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하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이제 안다

등록일 2014년02월28일 17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 아래 리뷰 내용 중에는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 해설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안 보신,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분들은 먼저 극장에서 작품을 본 뒤에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 아래 스크린샷들은 보도를 위해 애니플러스에서 배포한 것입니다.


해마다 많은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소개된다. 스튜디오 지브리로 대표되는 오리지널 작품도 있지만, 최근 개봉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처럼 TV시리즈를 베이스로 한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건 아니건 후자, 특히 TV시리즈를 요약한 총집편일 경우 그리 큰 기대를 품지 않고 극장을 찾게 된다. 적절한 신규 컷을 추가하고 편집에 공을 들인다면 총집편이라도 좋은 극장판이 나올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극장판이라는 이름에 미치지 못 하는 TV시리즈 우려먹기인 경우가 많다.

그런 '총집편' 중에서 지난 2월 20일 국내에 정식 개봉한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이하 일본 제목의 약칭인 아노하나로 표기)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군계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총집편이란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지만 후일담으로서 TV시리즈를 보완하며 작품 전체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TV시리즈의 클라이막스 장면으로 막을 여는 아노하나는 전체적으로 초평화 버스터즈 멤버들이 멘마를 기리는 1주기 추모식이라는 형식을 취한다. 이를 위해 영화에서는 멘마가 TV시리즈에서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던 편지를 주요 소재로 삼는다. 멘마의 1주기를 맞아 이 편지에 답장을 하고자 각자의 입장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주요 스토리로 TV시리즈의 후일담이자 각 친구들의 회고담인 셈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멤버들이 못 다한 속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멘마가 떠난 현재와 함께 했던 과거를 교차해 보여준다. 이 때 멘마가 살아있었다면 함께 했을 학교, 아르바이트 가게, 패스트푸드점 등의 일상 공간을 신규 컷으로 그려내어 각 친구들의 대화나 전화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매개로 장면을 토스하는데, 이 공간 전환의 리듬이 참 좋다.

죽은 이에게 보내는 산 사람들의 편지. 아노하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TV시리즈 스토리의 디테일 업과 복선 회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TV시리즈에서 시청자들이 납득하지 못했던, 아직 남은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준다. TV시리즈부터 영화까지 차곡차곡 쌓인 감동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눈물을 부른다.

아노하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이와 같이 TV시리즈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서로를 승화시키는 작품이기에 가능하다면 TV시리즈를 먼저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영화만 봐도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TV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영화의 감동을 느끼기 조금 힘들 것 같다.

이건 마치 '톱을 노려라!' 1을 보지 않았다면 톱을 노려라! 2의 엔딩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돌아가신 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는 채로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봐야 크게 느껴지는 점은 없을 테니 말이다.


관객의 눈물을 끌어내는 성우들의 명연기는 TV시리즈에 이어 영화에서도 여전하고, 심금을 울리는 레미디오스의 음악도 건재하다. 레미디오스 하면 이와이 슌지의 데뷔작부터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러브레터'까지 그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이들이다. 러브레터에서 봤던 죽은 이를 그리는 산 사람들의 절절함과 기묘한 이야기는 아노하나에도 그대로 이어지니 일본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도 레미디오스의 음악에 기대어 관람하면 좋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아노하나 TV시리즈를 이미 본 사람도, 아니 본 사람이라면 더욱 더 TV시리즈의 엔딩 테마이자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흘러나오는 보컬 곡 'Secret Base'에 다시 한 번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말 것이다.


세계 영화사의 올 타임 베스트 무비인 '시민 케인'의 감독 오손 웰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홀로 태어나서 홀로 살아가며 홀로 죽는다. 오직 우정과 사랑만이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진땅과 함께 우리도 아노하나를 통해 이 환상과 만날 수 있다.

화해, 실망, 사랑, 명랑, 순애, 열정, 불가능 그리고 기적.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미처 알지 못 하고 지나친 꽃들의 이름이다. 아노하나를 통해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알게 됐다.

* 본문의 내용은 게임포커스 리뷰어 Sion님이 기고하신 아노하나 리뷰를 가필, 수정한 것으로 게임포커스 편집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프로필
닉네임 Sion. 영화, 서브컬쳐 칼럼니스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덕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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