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이야기 하는 생쥐와 곰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이들의 행복 찾기

등록일 2014년03월04일 17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행복의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성공해서 부자가 되는 것? 자신이 이뤄낸 것을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세상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도 좋으니 사랑하는 친구와 꿈을 선택한 이들이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두 주인공들이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벨기에 출신의 그림책작가 가브리엘르 뱅상(Gabrielle Vincent, 1928-2000)이 1981년부터 그리기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아온 동화 ‘셀레스틴느 시리즈(Ernest et Célestine)’를 원안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짤막한 사건들 위주의 원작과는 다르게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는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된 계기와 사건에 대해 그리고 있다. 즉, 이 작품은 셀레스틴느 시리즈의 프리퀄인 셈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지면서 ‘곰은 위에, 쥐는 아래에’ 사는 배경설정이 붙었다. 이는 원작에는 없는 설정으로, 작품 속의 곰과 쥐의 관계는 주인공들 간의 갈등은 물론 주인공들과 그들이 사는 사회와의 갈등이 일어나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한다.
 
곰들과 쥐들은 서로 경멸하는 적대관계지만 쥐들은 사회의 발전과 유지를 위해 곰들을 이용한다. 이빨을 사용해 땅굴을 파고 음식을 먹는 쥐들에게는 이빨이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생명수단이다. 이빨이 닳아 없어지면 튼튼한 곰들의 이빨을 몰래 훔쳐와서 쥐의 이빨에 맞게 가공하여 바꿔 끼운다. 때문에 쥐들 사회에서 치과의사의 권위는 엄청나다.



주인공 셀레스틴은 치과의사 수련생이다. 밤에 몰래 지상으로 올라가 곰의 이빨을 모아오는 것이 과제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꼬마생쥐에게는 너무도 힘겨운 일이다. 겨우내 쫄쫄 굶은 곰 어네스트가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다 셀레스틴을 발견하고 한입에 삼키려고 하다가 두 주인공은 처음 만난다. 동화 속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잔인한 첫 만남이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며 자신을 먹지 말라고 안타깝게 소리치던 꼬마 생쥐는 자기 이름을 소개하고 악수를 청하나, 그저 배가 고팠던 어네스트는 별 생각없이 그 손을 깨물려고 한다. 그러자 셀레스틴은 조그만 손으로 눈 앞의 곰의 따귀를 쳐올린다. 언성을 높여가며 따박따박 따지고 드는 셀레스틴과 순진한 표정으로 금세 수긍하는 어네스트는 크기 뿐만 아니라 성격마저도 대비된다.
 
이렇게 만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각자의 처지와 꿈을 알고 난 후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다. 어네스트 역시음악가가 되기 위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나왔기 때문이다. 셀레스틴이 그림을 그리면 그에 맞춰 어네스트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둘만의 은신처에서 겨울을 보낸다.



작품 속에서 곰들의 사회는 가족단위의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이며, 쥐들은 무리지어 공동 생활을 한다. 곰의 사회와 쥐의 사회를 분리해서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나 삶과 무척 닮아있다.
 
세상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을 두고 ‘곰과 쥐의 공존’은 사회규범에 위배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하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셀레스틴은 곰들을 향하여 소리친다. 어네스트가 굶어죽을 뻔한 문제에 대해 사회가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네스트도 셀레스틴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가 개인의 직업을 결정짓는 것은 부당하며, 셀레스틴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았음을 말이다.
 
가족과 사회가 필요로 하고 명예롭다 일컫는 일들을 뿌리치고 스스로의 이상과 꿈을 좇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사회의 ‘아웃사이더’다. 이들은 사회의 이해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관습이 무너지는 혁명을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행복하게 사는 것을 원했을 뿐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이란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와 함께하는 순간을 방해 받지 않는 것이다.
 
사회가 내세우는 원리원칙들이 오랫동안 굳어진 편견이며 허상과도 같다는 것이 밝혀지고, 여기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두 주인공들은 마침내 진정한 행복에 다다른다.



매끄러운 3D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요즘, 포근한 파스텔풍 색감으로 그려진 동화 속 삽화가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장면들이 2D 애니메이션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리라. 더불어 작품의 밑바탕에 깔린 진중한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보기에도 지루하지 않으며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덩치 크고 상냥한 곰 어네스트와 호기심 많고 똑 부러지는 쥐 셀레스틴의 귀여운 해프닝과 사투를 감상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들과 함께 봄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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