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니폰이치소프트 하면 대개 귀여운 캐릭터들, 코믹한 스토리, 그리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즐길거리가 많은, 긴 시간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연상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트로피 획득이 굉장히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니폰이치 스타일'은 자체 개발이 아닌 퍼블리싱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평단과 게이머들 모두에게 외면받으며 니폰이치가 라인업 정리에 나서게 만들었던 '라스트 리벨리온' 같은 경우는 그리 길지 않은 플레이 시간에 게임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고, 스토리도 무거웠으며 트로피 획득도 굉장히 쉬운 게임이었다.
2012년 발매 예정이었다가 1년여가 늦춰져 2013년 7월에야 발매된 '마녀와 백기병' 역시 '노라'가 개발한 게임을 니폰이치가 퍼블리싱한 타이틀로 니폰이치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지난 7월 25일 발매된 마녀와 백기병은 귀여운 캐릭터만 니폰이치 스타일에 들어맞는다. 독특한 스타일의 어려운 전투, 쉬운 트로피 획득 조건, 그리고 잔혹한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기존 니폰이치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성적 요소가 아닌 폭력성으로 일본에서 18세 이상 가의 심의 등급을 받았던 것이 이해될 정도이다.(발매 시에는 15세 이상으로 하향)
사실 마녀와 백기병은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제2의 라스트 리벨리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던 작품이었다.
마녀와 백기병은 당초 니폰이치가 처음 시도하는 심리스(지역 이동시 로딩 없는) 오픈월드를 기반으로 한 3D 액션 RPG로 발표되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3D 기술이 기대만큼 구현되지 않아 심리스 오픈월드를 포기한 점이나 개발이 계속 지연된 점이 게이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실제 출시된 마녀와 백기병을 플레이해본 결과 라스트 리벨리온과 비교될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다. 꽤 괜찮은 액션과 그래픽(조금 옛스러운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그리고 독특한 시스템은 매력적이었다.
마녀와 백기병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하라다 다케히토의 캐릭터들이 풀어내는 잔혹한 스토리였다.
주인공은 매력적이고 순진한 악당의 하수인이 되어 선량한 이들을 괴롭히고 악행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적대 세력도 명백한 선은 아니다. 숲을 파괴하고 늪으로 바꾸려는 주인공에 맞서는 1장의 최종 보스, 숲의 수호자는 '식인 괴물'이다.
이 식인괴물은 주인공에게 하반신이 잘리고 양 눈을 잃은 후에도 기어서 도망치려 하지만 결국 불태워진다. 이런 묘사가 리얼한 그래픽이 아닌 귀여운 SD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게 뭐라 설명하기 힘든 느낌을 준다.
마녀와 백기병은 게이머들에게 호오(好惡)가 심하게 나뉠만 한 작품이다.
스토리가 중시된 게임이라 이런 다크 판타지를 좋아하고, 하라다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겐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일 것이다. 하지만 기존 니폰이치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게이머에겐 괴로운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전투가 어려운 편이지만 이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니폰이치소프트가 스토리만 즐기려는 게이머들을 위해 전투 난이도를 대폭 낮춰주는 '캐주얼 모드' 패치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지난 7월 25일, 일본과 동시 발매되었지만 그리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 번 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 작품이니 캐주얼 모드 패치를 하고 스토리만이라도 즐겨 보는 게 어떨까.
발매 전: 기대 < 우려
발매 후: 기대 >=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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