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공연 기획 및 연출자, 인디 밴드, 소설가, 미술관 큐레이팅 및 아트 디렉터와 게임 개발자들이 모인 이색적인 신생 게임 개발사 바이닐랩의 첫 모바일 게임 ‘라디오해머’가 지난 17일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전 세계 동시 출시됐다.
독특한 컨셉과 게임성으로 '라디오해머'는 유저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얻으며 출시 3일 만에 앱스토어 전체 유료 앱 3위, 게임 유료 앱 2위, 아케이드 게임 유료 앱1위, 음악 게임 유료 앱 2위 등 각종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음악과 액션의 조화를 외치며 등장한 액션 리듬게임 '라디오해머'는 과연 어떤 게임일까.
분위기는 ‘매드아콘’, 플레이 방식은 ‘파타퐁’+‘스페이스채널5’
일반적인 유저들이 떠올리는 리듬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국내에선 ‘DJ MAX', ’오투잼‘으로 대표되는 노트류 게임이 있을 것이고 ’DDR', 'PUMP'로 대표되는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이 있을 것이다. 조금 넓게 본다면 1998년에 제작된 리듬액션 게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버스트 어 무브’ 시리즈도 대표적인 리듬게임에 속한다.
‘라디오해머’는 음악에 맞춰 ‘슈퍼DJ’를 공격하는 적들에게 해머를 날리는 비교적 단순한 게임플레이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음악으로 적을 물리친다는 컨셉에 있어서는 코에이의 ‘기타루맨’과 비슷하게 느끼는 유저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보다는 같은 규칙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때리는 APD inc의 ‘매드아콘’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적들이 등장 할 경우 연속으로 등장하는지, 단일로 등장하는지, 3연속으로 등장하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예비음’이 들리며 이 음이 들린 직후 바로 적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음악게임에서 존재하는 리듬감을 잘 이용한다면 퍼펙트도 가능하다.
유사한 게임으로 미리 앞부분의 음절을 제공하고 유저가 따라서 클릭하게 하는 ‘파타퐁’과 ‘스페이스채널5’가 있지만 ‘라디오해머’의 경우 그 간격이 짧고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점점 빨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난이도 면에서는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파타퐁’, ‘스페이스채널5’와 같이 음악에 맞춘 순간 암기력을 요구하기 보다는 음악 자체를 이해해야 클리어가 가능하며 중간 중간 등장하는 선물상자와 함정상자를 통해 점수를 높일 수 있고 클리어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라디오해머’가 가진 특징이다.
흥겹다. 하지만 지루하다?
대다수의 음악 게임들은 나름대로의 목적에 의해 외부 제작사와의 음원계약을 통해 곡을 편곡하거나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라디오해머’의 경우 이러한 별도의 계약 없이 약 70곡에 달하는 오리지널 음악만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했다.
게임의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보컬곡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팝, 애시드 재즈, 디스코, 개러지핑크, 로큰롤, 얼터너티브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음악적인 면에서 귀는 상당히 즐거운 편이다.
다만 스테이지 초반부에서 유저들이 직접 듣게 되는 음악의 배분이 대중적으로 편하게 팝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게임의 속도감이 떨어지고 지루해지는 구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는 반대로 여러 가지 장르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게임 후반부는 음악의 BPM이 빨라지고 제법 다양한 패턴과 엇박자 공격이 조합되면서 게임의 난이도가 급작스럽게 올라가게 되는데 조금 더 세심한 레벨디자인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 진행 간에도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시각적인 부분인데,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게임에 어울리는 배경과 캐릭터 디자인은 일품이었지만 단순히 스윙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는 캐릭터는 다소 심심한 느낌이다. 같은 모션이도 타격 횟수별로, 혹은 특정 공격에는 특정 타격으로 포즈를 바꾸는 등의 변화를 주었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게임의 이야기 전개 방식도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슈퍼DJ’가 의뢰를 받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지만 이러한 게임의 당위성을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뿐더러 등장 캐릭터들 간의 이야기 전개가 극히 적다보니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콘텐츠가 되어버렸다. 중간 중간 개발자들의 재치 있는 텍스트가 눈에 띠었지만 게임의 본질적인 목적을 전달하는 것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녀 감성을 지닌 노총각들이 만들어낸 게임
사실 스타트업 개발사이기도 하고 리듬게임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 게임진행을 제외한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도 많고 어색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이 ‘라디오해머’가 가진 장점들을 누를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 모바일이라는 환경을 이용해 얼마든지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거듭된 표절 논란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의 진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으로 와 닿는 요즘. 바이닐랩의 노총각들이 하나 되어 만든 소녀감성 물씬 풍기는 ‘라디오해머’를 통해 다시금 게임을 기다리는 순수한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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