인 단점을 답습하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샷건을 기본으로 한 획일화된 유저들의 플레이로 숙련되지 않은 초보 유저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로 하여금 많은 유저들의 지적한 대표적인 단점 중 하나다. 전작이었던 ‘기어스 오브 워3’를 통해 원거리 무기의 밸런스를 조절했지만 구르기로 회피와 전진이 가능한 게임의 특성상 근접전에서 강력한 근접전 무기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서버문제 역시 전작을 답습하고 있다.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 역시 전작들과 동일한데 여러 국가의 유저들과 연결되는 게임의 특성상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은 1초에 승부가 갈릴 수도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밖에도 부족한 맵이나 자동 매칭의 문제 등 여러 자잘했던 문제들이 ‘저지먼트’에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보다 완벽한 멀티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멀티플레이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저지먼트’는 역대 최고의 ‘기어스 오브 워’ 타이틀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색깔을 유지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통한 변화를 시도한 점, 마니아들보다는 게임을 처음 즐겨보는 유저들이 다가가기 쉬운 게임이 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더욱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게 될 차기작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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